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인사 후유증…잘나가던 검사들, 앞다퉈 "관둔다"(종합2보)

기사등록 2020/08/31 17:54:35

법무부 인사 직후 검사들 '줄사표' 이어져

'검사 육박전' 감찰한 정진기 부장 사직서

'폭스바겐 수사' 최기식 부장도 사의 표명

[서울=뉴시스] 김가윤 기자 = 한동훈(47·사법연수원 27기) 검사장과 '육박전'을 벌여 논란이 된 정진웅(52·29기)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장을 감찰하던 정진기(52·27기) 서울고검 감찰부장이 사의를 표명하는 등 검사들 사표가 이어지고 있다.

31일 법조계에 따르면 정진기 부장은 최근 법무부 중간간부 및 평검사 인사 발표 이후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파악됐다. 정진기 부장은 이날 오전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글을 올려 "일신상의 사유로 검사직을 내려놓고자 한다"고 밝혔다.

정진기 부장은 "요즘 검찰은 여러모로 어려운 상황에 직면해 있다"며 "그러나 지금까지 국민들이 부여한 책무를 묵묵히 수행해 왔고, 앞으로도 어려운 난관을 잘 헤치고 그 책무를 다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전했다.

아울러 정진기 부장은 '모든 현상의 실상을 정확히 봐야 바른 견해가 나온다'는 옛 경전 구절을 들어 "어떠한 사안이라도 치밀한 증거 수집을 통해 실체적 진실을 규명한 후 올바른 법리를 적용해 사안에 맞는 결론을 내려야 국민들이 신뢰할 수 있을 것이고, 피해를 입는 일이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공자는 '오로지 남을 나와 같이 여기는 마음'을 강조했다"며 "다른 사람을 나와 같이 여기면서 내가 당해서 싫은 일을 다른 사람에게도 하지 말라는 것"이라고도 했다.

그러면서 "검찰 가족이 각자 맡은 자리에서 직분에 충실하면서 올바른 실체 판단에 따라 법을 적용하고, 다른 사람을 나와 같이 여기는 마음으로 사건 관계인을 존중하고 배려하면서 공정하게 사건을 처리해 나간다면 언젠가는 신뢰받는 검찰상이 구현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했다.

정진기 부장은 법무부가 내달 3일 자로 단행한 이번 인사에서 대구고검 검사로 전보 조치됐다. '한동훈 육박전' 사건을 맡은 서울고검 감찰부는 정진기 부장을 포함해 6명 전부 보직을 이동했다. 정진웅 부장은 이번에 광주지검 차장으로 승진했다.

한편, 인사 발표 전후로 검찰 내 '에이스'로 불리던 검사들이 사직서를 제출하는 등 줄사표가 이어지고 있다.

인사를 앞두고는 이선욱(50·27기) 춘천지검 차장, 김남우(51·28기) 서울동부지검 차장, 김영기(50·30기) 광주지검 형사3부장 등 7명이 사직서를 제출했다.

인사 후에는 김우석(46·31기) 정읍지청장, 정순신(54·27기) 법무연수원 용인분원장, 이재승(46·30기) 서울서부지검 형사3부장, 신승희(49·30기) 인천지검 형사2부장, 김세한(47·31기) 안양지청 형사2부장, 박길배(51·29기) 안산지청 차장 등이 사의를 표명했다.

아울러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의 '배출가스 조작' 의혹 등을 수사한 최기식(51·27기) 서울고검 송무부장도 최근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확인됐다. 최 부장은 이번 인사에서 부산고검으로 보직을 이동했다.

또 고양지청 인권감독관에 이름을 올린 장성훈(48·31기) 안산지청 형사1부장도 이날 검찰 내부망에 사직 인사를 띄웠다. 그는 '드루킹 특검팀'에서 김경수 경남지사를 수사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yoon@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