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증상·소아 환자 자가치료 검토…"전파·이탈 관리 전제돼야"(종합)

기사등록 2020/08/28 16:12:33

방역당국, 확진 환자 자가 격리·치료 지침 마련

91%는 경증…"집에서 대기해도 큰 문제 없어"

전문가 "추가 감염 위험…예외상황에 적용해야"

[대구=뉴시스] 이무열 기자 = 21일 오전 대구 중구 계명대학교 대구동산병원에 방호복을 입은 구급대원들이 외래진료동,입원병동에 입원해 있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경증 환자들을 9병동(경증환자 치료시설)으로 이송하고 있다. 대구동산병원은 그 동안 코로나19 격리병동으로 사용된 외래진료동과 입원병동 방역작업을 완벽히 마친 후 안전하게 재정비해 다음달 15일에 정상 운영 할 계획이다. 2020.05.21.lmy@newsis.com
[세종=뉴시스] 임재희 기자 = 방역당국이 무증상인 젊은층과 소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환자를 의료기관이나 생활치료센터가 아닌 집에서 격리 치료하는 방안을 마련한다.

전문가들은 경증·무증상이라 하더라도 전파가 가능해 가족 등 추가 감염 위험이 있고 의료진이 아닌 보호자가 증상 변화나 상태 악화 등에 대처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우려했다.

당국도 가족 간 전파, 격리 중인 확진 환자의 이탈 방지 등이 전제돼야 자가 격리·치료를 도입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28일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 등에 따르면 방역당국은 전국적인 환자 급증 상황 등에 대비해 입원이 필요 없을 경우 생활치료센터뿐만 아니라 자가 격리·치료하는 지침을 마련하고 있다.
 
정은경 방대본 본부장은 이날 충북 오송 질병관리본부에서 열린 정례 브리핑에서 "병원에 꼭 격리시킬 필요는 없는 경우들이 있기 때문에 그런 경우 자가 격리가 가능하다고 하면 자가 격리를 할 수 있게끔 (하는) 여건과 지원체계를 만드는 전제하에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적용 기준 또는 관리 방법에 대해 좀 더 세부적인 지침을 정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자가 격리·치료 방안 도입 필요성은 최근 수도권 확진자 급증으로 인한 병상 부족 문제 등에 미리 대응하기 위해 확진 환자를 치료하는 의료진 중심으로 제기됐다.

27일 기준으로 전국의 중환자 치료 병상 529개 중 입원 가능한 병상은 68개다. 이 중 즉시 사용할 수 있는 병상은 9.3%인 49개뿐이다. 광주·전남·전북·강원 지역은 이미 가용할 중환자 병실이 없어 주변 지역으로 이동해야 하는 상황이다.
 
서울과 경기, 인천 등 수도권의 경우 중증환자를 치료할 수 있는 병상 329개를 보유하고 있지만 입원가능한 병상은 25개, 즉시 쓸 수 있는 병상은 11개만 남아있다.
 
감염병 전담병원 병상은 2914개 중 982개가 남았지만 인천 239개, 서울 160개, 대구 141개 등 100개 이상 병상을 확보한 3개 시도를 제외하면 나머지 시도에선 두자릿수 이하 병상만을 보유하고 있다. 강원은 병상이 없으며 세종 3개, 경북 6개 등 2개 지역도 한자릿수다. 확진 환자가 급증한 경기 지역도 553개 중 31개 병상만 남은 상태다.
 
위·중증 환자 수는 증가 추세다. 지난 20일 12명이었던 위·중증 환자는 이날 0시 기준 58명으로 8일 만에 5배 가까이 증가했다.

그런데 코로나19는 입원 치료가 필요 없는 무증상과 경증 환자가 많은 특성을 보인다. 4월30일까지 확진 환자 8976명의 임상 정보를 분석한 결과 산소 치료 이상의 치료가 필요한 중증 이상 환자는 전체의 9.1%였고 확진자 90.9%는 경증이었다.

이를 위해 정부는 생활치료센터를 도입했다. 27일 기준 수도권 7곳과 중부권 1곳 등 8개 생활치료센터에는 1744명 중 1275명이 입실했다. 전날 1184명에서 91명 늘어 가동률은 73.1%다. 입실 가능 인원은 469개실이다.

