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 부총리 4개 단지 사례 들며 "나름의 성과"
불암현대 인근 부동산 "남향과 서향 차이 때문"
반포자이 인근 중개업소는 "최근 28억에 거래"
[서울=뉴시스] 강세훈 이혜원 기자 =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구체적인 사례까지 언급하며 집값이 안정되기 시작했다고 평가했지만 현장에서는 전혀 체감하지 못한다는 반응이다.
홍 부총리는 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6차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에서 "최근 실거래 통계 확인 결과 가격 상승 사례도 있었으나 상당 지역에서 가격이 하락한 거래도 나타나는 등 시장에서 쏠림현상이 많이 완화됐다"며 "8·4 공급대책 이후 나름의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아파트 매매가격 하락세의 근거로 노원 불암현대·송파 리센츠·서초 반포자이·마포 마포래미안푸르지오 등 최근 서울 주요 지역 아파트 실거래 하락 사례를 언급했다.
홍 부총리는 노원구 불암현대 전용 84.9㎡가 7월 초 6억8000만원(19층)이던 것이 8월 초 5억9000만원(17층)으로 가격이 떨어졌다고 소개했다.
얼핏 한 달 사이 시세가 1억원 가량 떨어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아파트 방향의 차이 때문에 나타나는 착시 현상이라는 게 인근 부동산 중개업자의 설명이다.
서울 노원구 불암현대 인근 A 공인중개소 대표는 "6억8000만원에 거래된 것은 남향이고, 5억9000만원에 거래된 것은 서향 물건"이라며 "불암현대 남향 매물은 이 일대에서 불암산 전망이 가장 좋은데 비해 서향은 불암산 전망이 잘 안 나온다"고 설명했다.
이어 "원래 남향과 서향이 1억원 가까이 차이 나기 때문에 시세가 떨어졌다고 보기 어렵다"며 "경전철 등 교통망이 새롭게 깔리기 때문에 가격이 떨어지지 않고 계속 오르고 있다고 보는 게 맞다"고 말했다.
홍 부총리는 또 서울 송파구 리센츠 전용 27.68㎡는 7월 4일 11억5000만원(5층)에서 8월 11일 8억9500만원(19층)으로 가격이 내려갔다고 소개했다.
다만 홍 부총리가 소개한 사례와 같은 날 계약된 같은 크기의 다른 매물(29층)은 10억7000만원에 거래됐다. 시세가 큰 폭으로 하락하는 분위기는 아니라는 게 인근 공인중개소의 반응이다.
서울 송파구 리센츠 인근 B 공인중개소 대표는 "가격이 오르지도 않지만 떨어지지도 않고 있다"며 "조정을 받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홍 부총리는 또 서울 서초구 반포자이 전용 84.94㎡가 7월 8일 28억5000만원(25층)에서 8월 18일 24억4000만원(18층)으로 내렸다고 소개했다.
이 두개 물건만 놓고 보면 한 달 사이 4억원 이상 하락한 것이다. 하지만 같은 단지 내 같은 크기의 매물이 8월17일 28억원(17층)에 거래된 사례도 있다.
서울 서초구 반포자이 인근 C 공인중개소 대표는 "이번 달에도 28억원대에 거래된 매물이 있다"며 "24억원대는 시세(정상거래)가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한편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 8월 다섯째 주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 주에 비해 0.01% 상승했다. 2주 연속 같은 상승률을 유지했다.
홍 부총리는 "8월 다섯째 주 아파트 매매가격은 서울의 경우 2주 연속 0.01%, 강남 4구는 4주 연속 아파트 오름세가 멈춰 섰다"며 "과열 양상을 보이던 서울·수도권의 매수심리도 8월 들어 관망세로 돌아서며 진정되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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