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아세안 외교장관 "남중국해 긴장 고조 행위 자제 필요"

기사등록 2020/09/09 23:00:31

강경화, 한·아세안 외교장관 화상회의 참석

신남방 정책 고도화·평화 프로세스 진전 강조

아세안 "남북 관계 진전 위한 韓 노력 지지"

[서울=뉴시스] 전진환 기자 = 한-아세안 외교장관회의가 화상으로 개최된 9일 오후(한국시간) 강경화 외교부장관이 서울 종로구 외교부청사에서 각국 외교장관에게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외교부 제공) 2020.09.09.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이국현 기자 = 한국과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외교장관들이 남중국해 문제를 놓고 갈등을 빚고 있는 미국과 중국을 겨냥해 역내 안정과 평화를 위해 긴장을 고조하는 행위를 자제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를 냈다.

외교부는 9일 오후 7시40분부터 1시간20분 동안 진행된 한·아세안 외교장관 회의에서 회원국들이 이같이 공감했다고 전했다. 

최근 미·중이 남중국해에서 군사 훈련을 잇따라 진행하고 정찰을 강화하며 무력 충돌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인접해 있는 아세안 국가들이 동시에 우려의 목소리를 낸 것으로 풀이된다. 우리 정부는 그간 남중국해에서 평화와 안정, 항행 및 상공비행의 자유가 보장돼야 하고, 대화를 통한 분쟁의 평화적 해결을 기대한다는 입장을 밝혀 왔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공동의장 자격으로 참석해 지난해 11월 열린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의 후속조치 이행 현황을 점검하고, 정치·안보, 경제, 인적 교류 등 한·아세안 미래 협력방향 및 지역·국제 정세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

강 장관은 모두발언에서 "한국과 아세안이 1989년 대화 관계를 수립한 이래 모든 분야에서 협력을 꾸준히 증진해 왔다"며 "지난해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를 계기로 채택한 '평화, 번영과 동반자 관계를 위한 한·아세안 공동 비전성명'에 따라 협력을 지속한다면 한·아세안 관계가 한층 격상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밝혔다.
  
특히 강 장관은 한·아세안 전략적 동반자관계 수립 10주년을 맞아 향후 정치, 경제, 사회 등 제반 분야 협력을 심화하기 위해서는 지난해 특별정상회의 당시 정상간 약속한 사항을 충실히 이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 장관은 이어 "예측하지 못한 코로나19 위기로 역내 협력이 위축될 수 있는 환경이지만 연대와 공조의 정신에 입각해 상호 협력을 증진해 나가야 한다"며 "한국 정부는 아세안과 협력의 지평을 넓히기 위해 한·메콩 협력 체제에 더해 한·해양동남아 협력 체제 출범을 추진하는 등 새로운 협력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강 장관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이 우선인 상황이지만 테러리즘과 폭력적 극단주의, 초국가 범죄, 기후 변화 및 환경문제 등에 대해서도 지속적으로 협력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한국 정부가 '한·아세안 초국가범죄 장관회의'를 출범해 공동 대응 체제를 구축하고 있으며, 차기 회의에서 건설적인 논의를 지속해 나가기를 기대했다.
  
강 장관은 코로나19가 초래한 경제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 자유무역과 다자주의를 회복하고, 디지털 경제 협력을 강화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점도 언급했다.

이에 대해 아세안 측은 코로나19로 인해 경제·사회 전반적으로 부정적 영향이 커지고 있으나 강한 연대와 협력을 바탕으로 연계성을 유지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한국 정부가 아세안 연계성 마스터플랜(MPAC 2025)과 아세안 스마트시티 네트워크(ASCN)에 참여하면서 기여를 확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강 장관은 문재인 정부가 3년째 추진 중인 신남방 정책과 관련해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변화된 정책 환경과 아세안 측의 새로운 협력 수요를 반영해 신남방 정책 고도화를 추진하고 있다"며 "이러한 노력을 통해 한·아세안 협력 관계가 더욱 호혜적으로 확대·심화해 갈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아세안 국가들은 우리 정부가 아세안을 중요한 전략적 파트너로 인식하고, 맞춤형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일관되게 노력하고 있다는 점을 높이 평가하고 지속적인 협력 증진을 희망했다. 
[서울=뉴시스] 전진환 기자 = 한-아세안 외교장관회의가 화상으로 개최된 9일 오후(한국시간) 강경화 외교부장관이 서울 종로구 외교부청사에서 화상으로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외교부 제공) 2020.09.09. photo@newsis.com
참석자들은 한반도를 비롯한 지역 정세에 대한 의견도 교환했다.

강 장관은 한반도의 평화 정착을 위한 우리 정부의 구상을 지지해준데 대해 재차 사의를 표하고, 앞으로도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진전을 위해 아세안이 건설적 역할을 해 줄 것을 당부했다.

특히 강 장관은 "대화만이 한반도의 평화·안정을 실현하기 위한 유일한 대안"이라며 어려운 국면을 타개하기 위해 다양한 남북협력 사업을 제시하는 등 우리 정부의 노력을 설명하고, 아세안 국가들의 지지와 협조를 요청했다.

아세안 국가들은 한반도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정착 실현에서 당사자들간 대화 재개 필요성을 강조하고, 남북 보건의료 및 방역 등 분야 협력 제안, 비무장지대(DMZ) 국제평화지대화 구상 등 남북 관계 진전 및 한반도 평화·안정을 위한 한국 정부의 노력을 지지했다. 또 ARF 등 아세안이 주도하는 지역 협의체를 통해 북한과 대화와 소통에 기여할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하겠다고 언급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정치·안보, 경제, 사회·문화 등 분야별 구체 협력 계획을 수록한 '한·아세안 행동계획(2021~2025)'을 채택했다. 참석국들은 행동계획이 향후 5년간 분야별 미래 협력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고 평가하며 충실한 이행을 기대했다.

한편 강 장관은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 선거에 출마한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에 대한 아세안 국가들의 지지도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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