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폭력으로 이혼 뒤 추가가해 계속
가족관계증명서로 자녀 주소 알아내
헌재 "법 조항 불완전해…헌법불합치"
헌재는 A씨가 "폭행 등을 위해 개인정보를 무단으로 취득하려 가족관계증명서 등의 교부 청구를 방지하는 입법을 마련하지 않은 것은 위헌이다"며 낸 헌법소원심판 사건에서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헌법불합치 결정했다고 28일 밝혔다.
A씨의 전 남편인 B씨는 가정폭력으로 이혼했는데도 계속해서 A씨의 가족을 찾아가 폭행과 상해를 가했다. 법원은 B씨에게 접근금지 및 전기통신을 이용한 접근금지 처분도 내렸으나, B씨는 계속해서 A씨의 휴대전화로 전화를 걸거나 협박성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이에 A씨는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에 B씨처럼 이혼 후에도 추가 가해를 위해 개인정보를 취득하려 가족관계증명서 및 기본증명서의 교부 청구를 제한하는 규정이 없다며 입법부작위를 이유로 헌법소원을 냈다.
헌재는 A씨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구체적으로 "가족관계증명서 등에 기재되는 정보는 등록기준지와 주민등록번호 등 민감한 정보이다"라며 "이런 정보가 유출될 경우 범죄에 악용될 우려가 있고 의사에 반해 타인에게 알려지는 것 자체가 개인의 인격에 대한 침해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가족이라는 이유만으로 가족 개인의 정보를 알게 하거나 이용할 수 있도록 해서는 안 된다"면서 "이들 사이에도 오남용이나 유출의 가능성을 차단할 수 있는 제도를 형성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가정폭력 혐의나 전과가 있음에도 직계혈족이기만 하면 별다른 심사 없이 그 자녀의 가족관계증명서 등을 청구해 발급받을 수 있다"며 "이 사건 법률 조항의 불완전성·불충분성으로 인해 가정폭력 피해자의 개인정보가 무단으로 유출될 가능성이 상존하고 방지하는 구체적 방안을 별도로 마련하는 것 외에 대안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헌재는 법적 공백이나 혼란을 감안해 위헌 결정 대신 헌법불합치 결정으로 내리고 오는 2021년 12월31일을 입법 시한으로 명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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