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병 조사부터 연구까지…정은경 꿈, 질병관리청서 현실된다

기사등록 2020/09/08 10:13:39

12일 출범…5부·센터 23과→1차장 5국·3관 41과로

"감염병 연구 기능 필요" 누누이 강조해온 정은경

위기대응분석관 신설…유행 예측·역학조사관 육성

국립보건연구원도 독자적으로 연구 기획·집행

감염병연구소장은 민간 전문가에 개방형 직위로

행정기관 첫발…병상확보 등 행정역량 제고 관건

복지부 복수차관, 실 신설 않고 정신건강기능↑

[서울=뉴시스]문재인 대통령이 11일 충북 청주시 질병관리본부 긴급상황실을 방문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대응에 분투 중인 정은경 본부장을 비롯한 직원들을 격려하고 있다.(사진=청와대 제공) 2020.03.11 photo@newsis.com
[세종=뉴시스] 임재희 기자 = 질병관리본부 출범 16년8개월여 만에 질병관리청으로 승격하면서 감염병 조사는 물론 연구와 정책까지 독자적으로 수행하는 명실상부 '감염병 컨트롤타워'로 자리매김한다. 감염병을 사후 추적하던 질병관리본부에 미리 예측할 수 있는 사전 연구 기능 확대 필요성을 강조해 온 정은경 본부장의 바람이 현실이 됐다.

감염병뿐만 아니라 만성질환과 기후변화에 따른 건강 위협에도 대응할 수 있는 조사, 분석 인력이 질환별로 대폭 보강된다.

그간 정부 계획에 따른 연구 수행 기능을 맡았던 국립보건연구원도 연구 개발 전략을 수립해 보건의료 전반에 대한 역량이 한층 강화되고 국립감염병연구소장은 민간 전문가가 맡아 전문성을 키운다.

신임 질병관리청장으로는 현재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이 유력한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이 조만간 임명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보건복지부 중심으로 이뤄지던 감염병 치료병상 확보와 백신 수급까지 질병관리청이 맡게 되면서 의료기관이나 제약업계 등과의 유기적인 협조 체계 구성이 컨트롤타워로 발돋음하는 데 관건이 될 전망이다. 출범 이후 줄곧 조사·연구 조직으로 운영돼 온 만큼 독립된 중앙행정기관으로서 행정 업무 역량 제고도 필요하다.

정부는 질병관리본부를 질병관리청으로 승격하고 보건복지부에 복수차관을 도입하는 내용의 '질병관리청과 그 소속기관 직제' 제정안과 '보건복지부와 그 소속기관 직제' 개정안을 8일 의결하고 12일부터 시행한다.

이에 따라 2004년 1월 국립보건원에서 확대 개편해 출범한 질병관리본부는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를 계기로 차관급으로 격상된 데 이어, 16년8개월여 만에 복지부 소속 기관에서 복지부 소속 중앙행정기관으로 독립한다.

청 승격으로 지금은 6급 이하 일부 인사권한만 가지고 있지만 앞으론 조직과 인사, 예산을 독자적으로 운영하게 된다.

조직 규모도 '1본부장, 5부·센터 23과'에서 '1청장, 1차장, 5국·3관, 41과' 규모로 20개 기구가 늘어난다. 이에 맞춰 본부 259명, 소속기관 648명 등 907명인 조직 인원도 본부 438명, 소속기관 1038명 등 1476명으로 재배치(185명) 인원을 제외하고 384명이 증가한다.

국립보건연구원과 국립감염병연구소, 질병대응센터, 국립결핵병원, 국립검역소 등의 소속기관을 갖추게 된다.
[서울=뉴시스]행정안전부는 8일 질병관리본부를 질병관리청으로 승격하고, 보건복지부에 복수차관을 도입하는 내용을 담은 ‘질병관리청과 그 소속기관 직제’ 제정안 및 ‘보건복지부와 그 소속기관 직제’ 개정안이 의결되었다고 밝혔다. (그래픽=전진우 기자) 618tue@newsis.com
이번 질병관리청 승격의 핵심은 현재 감염병 조사 업무에 더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같은 감염병 전후로 감시와 예방, 연구 및 정책 기능까지 질병관리청에 집행 권한을 부여하는 데 있다.

지금은 감염병 감시와 대응, 조사 업무는 질병관리본부가 복지부로부터 위임을 받아 수행한다. 이번 코로나19의 경우 정부가 방역에 대해선 질병관리본부에 전권을 주다시피 해 대응하고 있지만 원칙적으로 정책과 집행의 권한은 복지부에 있다.

그러나 앞으론 감염병예방법 등 법률을 직접 소관하는 등 감염병 관련 정책과 집행까지 질병관리청에게 업무 권한이 주어진다.

우선 종합상황실을 설치해 감염병 유입과 발생 동향을 24시간 위기 상황을 감시하는 체제가 상설화된다.

여기에 위기대응분석관을 신설해 역학 정보 등 감염병 정보를 수집·분석하고 감염병 유행 예측 기능과 역학조사관 교육·관리까지 이뤄진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이 누차 강화 필요성을 강조해 온 대목이다.

