김종인 "秋 엄마 찬스, 조국 아빠 찬스의 데자뷔"
추미애 논란에 여론조사 국민의힘 지지율 상승
野, 정의·공정 등 약한 고리로 조국 '오버랩' 전략
소재 한계, 한방 부족, 인사청문회 이벤트도 없어
국민의힘, TF 대신 국감에서 전방위적 대응 예고
[서울=뉴시스] 문광호 기자 =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의 휴가 논란이 정국의 핵으로 부상한 가운데 국민의힘은 이를 '제2의 조국 사태'로 규정하며 확전을 거듭하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추 장관 아들의 논란이 조국 사태와 유사하지만 확장성이 낮고 조국 사태 때 인사청문회와 같은 이목이 집중되는 정치적 이벤트가 부재해 장기적으로 이 문제를 끌고 나가긴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7일 비대위 회의에서 "추 장관 (아들이) 엄마 찬스로 특혜성 황제 군복무를 한 것을 지켜보는 국민들은 조국 사태 때 교육의 공정성을 무너뜨린 조국 아빠 찬스의 데자뷔라고 느낀다"며 "법무부 장관은 즉각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박진 의원도 지난 9일 비대위원장-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지난 조국 사태에서도 봤지만 지금 국민이 가장 분노하는 것은 문재인 정부가 강조했던 공정의 원칙이 무너지는 것"이라며 "공정해야 할 법무부 장관에게 특혜, 외압, 청탁 의혹이 발생한 것만으로도 여당은 사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도 문재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 지지율이 하락한 반면 국민의힘 지지율은 상승했다. 리얼미터가 tbs 의뢰로 지난 7일부터 9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504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9월 2주차 주중 여론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2.5%포인트,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에서 국민의힘은 전주보다 1.8%포인트 상승한 32.8%를 기록했다. 민주당은 4.1%포인트 하락한 33.7%였다.
리얼미터는 추 장관 아들의 병역 특혜 논란이 문 대통령과 민주당을 향한 20대와 남성의 민심 이반을 촉발한 것으로 해석했다. 다만 국민의 힘의 폭로전이 당 지지율로 이어졌는지에 대해서는 판단을 유보했다.
국민의힘은 공정성, 권력형 비리라는 측면에서 추 장관과 조 전 장관을 겹쳐보고 있다. 실제로 조 전 장관에 대해 여론의 관심이 집중되기 시작한 것도 딸 관련 입시 비리 의혹이 불거지면서부터였다.
조국 사태는 지난해 8월14일 조 전 장관(당시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요청안을 국회에 제출하면서 본격적인 막이 올랐다. 이미 법무부 장관 내정 직후부터 위장전입 및 매매, 남한사회주의노동자동맹(사노맹) 전력 의혹 등이 제기된 상태였다.
청문요청안이 국회에 제출된 뒤로는 조 전 장관의 딸 장학금, 인턴, 논문 공동저자 문제가 불거졌다. 특히 조 전 장관의 딸이 고등학교 재학 중 대한병리학회에 영어 논문을 제출하고 제1저자로 등재됐다는 점에 대한 의혹은 여론을 극도로 악화시켜 국민청원, 시민단체 시위 등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조 전 장관 딸에 대한 의혹이 불거진 초기인 지난해 8월22일 황교안 당대표는 "조국은 정의를 외치면서 특권층을 공격해왔다. 그런데 정작 자신은 온갖 기득권과 특권을 누리면서 살아왔다"며 "문재인 대통령은 분노한 민심을 직시하기 바란다. 즉각 조국 후보자 지명을 철회하고 이미 너무나도 깊이 상처받은 우리 국민들께 직접 사죄할 것을 강력하게 요구한다"고 했다.
나경원 원내대표도 "대한민국의 선량하고도 평범한 학생, 부모, 국민의 삶을 강탈해간 인물이 지금 국민의 삶을 빼앗은 자가 지금 법무부 장관을 하겠다고 한다"며 교육 공정성·권력형 특혜 의혹 등을 집중적으로 공격했다.
