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北 탄도미사일 조달 주의보' 대북 경고? 기업 계도?

기사등록 2020/09/08 19:06:54

대북 경고 차원보다는 기업 계도용 분석 나와

美관계기관 합동 주의보 발령에 1~2년 걸려

산업계서 대북 제재 위반 사례, 규정 문의 많아

[서울=뉴시스] 미 재무부·국무부·상무부는 1일(현지시간) 북한의 탄도미사일 프로그램과 관련한 북한의 핵심 조달기관과 기만적 방안을 파악했다며 세계 산업계에 주의보를 발령했다. 2020.9.2. (사진=재무부 홈페이지 캡처)
[서울=뉴시스] 이국현 기자 = 미국이 최근 탄도미사일 개발을 위한 북한의 조달 활동에 협조하지 말라는 주의보를 전 세계 산업계에 발령한 것을 놓고 미국의 의도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미 대선을 두 달여 앞두고 대북 경고 차원이라는 분석이 우세한 가운데 일각에서는 대북 제재 위반을 막기 위한 기업 계도 목적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미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PAC)은 지난 1일(현지시간) 홈페이지에 국무부 국제안보비확산국(ISN), 상무부 산업안보국과 공동으로 북한 탄도미사일 조달 활동에 관한 19장 짜리 주의보를 발령했다.

주의보에는 산업계가 피해야 할 북한의 조달기관과 북한이 미사일 프로그램에 사용한 기만적 기술, 북한의 핵확산 활동 제재를 명시한 미국 법 조항과 위반 시 처벌 사항 등을 상세하게 안내했다.

보고서는 "북한의 탄도 미사일 프로그램에 가담하는 핵심 조달기관과 북한의 기만적 방책을 파악했다"며 "미국과 해외의 이해관계자들은 이러한 활동과 기법을 숙지해 해당 국가 및 다자간 법적 요구를 준수하라"고 밝혔다.

특히 보고서는 "북한 탄도 미사일 프로그램에 사용된 재료와 장비 등의 조달 활동은 전자·화학·금속·물류·산업은 물론 금융·운송·물류업종까지 유엔과 미국의 여러 법률에 따른 제재와 벌칙의 대상이 될 뿐만 아니라 유엔의 제재를 위반할 수 있는 위험에 노출돼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미국이 지난 2월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 북미 협상 교착이 장기화되는 상황에서 11월 미 대선을 앞두고 미사일 발사 등 무력 시위를 하지 말라는 경고 차원이 크다는 해석이 나왔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미사일 도발 변수가 대선 가도에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상황 관리에 주력하고 있다는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하지만 외교가에서는 탄도미사일 조달 주의보가 미 대선을 앞두고 특정 시점을 겨냥한 것이 아니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미 관계부처가 합동으로 주의보를 발령하기까지는 통상 1년에서 2년이 걸리는 데다 미국은 물론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가 강화되면서 산업계에서 관련 조치 위반을 피하기 위한 세부 사항 안내를 지속적으로 요청해 왔다는 것이다.

 실제 북한에 대한 제재는 지난 2016년 3월 안보리 결의 2270호를 분기점으로 강화되는 추세다. 미국의 양자 제재 역시 2016년 '북한 제재 강화법'에 이어 2017년 오토 웜비어 사망 사건을 계기로 법률적인 차원에서 대북 제재가 강화됐다.

이 과정에서 2005년 행정명령 13382호 채택 이후 7개의 행정명령을 통해 제재를 강화하고, 이후에도 북한의 4차, 6차 핵실험, 천안함 피격, 연평도 포격 사건 등 행정 명령을 채택하면서 제재 대상이 늘어나고, 의무적인 제재가 확대된 상황이다. 이로 인해 미 행정부는 정책적 고려보다는 법과 행정명령에 근거해 법을 집행해야 하는 필요성이 커졌다.

대북제재를 위반 혐의에 대해 민사 소송 뿐만 아니라 형사 소송까지 이어지며 법 집행이 강화되는 추세다. 

예컨대 최근 미 법무부는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등록된 기업인 '양반'에 대해 대북 제재 위반과 은행 사기 혐의로 67만달러(약 7억9000만원)의 벌금을 부과했다. 미국의 북한 제재규정(NKSR)을 위반한 혐의로 아랍에미리트(UAE)의 담배회사 '에센트라FZE'는 8억원 상당의 벌금형을 받았다.

데이비드 스틸웰 미국 국무부 동아태 담당 차관보는 탄도미사일 조달에 대한 주의보 발령에 대해 북한이 협상에 나서야 한다는 점을 보여주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스틸웰 미 국무부 차관보는 지난 2일(현지시간) 국무부 브리핑에서 "현 행정부는 북한이 협상을 해야 한다는 점을 알리기 위해 어느 누구보다 훨씬 더 많은 강력한 행동을 취했다"며 "북한에 대해 그들 주민에게 더 밝은 미래가 있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계속 고립된 상태로 있지 말고 협상하고 대화해야 한다는 점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미국 대선 전 북한과 미국이 비핵화 협상을 재개할 가능성이 낮은 상황이다. 이 가운데 북한이 10월 10일 노동당 창건 75주년을 맞아 대규모 열병식을 준비하고,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시험발사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며 한미 모두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계속 동향을 쳐다보고 있다"고 밝혔다.

사실상 미국은 북한의 탄도미사일을 분명한 위협으로 인식하고 있으며 북한 역시 이를 인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당분간 북미 모두 팽팽한 긴장 상태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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