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정부, 경제에 발목잡혀 고민만…거리두기 3단계 행동해야"

기사등록 2020/08/27 13:50:45

일일 신규 확진 400명대 5개월만…비수도권 100명↑

정부 "3단계 심도 깊은 논의"…전문가 "행동 나서야"

"경제 때문에 3단계 불가하다는 지적은 이율배반적"

"방역효과 거두려면 거리두기 핵심…자발적 참여↓"

"3단계≠봉쇄…정부·사회 일각 3단계 오해하고 있어"

[서울=뉴시스]27일 0시 기준 신규 확진자는 441명으로 지난 3월7일 483명을 기록한 이후 173일만에 400명대를 기록했다. 국내발생 확진자는 434명으로 전날 307명보다 127명 더 늘었다. 최근 2주간 일평균 국내발생 신규 확진자는 269.2명이다.  (그래픽=안지혜 기자)  hokma@newsis.com
[서울=뉴시스] 정성원 기자 = 수도권에서 시작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규모 유행이 비수도권 지역으로 확산되자, 감염병 전문가들은 일제히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를 3단계로 격상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정부와 사회 일각에서 경제 때문에 거리두기 3단계 격상을 고민하고 있다면서 지금은 고민보다 행동이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의 국내 발생 현황에 따르면 27일 오전 0시 기준 신규 확진자 431명 가운데 지역발생 환자는 434명이다. 지난 3월7일 483명을 기록한 이후 173일만에 400명대를 기록했다.

국내 발생 434명 중 수도권 지역에서 313명, 비수도권 지역에서 121명이 나오면서 비수도권 지역 확산세도 점차 커지고 있다.

감염병 전문가들은 이미 예상된 상황이었다며, 한목소리로 거리두기 3단계 격상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천은미 이화여자대학교 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일일 신규 확진자 400명이 넘은) 일일 발생 통계에 대해선 전혀 놀랍지 않았다. 이미 예상했다"며 "수도권 전 지역에서 나오고 있고, 지방으로도 이미 퍼진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김우주 고려대학교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도 "일일 신규 확진자 수가 모든 것을 설명하지는 않는다. 숫자 너머에 실제로 벌어지는 상황을 봐야 한다"며 "생활 주변 곳곳에서 확진자나 나오고 있고, 지방에서도 곳곳에서 매일 100명 정도가 나오는 만큼 집단발생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전국 곳곳에서 확진자 발생이 심화하고 있지만, 정부는 3단계 즉시 격상에 신중한 입장이다. 완전한 3단계로 격상할지 또는 지금의 2단계 조치를 3단계에 준해 강화할지를 놓고 고심하는 것이다.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는 2주간 일일 평균 확진자 수가 100명을 초과하고, 한 주에 두 번 이상 확진자가 배로 증가(더블링)할 경우 발령된다. 현재는 더블링 조건만 충족되지 않았다.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이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정례브리핑에서 "현재 정부 차원에서 3단계(격상)에 대한 심도 깊은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며 "그것이 언제 실행될 것이냐는 부분들은 조만간 논의를 통해서 결정될 부분이다. 완전한 3단계로 격상하거나 3단계에 준하는 조치들로 갈지에 대한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속도 있게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세종=뉴시스]강종민 기자 =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보건복지부 공공보건정책관)이 27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현황을 브리핑 하고 있다. 2020.08.27. ppkjm@newsis.com
이 같은 신중론에 전문가들은 경제 때문에 3단계 격상을 고민하는 상황 자체가 이율배반적이라고 지적했다.

김탁 순천향대학교 부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3단계로 가면 경제가 위축된다는 주장은 맞지 않는다. 2단계가 방역적인 효과를 거두려면 상당한 활동 감소가 필요하고, 애초 경제는 위축될 수밖에 없다"며 "단계와 상관 없이 방역 효과를 거두려면 국민들의 거리두기 준수 여부가 핵심인데, 일주일 경과 시점에서도 환자 수가 줄지 않는다면, 자발적인 참여만으로 사회적 거리두기는 힘들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사실 정부에게 있어 지난 2~3월 대구에서의 대규모 유행 사례가 오히려 독이 됐다"며 "대구 유행은 처음 발생한 상황이라 국민들의 위험 인식도가 높았다. 대구에선 실제 행정적인 봉쇄 조치가 없었지만, 봉쇄 조치와 유사하게 이동량이 급감했고 역설적으로 경제도 어려워졌다"고 덧붙였다.

