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업 직전 손실만 8000만원…"더 이상 자영업 안 해"
수원역앞 중심상가지만 매출액 10분의1 토막 못견더
호매실동 동네상권 전체 77곳 중 3분의1 25곳 문닫아
의왕시 내손동 재개발로 주민 떠나면서 '이중고'
이번에 가게를 내놓은 수원시 매산동 조모(64)씨가 한 달에 드는 지출 내역이다.
코로나19의 상황이 장기화되면서 적자 상황이 지속되자 운영하던 주점 점포 2곳을 지난달 25일에 공인중개사에 내놨다.
한 곳은 매매가 이뤄졌고, 한 곳은 매매를 기다리는 상황이다.
조 씨의 두 가게는 수원역 앞 로데오거리라 불리며 대학생과 손님들이 붐비던 중심상가다.
한 때는 월 매출 3000만원의 좋은 시절도 있었다.
하지만 코로나19가 지속되면서 지난 2월부터 두 가게에서 매달 1000만원이 적자다.
그 동안 모은 현금이 모두 사라지면서 버티기가 힘들자 결국 가게를 접기로 했다.
이처럼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아 매출 급감되자 대다수의 자영업자, 소상공인들이 월세도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에 처하면서 문을 닫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30일 폐업을 앞둔 가게에서 만난 전씨는 “15년을 가꿔온 일터였다. 한 곳의 가게에서 시작해 차근차근 가게규모를 키워왔고 점포를 두 개까지 늘렸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인건비 상승 등의 어려움이 찾아왔고, 이번 코로나19로 적자가 계속돼 더 이상은 버틸 수 없었다”면서 긴 한숨을 토해냈다.
그는 “그동안 가게를 하면서 내가 고생하면 그 결실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해왔지만 더 이상은 아니다. 앞으로는 자영업에 종사하지 않을 것”이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답답한 심정에 그가 보여준 매출전표에는 22일 12만원, 23일 18만원, 24일 2만원, 25일 8만원이 적혀 있었다.
처참한 수치라고 했다.
하루 평균 15만원의 매출을 잡아도 월세 650만원에는 200만원이 부족하다.
이외에도 인건비, 광열비, 세금, 재료원가 등을 더하면 적자는 500만원을 훌쩍 넘어선다. 상가마다 점포를 내놓아 텅텅 비어 있는 이유다.
이같은 어려움은 골목상권, 동네상권일수록 더욱 짙게 드리워져 있다.
수원시 권선구 호매실동에 위치한 호매실 카페거리.
이곳은 5년 전 조성된 상점가로 80여개의 점포가 모여 있는 동네 주요 상권이다.
이날 둘러본 호매실 카페거리에는 77개의 점포가 있었고 이 가운데 25곳이 문을 닫아놓은 상태였다.
작은 골목이라 발걸음을 조금만 옮겨도 점포에 붙어 있는 ‘임대’ 문구가 금방 눈에 띄었다.
이곳 상인회장인 김모씨는 “올해 들어서 12곳이 버티지 못하고 이곳을 떠났다”면서 “지금도 3~4곳은 가게를 내놓은 상태”라고 말했다.
이어 “상권을 살리기 위해 올해 많은 것을 준비했지만 코로나19로 모두 허사가 되어버렸다”면서 “그저 지금 남은 사람들과 ‘버티자. 버티는 게 사는 거다"라며 서로를 위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일대는 빌라, 아파트를 비롯해 2300여 세대가 입주해 있지만 최근 인근 아파트단지에서 연일 코로나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손님들의 발길은 뚝 끊긴 지 오래다.
이곳에서 1년째 카페를 운영 중인 한 사장은 “매달마다 매출이 50%씩 급감하고 있다”면서 “정부에서 대출 등을 지원했었지만 기약 없는 시절에 대출을 받기도 겁난다. 지난 번 받은 대출도 모두 월세를 메우고 이제는 빈털터리”라고 울먹였다.
코로나19에 재개발로 거주민이 떠나면서 이중고를 겪고 있는 곳도 있다.
의왕시 내손2동의 재개발 구역은 지난해 10월부터 거주민들이 이주 중에 있다.
내손 2동은 약 9740여세대가 입주해 있지만 내손 다구역(1583세대)과 라구역(1398세대)의 세대이주가 90%가량 완료 되면서 현재는 7700여세대가 거주 중이다.
재개발구역 인근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한 사장은 “100명 오던 손님이 재개발 때문에 30~40명으로 줄어들고, 거기에 코로나19로 줄어든 손님에서 또다시 줄어 10명 수준으로 줄었다”면서 “지금은 배달로 근근히 버티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다구역과 라구역의 상점이 빠지고 새로운 상점을 찾는 과정에서 수요가 몰리며 일부는 월세가 10~20%가량 오르기도 해 자영업자들이 더욱 힘들어한다고 일대 부동산업소는 전했다.
내손2동과 달리 인접한 내손1동은 오히려 상권이 침체에 빠지면서 임대료와 보증금이 50% 가량 하락하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이 곳 역시 고깃집, 치킨집, 휴대폰가게 등 비어 있는 상점들을 쉽게 찾아 볼 수 있었다.
인근의 한 공인중개사는 “10평 기준 지난해보다 월 임대료는 280만원에서 190만원, 보증금 5000만원에서 2000만원으로 떨어졌다”면서 “1층 상가에만 공실이 18개, 2층 사무실은 30개 정도 비어 있다. 전체상권 공실률은 30%에 달할 것”이라고 전했다.
떨어지는 월세에도 매출이 나오지 않아 힘든 상황은 마찬가지다.
이곳에서 8년 째 일식집을 운영 중인 남모(54)씨는 “월세 120만원, 관리비 50만원 빼고 나면 겨우 버티는 상황인데 그나마 재료 값을 빼고 나면 적자”라면서 “아침 10시에 나와서 밤11시까지 문을 연다. 그 시간대에 한 팀, 두 팀 올 수도 있고 안 올 수도 있는데 그마저도 사회적거리두기 2.5단계가 시행돼 천장만 바라보고 있다”고 말했다.
해당 일식집에는 낮 12시 점심시간이었지만 2층에는 4개의 테이블은 모두 비어 있었고, 1층 바에만 손님이 단 한명 앉아있었다.
남씨는 “내일은 괜찮겠지, 이대로 죽을 수는 없어. 힘 내야지”하는 마음으로 근근히 버텨보겠다며 축 처진 어깨로 힘없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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