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명에게 26억 뜯은 역대급 보이스피싱…일당 싹 잡았다

기사등록 2020/09/03 11:20:21

50대 여성 1명에게 약 26억원 뜯어낸 일당

경찰 7명 구속, 1명 불구속해 검찰에 송치

"ATM 사용하지 않아서 중간책도 검거해"

[서울=뉴시스] 류인선 기자 = 50대 여성에게 검찰수사관·금융감독원 직원 등을 사칭해 약 26억원을 편취한 혐의를 받는 일당 7명이 경찰에 구속됐다.

3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 성동경찰서는 사기 등 혐의로 지난달 27일까지 보이스피싱 일당 7명을 구속 상태로 검찰에 송치했다. 경찰은 수거책 1명은 불구속 송치했다.

검거된 이들은 수거책 4명, 중국 국적의 중간책 3명, 환전상 1명으로 총 8명이다. 이들 일당은 50대 여성 A씨를 속여 약 26억원을 받아 챙긴 혐의 등을 받고 있다.

이들 일당은 A씨에게 '캠핑용품이 집으로 배송될 예정'이라는 취지의 문자메시지를 보냈고, 캠핑용품을 구매하지 않은 A씨가 경위를 파악하기 위해 전화를 걸어보면서 범행이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A씨가 전화하면 이들 보이스피싱 조직은 각기 다른 기관, 업체 등을 사칭해 A씨를 속이는 방식을 사용한 것으로 전해진다.

A씨에게 검찰수사관을 사칭한 조직원은 "범죄에 연루된 정황이 있다. 금감원 직원에게 돈을 전달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지난 7월31일부터 지난달 5일까지 휴일을 제외한 4일 동안 우체국 창구에서 돈을 인출해 금감원 직원을 사칭한 B씨 등에게 전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A씨는 대부분 1만원 지폐로 돈을 인출, 한번에 최대 3억여원씩 캐리어에 담아 이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폐쇄회로(CC)TV 추적을 통해 일당을 검거한 것으로 파악된다. 다만 주범으로 지목되는 인물은 국외에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수거책들이 A씨에게 받아간 현금은 중간책과 환전상 등을 거쳐 중국으로 넘어간 것으로 경찰은 추정하고 있다. A씨에게 현금을 받은 혐의의 수거책들은 '고액 알바'에 속았으며 서로를 전혀 모른다는 취지로 주장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경찰 관계자는 "대면 편취 사건에서 ATM을 이용하지 않고 현금을 인출해 전달하는 방식을 사용해 수거책 뿐만이 아닌 중국 국적의 중간책까지 검거할 수 있었다"며 "환전상 등에 대한 추가 수사를 이어갈 예정"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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