정은경 본부장은 정부 초안 발표 직후 "질병관리를 잘할 수 있는 역학적인 연구, 모델링이나 예측이나 역학조사 방법론을 개발하거나 감염경로별 역학적인 특성을 분석하고 실태조사하는 등 질병관리본부도 청이 되더라도 연구기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 본부장은 국립보건연구원을 질병관리청 산하에 존치키로 한 이후에도 "보건연구원을 일단 청 안에 존치하되 청에도 역학, 정책 등을 연구할 수 있는 조직들은 강화하는 방향으로 검토되고 있다"며 감염병 연구 기능 강화를 거듭 강조했다.

기존 감염병관리센터는 감염병정책국으로 재편돼 연구뿐 아니라 감염병예방법 등 관련 법령과 정책, 제도를 총괄한다. 감염병 치료병상 및 비축 물자 확보 등도 감염병정책국을 통해 질병관리청에서 관리한다.

의료안전예방국도 신설해 백신 수급 및 안전 관리, 의료감염 감시 등 일상적인 감염병 예방 기능을 강화하는 한편 만성질환관리국을 통해 만성질환은 물론, 산하에 건강위해대응관이 손상, 기후변화 등 건강위해 요인도 감시·평가토록 했다.
 
코로나19 사태에서 알 수 있듯 감염병 관리는 중앙 조직만으론 대응에 한계가 있다. 이에 인구 밀도가 높고 다중이용시설이 많아 감염병 발생 우려가 큰 대도시를 중심으로 수도권, 충청권, 호남권, 경북권, 경남권 등 5개 권역 및 제주출장소에 질병대응센터를 설치한다.

서울·대전·광주·대구·부산에 사무소를 두고 총 155명 규모로 운영하고 이와 연계해 지방자치단체에 감염병 대응 인력 1066명을 보강, 감염병 위기상황 발생 시 보건소 인력 중심으로 대응해 나간다.

국립보건연구원도 연구개발에 있어 독립성을 갖게 된다.

지금은 복지부를 포함한 정부 차원의 연구 계획을 수행하고 있으나 앞으론 연구기획조정부를 신설해 연구개발(R&D) 전략 수립 및 성과관리 기능을 강화한다. 현재 연구원 소속 감염병연구센터는 3센터 12과 100명 규모의 국립감염병연구소로 확대 개편해 감염병 연구는 물론 임상 연구와 백신 개발 지원 등 전(全) 주기 감염병 연구 개발 체계를 구축한다. 연구소장은 개방형직위로 민간 전문가를 임명할 예정이다.

그러나 16년8개월여 만의 청 승격인 만큼 정책 집행에 있어 출범 초기 풀어야 할 과제들도 남아 있다.

당장 입원치료병상 등 그간 복지부가 국립중앙의료원과 전국 의료기관 등을 통해 관리해오던 의료대응체계 업무를 질병관리청에서 맡게 된다. 의료대응체계는 조사·연구 분야라기보다 행정 분야에 가깝다. 17년 가까이 조사·연구 업무를 수행해 온 질병관리청이 독립적으로 행정 업무를 수행하는 데 출범 초기 어려움이 있을 수밖에 없다.

백신 개발과 임상연구 등도 제약회사 등 기업이나 병원 등 기관과의 협조 체계 유지가 관건이다. 이에 정부도 복지부 등 기존 행정 인력을 질병관리청에 재배치하고 관련 인원도 늘려나갈 것으로 보인다.

강민규 질병관리본부 기획조정부장은 이날 "새로 순증되는 384명에 대한 채용은 부처 전입이나 신규 채용 절차를 신속하게 진행하겠다"며 "현원을 충원하는 과정에서 감염병 정책 분야, 방역대책본부 운영 분야에 최우선을 두고 현원을 채용하고 배치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세종=뉴시스]충북 청주시 오송 질병관리본부 청사 전경. (사진=질병관리본부 제공) photo@newsis.com
보건복지부에는 보건분야 전담 차관을 두는 복수 차관제가 도입된다. 보건의료정책을 담당하기 위해 1관 3과 44명이 보강된다.

이번 코로나19 사태와 의과대학 정원 확대 및 공공의료대학원 설립 추진 등을 계기로 국민들의 관심이 높아진 공공의료 인력 수급 및 보건의료인력 처우 개선, 환자·의료진·병원 안전관리 기능을 담당할 의료인력정책과가 보건의료정책관 산하에 신설된다.
    
정신질환 등 사회적으로 요구가 많은 정신건강정책과도 정신건강정책관관으로 승격하고 여기에서 정신건강정책은 물론 정신건강관리, 자살예방정책 등을 전담하도록 했다.
 
국립장기조직혈액관리원과 유기적인 정책 연계 체계를 구축할 혈액장기정책과가 공공보건정책관실에 추가된다.

애초 복지부는 복수 차관제 도입과 함께 현재 1실 규모인 보건의료 관련 조직을 2실로 확대하는 방안을 행안부 등에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이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에 따라 현재 4실(기획조정실·사회복지정책실·인구정책실·보건의료정책실) 체제를 그대로 유지하고 복지 업무를 담당할 1차관이 3실, 2차관이 1실 업무를 맡는다.

이에 실장 위에 차관을 한명 더 둠으로써 '옥상옥'이 되는 게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이재영 행안부 차관은 "복수차관제 신설은 규모와 관계없이 의료·보건 분야의 전담성·전문성을 향상시키기 위한 것"이라며 "실이 아니고 국으로 하게 된 것은 업무량을 기준으로 관계기관과 충분히 협의했다. 오히려 조직 중간단계가 슬림하니까 옥상옥이 더 제거됐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limj@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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