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집회 광주 참가자 '숨바꼭질'에 방역 허점

기사등록 2020/08/27 17:02:50

집회 일주일만에 명단 확보, 누락·부실 기재

명단 외 확진자 속출…그사이 n차 감염까지

[서울=뉴시스]김명원 기자 = 보수단체들이 15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 주변에 모여 8·15 대규모 집회를 이어가고 있다. 2020.08.15. kmx1105@newsis.com

[광주=뉴시스] 변재훈 기자 = 광주 지역 코로나19 급속 확산의 진원으로 꼽히는 광화문 집회 참가자 파악이 늦어지면서 추가 감염 연결고리 차단 등 방역 대응에 허점이 발생했다.

27일 광주시에 따르면, 지난 15일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열린 집회와 코로나19 감염 연관성이 확인된 확진자는 42명으로 잠정 집계됐다.

광화문 집회는 무더기 확진이 잇따른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 교인들이 다수 참석, 전국적인 감염 확산을 촉발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시 방역당국은 지난 18일 '광주·전남에서도 광화문 집회 참가자가 있다'는 제보를 받았다. 이후 집회 참가자를 태운 전세버스가 모인 출발지를 파악, 주변 폐쇄회로(CC)TV 영상을 통해 조직적인 집회 참가 정황을 확인했다.

또 모집책을 맡은 남구의 모 교회 담임목사가 발송한 문자메시지도 입수했다.

공지 문자에는 집회 시간·장소·1인당 회비(3만 원) 등이 명시됐고 '입금한 회비는 환불되지 않고 애국 헌금 처리된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시 방역당국은 경찰 협의를 거쳐 '인솔자' 목사에게 "집회 참가자 명단을 자진 제출하라"고 21일 행정명령을 내렸다.

목사가 회비 입금 내역을 토대로 참가자 명단을 뒤늦게 제출했지만, 'OOO 외 O명'식으로 기재된 경우가 많았다.

시 방역당국은 GPS 위치추적 정보와 확보한 명단 등을 종합해 222명이 집회에 참여한 것으로 잠정 결론 내렸다.

이 가운데 대다수는 코로나19 검사를 받아 격리 입원 또는 자가 격리됐지만, 나머지 29명은 소재 파악이 안 되거나 검사를 거부하고 있다. 방역당국은 경찰에 명단 내 미검사자 추적과 함께 전체 참가자에 대한 수사를 의뢰했다.

더욱이 당초 파악되지 않았던 284번 환자가 집회 참여 9일 만인 24일에서야 확진 판정을 받는 등 명단의 신뢰성도 흔들리고 있다. 문제는 명단 누락이 감염 연결고리 차단에 '구멍'으로 작용했다는 점이다.
[광주=뉴시스] 신대희 기자 = 25일 오후 광주 북구 각화동 모 교회에서 교인들이 코로나19 검사를 받고 있다. 방역당국은 광화문 집회 참석 뒤 전날 확진 판정을 받은 60대 여성이 지난 16일과 19일 이 교회에서 3차례 예배를 본 것으로 확인, 직·간접 접촉자로 분류된 교인 모두를 검사한다. 2020.08.25. sdhdream@newsis.com
284번 환자는 집회를 다녀온 뒤 이달 16일과 19일 세차례에 걸쳐 광주 성림침례교회 예배에 참석했으나, 최초 역학조사에서 관련 사실을 밝히지 않았다. 광화문행 전세버스 탑승지까지 동행했던 274번 환자와 접촉한 사실도 숨겼다.

지난 25일에서야 284번 환자가 집회를 다녀온 직후 교회 예배를 본 사실이 드러나, 교인 671명에 대한 전수 검사가 진행됐다. 이 과정에서 성가대원을 비롯한 30명이 전날 무더기로 확진됐다.

확진자 대부분은 광화문 집회 참가 뒤 일주일간 일상 생활을 하며 추가 감염을 불러왔다. 감염 사실 인지 여부와 무관하게 '방역체계를 뒤흔들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또 274번 환자는 '자가용을 타고 집회에 다녀왔다'고 주장하고 있어, 파악이 안 된 개별 참가자까지 포함하면 광화문 집회를 다녀온 지역민은 더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시 방역당국은 아직 발견 또는 관리되지 않는 확진자에 의한 추가 감염 확산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라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광화문 집회와 관련된 지역 교회 3곳에서 발생한 확진 사례를 들여다보는 한편, 집회 참가 규모를 파악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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