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증원' 비판한 서울대병원장…작년엔 "빨리 늘려야"

기사등록 2020/09/01 11:01:00

김연수 병원장 최근 "정부정책 즉각 중단해야"

"원점서 재논의 하자고 정부에 여라차례 건의"

지난해엔 "의사·환자 모두 고생…정원 늘려야"

"코로나19 상황, 의대 정원 논의 부적절" 해명

[세종=뉴시스]김연수 서울대병원장. (사진=국립대학병원협회 제공). 2020.04.23.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정윤아 기자 = 정부의 의대 정원 정책에 반발하며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 김연수 서울대병원장이 지난해 12월엔 의대 정원 확대가 필요하다며 정반대 입장을 보였던 것으로 파악됐다.

1일 뉴시스 취재에 따르면 김 원장은 지난달 27일 서울대병원 교직원에게 보낸 서신에서 "병원을 대표해 현재 추진 중인 정부 정책을 즉각 중단하고 원점에서 재논의해달라고 정부에 여러 차례 건의했다"며 "앞으로도 이런 역할을 지속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단체 행동이 얼마나 간절한지 알고 있다"며 "정부가 공표하고 있는 전공의와 학생 등에 대한 처벌과 불이익은 끝까지 반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한의사협회(의협)의 총파업 명분이 된 문제의 정부 정책은 의대 정원을 늘리고 '공공의대'라는 새 의대를 만드는 것이다. 반면 의사들은 의료 수가문제 해결없이 의대정원만을 늘리는 것은 근본적인 해결이 아니라고 반대하고 있다. 김 병원장은 정부의 의대정원 확대 방식을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김 원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사태에 집단휴업을 감행하는 것과 관련, "파국으로 달려가선 안 된다"며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위기에 처한 국민들은 병원과 의료인을 의지하고 있다. 의료계와 정부는 힘을 합쳐 이 어려움을 헤쳐 나가야한다"고 했다.

그런데 원장은 앞서 한 언론 기고를 통해 의대 정원 확대를 주장해 왔다. 이런 사실은 최근 SNS 등에도 알려져 논란이 되고 있다.

문제가 된 칼럼은 지난해 12월21일 한 경제지에 '의대정원 확대'란 제목으로 실렸다.

김 원장은 당시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인구당 의사 수가 1000명당 2.4명으로 꼴찌"라며 "적은 수의 의사가 많은 환자를 짧은 시간에 진료하다보니 박리다매를 통한 수익 확보를 하고 환자와 의사 모두 불만"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2030년에는 전문 의료인력 부족으로 의료체계 혼란이 극에 달할 것"이라며 "진료량이 급증하지만 인력이 따라가지 못하는건 지방뿐만이 아닌 수도권 대형병원도 그렇다"고 했다.

이어 "당장 의사를 늘리기 위한 논의가 필요하다"며 "무턱대고 의사 수를 늘리자는 것이 아니다. 적정 진료를 위한 의사 수를 추계하고 부족한 분야에 먼저 배정해 의사를 더 양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대병원 측은 김 원장의 이런 입장 변화에 대해 원칙론과 방법론의 차이라고 설명했다. 또 지난해에는 코로나19라는 초유의 사태가 없었다는 점도 거론했다.

서울대병원 관계자는 뉴시스와 통화에서 "지난해 12월 글은 원칙론적으로 의대 정원을 늘리자는 것일 뿐 언제 어떻게 해야 한다는 이야기는 없다"며 "지금 병원장님과 다른 의사들이 분노하는 이유는 정부가 방법에 대한 논의 없이 무조건적인 의대정원 확대를 밀어붙이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특히 지난해 12월에는 코로나19 사태가 전혀 예측이 없던 상황이었다"며 "원장님이 이번에 낸 서면은 '지금은 코로나19로 인한 위기상황이니 정부가 의대정원 확대를 이야기할 때가 아니다'라는 주장"이라고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yoona@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