문제는 생활치료센터를 확진자 증감 정도에 따라 즉시 확보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정부는 공공기관 연수원이나 민간 숙박시설 등을 일정기간 빌리는 형태로 센터를 운영한다. 그러나 정부는 지역 주민 등의 반대로 센터를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따라서 환자가 급증하는 경우 환자들은 의료기관에 입원하거나 병상이 부족한 경우 대기하는 일이 발생한다.

이에 확진 환자를 치료하는 의료진 등을 중심으로 무증상·경증 환자의 자가 격리·치료 방안이 제기된 것이다.

주영수 코로나19 공동대응상황실장은 25일 신종감염병 중앙임상위원회 기자회견에서 "생활치료센터가 순차적으로 만드는 것이라 일부 (환자)는 불필요하게 병원에 계시거나 자가 대기하는 분들이 있다"며 "약간의 시간차가 있는 분들은 자가에서 대기하면서 봐도 큰 문제는 없다"고 말했다.

중앙임상위원회의 진료 권고안을 보면 병상과 생활치료센터 여유가 없는 상황에서 이상 증상이 발생할 경우 즉시 연락할 수 있는 보호자가 있다면 의료기관 이외 장소, 주로 가정에서 확진 환자도 대기할 수 있도록 비 의료기관 입원 결정 과정을 권고했다.

현재 방역당국이 우선 고려햐는 자가 격리·치료 대상은 치명률이 없거나 낮은 젊은층, 그중에서도 무증상 확진자와 부모 돌봄이 필요한 소아 등이다.

정은경 본부장은 "요구가 많은 부분들은 전혀 무증상이신 분들, 젊은 확진자이거나 소아의 경우에는 격리 시설에서의 관리가 쉽지 않은 부분들이 있다"며 "그런 분들이 1차적으로 적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자가 격리·치료 방안에 대해 감염병 전문가들은 다소 회의적이다. 병상도 생활치료센터도 없는 최악의 상황에 대비하는 방안 중 하나로 미리 준비할 수는 있지만 이를 확대 적용하는 데엔 신중하거나 반대 입장이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어느 정도 단계에서는 자가 대기를 해야 될 상황이 벌어질 수 있으니 준비를 해야 한다"며 "지금 접촉자 중에서도 이탈하는 사례가 있는데 확진자가 이탈을 하게 되면 감염 전파 위험이 크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준비 없이 시행하면 난리가 날 수 있다"며 "독거노인이나 취약계층은 (자가 격리·치료가 아닌) 시설을 정해 격리해야 한다. 시설에 누가 들어갈지 우선순위가 필요하다"고 했다.

경증이나 무증상이라 하더라도 감염이 가능한 코로나19 특성상 마스크 이외 보호장구 없이 확진 환자를 돌보는 보호자는 감염 위험성이 매우 높다. 더군다나 건강 상태의 정도를 의료진이 아닌 일반인이 확인하는 데에도 한계가 있다.

질병관리본부장을 지낸 정기석 한림대 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환자 본인이나 보호자 등이 생각하는 병세나 중한 정도와 의사나 간호사가 판단하는 것은 다를 수 있다"면서 "의사나 간호사가 급작스러운 상황에 대처하는 일이 가정에선 굉장히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정 교수는 "아이를 보호하기 위해 부모가 같이 입원하거나 생활치료센터에 입소하는 소아의 경우는 자가 치료 부분을 이해할 수 있다"며 "자가 치료는 의료의 일정 부분을 포기하는 행위인 만큼 전면 시행이 아니라 예외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당국도 감염 위험도와 자가 격리·치료 중인 확진자의 관리 방안 등이 전제돼야 한다는 데 뜻을 같이했다.

정은경 본부장은 "제일 우려가 되는 것은 가족 간의 전파가 일어날 수 있기 때문에 그런 부분들이 철저히 통제가 될 수 있는지, 또 자가격리 중인 접촉자들도 이탈이 발생하는데 확진자가 혹시나 이탈할 수 있는 그런 우려들이 있기 때문에 그런 부분들에 대한 관리를 철저히 할 수 있는지 하는 그런 몇 가지 점들이 전제돼야 도입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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