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명 집단감염 강동 콜센터, 에어컨 흡기구 전파 어떻게 가능했나

기사등록 2020/09/08 16:00:32 최종수정 2020/09/08 18:06:13

강동 콜센터 관련 코로나19 확진자 총 22명

사무실 문 손잡이와 에어컨 흡기구서 검출

[서울=뉴시스] 고승민 기자 = 서울의 한 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의료진이 검사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2020.09.03. kkssmm99@newsis.com
[서울=뉴시스] 윤슬기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한 서울 강동구 BF모바일 텔레마케팅 콜센터의 경우 사무실 문 손잡이 뿐 아니라 에어컨에서도 바이러스가 검출돼 방역당국을 긴장시키고 있다.

경기도 파주시 스타벅스에 이어 강동구 콜센터에서도 에어컨을 통해 코로나19 바이러스가 확산되면서 밀폐된 공간의 경우 환기 중요성이 더욱 커졌다.

8일 서울시에 따르면 총 22명의 관련 확진자가 발생한 강동구 BF모바일 텔레마케팅 콜센터에서는 사무실 문 손잡이와 에어컨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검출됐다.

서울시는 이 콜센터의 감염경로를 확인하기 위해 사무실과 화장실, 엘리베이터 등 공용 공간에서 환경검체 15건을 채취해 검사를 의뢰했다. 그 결과 건물 8층에 위치한 콜센터 사무실 문 손잡이와 이곳에 있는 에어컨에서 바이러스가 한 건씩 나왔다.

특히 해당 콜센터는 천장에 설치된 시스템 에어컨을 사용 중인데, 에어컨에서 바이러스가 검출된 곳은 '흡기구'였던 것으로 서울시 조사결과 확인됐다.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에서도 당초 바이러스가 검출된 곳을 '필터'라고 표현했으나, 이후 '천장 시스템 에어컨의 흡기구'라고 정정했다.

이와 관련해 권준욱 방대본 부본부장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필터에 걸러진 바이러스 입자 같은 경우는 다시 공기흐름을 타고 실내에 퍼지지는 않지만 실내에 바이러스의 입자가 부유했거나 또는 존재했다는 것을 입증은 하는 것"이라며 "아마도 그 내부 동일한 장소 내에서 여러 가지 콜센터 내의 근무환경을 통한 전파를 입증해주는 그런 물증으로 확인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에어컨을 통한 코로나19 확산은 어떻게 이뤄진 것일까. 이는 결국 에어컨 작동 원리와 연관됐다.

천장에 설치된 시스템 에어컨도 일반 스탠드형 에어컨과 같은 방식으로 작동된다. 밀폐된 공간의 뜨거운 공기를 에어컨이 흡기구를 통해 흡입한 뒤 냉매로 더운 공기의 열을 빼앗아 밖으로 차가운 공기를 배출하는 원리다.

기본적으로 코로나19는 감염자의 비말을 통해 전파되는데, 밀폐된 실내에서 감염자의 비말이 에어컨의 제습 기능을 통해 수분이 날라갔고 작고 가볍게 된 에어로졸(미세한 물방울이나 먼지입자) 입자가 떠다니면서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실어 날랐을 수 있다.

비말과 에어로졸은 감염자의 침과 콧물 등 같은 체액성분으로, '크기'만 갖고 구분된다. 5미크론(μ)보다 크면 비말, 작으면 에어로졸이다. 에어로졸은 제습되면서 비말보다 멀리 퍼질 수 있고 삽시간에 공기중으로 떠다닐 수 있다.

결국 사무실 등 밀폐된 실내에서 감염자의 비말이 장시간 에어컨을 통해 공기중에 순환되면서 코로나19 전파가 확산됐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환기가 잘 이뤄지지 않는 실내 다중이용시설에서 에어컨을 통한 코로나19 확산은 처음이 아니다.

경기도 파주시 스타벅스 카페 이용자 28명 집단감염도 에어컨을 통해 가능했을 것으로 방역당국은 보고 있다. 확진자가 2층 매장에서 2시간30분 정도 머물렀는데, 이 확진자의 위치가 에어컨 송풍구 바로 아래였기 때문이다. 환기가 안되는 통창 구조였던 이 매장에서는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에어컨 바람을 타고 매장 전체로 확산된 것으로 분석된다.

마찬가지로 강동 콜센터도 업무 특성상 밀집된 공간에서 여러 명이 전화통화를 해야 하는 만큼, 감염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조건이다. 해당 콜센터 역시 환기가 쉽지 않은 구조인데다 직원 간 거리가 1m도 되지 않았고, 일부 직원이 업무 중 마스크 착용이 미흡했던 것으로 방역당국 조사결과 확인되면서 에어컨을 통한 감염확산이 더욱 컸던 것으로 풀이된다.

커피전문점 등 다중이용시설에서 에어컨이 코로나19 확산의 주범으로 지목되면서 방역당국은 상시적인 마스크 착용과 환기를 주문했다.

박유미 서울시 시민건강국장은 이날 오전 서울시청에서 열린 코로나19 브리핑에서 "공용이 쓰는 곳은 표면 소독을 자주 해주고 마스크 착용뿐만 아니라 손 씻기도 철저히 해주길 바란다"며 "콜센터 등 사무실과 학교 시설에서는 냉방 중 2시간마다 한 번 이상 창문을 열어 환기를 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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