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북, 러시아 가짜계정 삭제…美 대선서 민주당 분열 노려

기사등록 2020/09/02 10:44:57

진보 언론사 표방 '피스데이터' 내세워

전문가 "2016년처럼 좌파 유권자 공략"

[필라델피아=AP/뉴시스]2012년 5월16일(현지시간) 한 아이패드에 페이스북 로고가 뜬 모습.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에서 촬영한 사진. 2020.09.02.
[서울=뉴시스] 남빛나라 기자 = 페이스북은 러시아가 다가오는 11월 미국 대선 개입을 목적으로 진보 성향 유권자 분열을 조장한 정황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1일(현지시간) CNN, 공영라디오 NPR은 연방수사국(FBI) 제보로 조사에 착수한 페이스북이 이 같은 결과를 발표했다고 보도했다.

페이스북은 러시아의 인터넷 리서치 에이전시(IRA)와 연계된 가짜 계정 13개와 페이지 2개를 삭제 조치했다고 밝혔다. 이 계정과 페이지의 팔로워는 총 1만4000명이었다.

페이스북으로부터 분석을 의뢰받은 소셜미디어(SNS) 분석 그룹 그래피카의 조사 책임자 벤 님모는 "광범위한 이슈에서 좌파 유권자를 공략하기 위한 시도의 초기 단계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 선거만이 초점은 아니지만, IRA가 2016년과 같은 방식으로 민주당 유권자들을 분열시키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러시아 정부가 지원하는 IRA는 광고, 가짜 계정 등으로 2016년 미국 대선에 개입한 바 있다. 당시 이들은 급진적인 버니 샌더스 경선 후보를 지지한 사람들에게 민주당 최종 대선후보로 낙점된 힐러리 클린턴을 뽑지 말라고 부추겼다.

이번에는 좌파 성향 유권자들이 민주당 대통령·부통령 후보인 조 바이든·카멀라 해리스로부터 등을 돌리게 하려 한 정황이 포착됐다.

페이스북에 따르면 이 러시아 정보원들은 가짜 뉴스 홈페이지를 만들어 프리랜스 기자를 고용하기도 했다. 이렇게 나온 게시물들은 인공지능을 통해 만들어진 가짜 계정들이 공유했다.

이 과정에서 웹 사이트 피스데이터(PeaceData)가 활용됐다. 피스데이터는 진보 언론사를 표방했다. 구인 게시물에는 "부패, 환경 위기, 권력 남용, 무력 충돌, 인권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춘 젊은 국제 뉴스 기구"라고 소개돼있다.

인공지능으로 만들어진 가상 인물의 사진을 올려두고 피스데이터 편집자로 내세우기도 했다. 이 프로필 사진은 딥페이크 기술로 조작됐다.

그래피카에 따르면 피스데이터가 제공한 영문 기사 중 5% 정도만 직접적으로 미국 대선을 다뤘지만, 좌파 성향 유권자를 바이든 캠프와 멀어지게 하려는 시도가 보였다.

페이스북은 이 조사 결과를 트위터와 공유했다. 트위터도 피스데이터 계정 5개를 삭제하고 연관 게시물을 블록 처리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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