정부가 거리두기 3단계 자체를 '봉쇄'라고 생각한다는 뼈아픈 지적도 나왔다. 실제 3단계 조치가 봉쇄가 아닌데도, 이를 봉쇄라고 오해해 방역과 경제를 모두를 놓치고 있다는 것이다.

김우주 교수는 "경제를 위해 3단계 격상을 고민하고 쉽게 올릴 수 없다고 하는데 오해가 있는 것 같다"며 "3단계 기준이 경제 활성화가 아니다. 3단계는 의료시스템 붕괴를 막고, 국민 안전을 위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김 교수는 이어 "3단계는 '봉쇄' 조치가 아니다. 우리나라에서 이동 금지 등 봉쇄 전략은 없다"며 "유행 초기 우한에서 봉쇄했을 당시엔 모든 이동수단이 끊겼는데, 우리나라 3단계엔 그런 상황이 없다"고 말했다.

중대본이 제시한 단계별 거리두기 중 3단계 상향 시엔 필수적인 사회·경제 활동 외에 모든 활동이 원칙적으로 금지된다. 중대본이 지정한 고·중위험시설은 운영이 중단되고, 그 외 시설에선 강제적으로 방역수칙을 준수해야 한다.

실내 50인, 실외 100인 이상 모임이 금지됐던 2단계와 달리 3단계 상향 시 10인 이상의 집합·모임·행사가 금지된다. 2단계에서 무관중으로 실시됐던 프로스포츠 경기도 3단계 상향 시 전면 중단된다.

학교는 원격 수업으로 전환하거나 휴업을 해야 한다. 공공 기관·기업에선 필수 인원을 제외한 인력은 모두 재택근무를 실시하며, 민간 기관·기업에선 필수 인원 외 전원을 대상으로 재택근무를 권고한다.
[서울=뉴시스]지난 23일 0시부터 수도권에서 시행중인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가 전국으로 확대된다. (그래픽=안지혜 기자)  hokma@newsis.com
천은미 교수는 "일주일 이상 관찰했지만, 현 2단계만으로 조절되지 않는 건 분명한 사실"이라며 "이틀 전 신종감염병 중앙임상위원회에서 유행의 정점을 언급했지만, 지금은 정점을 말할 상황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우주 교수는 "절체절명의 상황이다. 숙고하고 논의할 때가 아니라 행동할 때"라며 "정부는 빨리 거리두기 3단계로 격상하고, 국민과 소통을 잘해 협조를 이끌어내는 행동의 시간"이라고 강조했다.

김탁 교수는 "정부가 3단계로 쉽게 가지 못하는 이유가 3단계 발령 이후 취약계층에 대한 보호 조치가 제대로 마련되지 않았고, 실제 3단계 상황을 겪어보지 못했기 때문에 준비가 되지 않은 측면도 있을 것"이라며 "빠른 시일 내에 방안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3단계 격상 범위와 유행 정점 예측에 대해 김탁 교수는 "전국적으로 3단계 격상이 필요하다. 일부 지역에서만 격상하면 효과가 없을 것"이라며 "거리두기는 접촉을 줄이는 게 핵심이고, 목표다. 3단계는 국민들이 자발적으로 사회적 거리두기를 어느 정도 하지 못하기 때문에 행정적으로 강제하는 조치"라고 강조했다.

3단계 발령 시 적합한 재난지원금 지급 방안에 대해 김우주 교수는 "재난지원금은 경제 활성화를 위해 나눠줄 게 아니라 3단계 발령으로 생계 위협을 받는 취약계층, 자영업자 등 상대적으로 어려운 계층에게 지급해야 한다"며 선별적인 지급 방안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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