추미애 장관 아들 의혹에 대한 현재 당 지도부의 발언도 매우 유사하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9일 비대위원장-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물의를 빚는 법무부 장관에 대해 대통령께 묻는다. 어떻게 정의를 준수해야 할 법무부 장관으로 정의와 공정에서 먼 사람을 앉혀 사회를 혼란스럽게 만드는지 이해가 안 간다"며 "대통령이 아무 말도 안 하고 그대로 묵인하는 태도를 취하는데 분명한 태도를 취해줬으면 좋겠다"고 촉구했다.
다만 조국 사태 때와 달리 추 장관의 의혹은 아들의 휴가와 관련된 문제에 집중됐고 강력한 한방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장기적으로 끌고나가기엔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이번 사건은 조국 사태만큼의 파괴력은 아닌 것 같다"며 "조국 사태 때는 사모펀드 의혹이 치명적으로 작용했는데 추미애 아들 건에는 그 정도의 한방은 없다. 또 조국 사태 때 엄청나게 많은 의혹이 있는 줄 알았는데 재판 진행 과정에서 충격이 완화되는 게 있었다는 점에서 학습효과가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어 "장기적으로 끌고 나가긴 어려울 것"이라며 "야당 입장에서는 내년 4월초가 서울시장 보궐선거이니 이게 파괴력이 있다면 완전히 코너로 몰아 붙일 타이밍인데 그러기엔 동력도 파괴력도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조 전 장관의 경우 딸과 아들에 대한 의혹 뿐 아니라 5촌 조카 조모씨가 조 전 장관 가족이 투자한 코링크PE를 실질적으로 운영하면서 회사돈 72억여원을 유용했다는 의혹, 허위 공시, 주가 조작 개입 의혹 등이 제기돼 사태가 확산됐다.
반면 추 장관에 대해서는 근거 서류가 부족하다는 등 대부분 아들의 휴가와 관련된 의혹에 보도가 집중됐다. 지난해 추 장관 인사청문회 이후로 잠자고 있던 의혹을 재촉발시킨 신원식 의원실의 군 관계자 통화 역시 해당 군 관계자가 신 의원의 참모장이었다는 지적이 제기돼 기세가 한풀 꺾인 모양새다.
인사청문회와 같은 양측의 대립이 선명하게 드러날 굵직한 정치적 이벤트가 없다는 점도 사안에 대한 집중도를 떨어뜨린다. 조국 사태는 조 전 장관이 법무부 장관 내정 후 인사청문 준비, 인사청문회, 법무부 장관 사퇴까지 일련의 과정이 극적으로 펼쳐졌다.
특히 여야 간 협상 끝에 지난해 9월7일 어렵게 열린 조 전 장관의 인사청문회는 14시간 내내 양측이 뜨거운 공방을 주고받았고 그 결과 엄청난 양의 기사가 쏟아져 화제의 중심임을 입증했다.
추 전 장관의 경우 지난 7일 법무부를 통해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사건에 관해 검찰에서 신속하고 철저히 수사해 실체관계를 규명해줄 것을 국회 답변 등을 통해 수차례 표명했다"며 "그동안 사건과 관련해 일체 보고 받지 않았고, 앞으로도 보고받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후로도 사실상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어 논란이 공방으로 확산될 여지가 적다.
의혹 제기 등 공세를 주도할 컨트롤 타워의 부재도 큰 차이다. 당시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은 인사청문요청안이 국회에 제출된 지 나흘만인 18일 조국 인사청문회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다. 이후 TF에 소속된 주광덕 의원 등은 의혹을 집중적으로 제기하며 공세를 이끌었다.
이에 국민의힘은 따로 기구를 만들진 않는 대신 전 상임위 차원에서 속도감 있게 대응하겠다는 계획이다. 다가오는 국정감사도 벼르고 있다.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는 통화에서 "전방위적으로 모든 상임위에서 특위나 TF의 역할을 하고 있다"며 "굳이 구심점을 꼽자면 법사위와 국방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오히려 기구를 만드는 게 속도감을 떨어뜨릴 우려가 있어서 각자 하고 있다"며 "국감 때도 관련된 이야기가 많이 나올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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