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유행땐 발생 어려운 '더블링'…거리두기 격상 고려 조건 타당한가

기사등록 2020/08/27 04:30:00

28일까지 확진자 1200명 발생해도 조건 미충족

신규 확진 300명 유지해도 일주일 뒤 병상 비상

[인천=뉴시스] 이종철 기자 = 인천지역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속출한 26일 오후 인천시 서구 서구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시민이 검체 검사를 받고 있다. 2020.08.26.   jc4321@newsis.com
[서울=뉴시스] 구무서 기자 =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 격상 기준 중 하나인 '더블링' 현상이 실효성 논란에 휩싸였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지금처럼 세자릿 수 규모로 발생하면 2배가 증가해야 하는 더블링 현상이 나타나기 어렵기 때문이다.

더블링은 전날에 비해 확진자 수가 2배 늘어나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최근의 감염병 유행이 얼마나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지를 파악한다는 의미가 있다.

정부는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 격상 기준으로 ▲일주일에 더블링 현상 2회 이상 발생 ▲2주간 평균 일일 확진자 100~200명 이상 ▲국민·전문가 등 사회적 의견 수렴 등을 마련했다.

27일 기준 최근 일주일간 신규 확진자 발생 건수를 보면 전날보다 2배 이상 증가한 날은 없다.

이에 따라 더블링 기준을 맞추려면 26일 기준 국내 발생 307명에서 27일 614명, 28일 1228명이 발생해야 한다. 28일 1200명의 확진자가 나타나도 2배 이상이 아니기 때문에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일주일간 국내발생 신규 확진자는 총 2122명으로 일평균 303.1명에 달한다.

반면 지난 8월2일부터 8월8일까지 일주일간 신규 확진자 추이를 보면 3일 3명에서 4일 13명으로 2배 이상 증가했고 7일 9명에서 8일 30명으로 또 2배 이상 증가해 더블링 조건을 충족했다.

최원석 고려대학교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물론 평균적으로 100명 이상의 확진자가 나와야 하겠지만 더블링을 이렇게 적용하는 게 맞나 싶다"며 "이 부분 여러 이견이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 20일까지만 해도 더블링 등 3가지 조건을 모두 충족해야만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 격상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다 사흘 뒤인 23일에야 "절대적인 기준이 아니라 3단계 적용을 검토하는 참조 지표"라고 입장을 바꿨다.

20일에 발생한 국내발생 신규 확진자는 276명, 23일엔 387명이었다. 20일에라도 거리두기를 격상해 방역을 강화했다면 확산세를 더 일찍 잠재웠을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여전히 더블링이 방역당국의 참조 지표 중 하나로 포함되면서 대규모 확산때는 발빠른 방역 대응에 차질이 빚어질 수밖에 없다.

2주간 신규 확진자가 50명을 넘어가면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에 해당하고 시민과 정부가 방역에 만전을 기하기 때문에 전날에 비해 2배 이상 확진자가 폭증하는 경우는 쉽게 발생하기 어렵다.

 더 큰 문제는 더블링이 없더라도 유행의 규모가 지속적으로 유지되면 의료체계에 과부하가 걸릴 수 있다는 점이다.

25일 기준 국내 코로나19 환자 병상은 총 3260개가 있다. 확진자가 현재 입원 가능한 병상은 1038개다. 더블링 현상에 해당되지 않더라도 확진자가 하루에 1000명씩 발생하면 사실상 의료시스템 붕괴 위기다.

신종감염병 중앙임상위원회는 매일 300여명의 신규 확진자가 발생할 경우 약 일주일 뒤인 9월3일에 코로나19 중증 환자가 최대 130명이 발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 25일 기준 수도권 내 중증 환자 병상 총 319개 중 입원 가능한 병상은 19개다. 감염병 전담병원 1705개 병상 가운데 425개 병상이 비어 있다. 특히 경기도 지역에선 24개 병상만 남은 것으로 확인됐다.

기모란 국립암센터 교수는 "더블링은 얼마나 빠르게 확진자가 증가하느냐를 보는 참고기준"이라며 "어느 나라도 더블링 숫자가 충족됐다고 자동으로 거리두기 단계가 올라가는 곳이 없고 그렇게 하지도 않을거다. 신규 확진자 규모, 감염경로 조사 중인 숫자 등 여러가지 기준을 참고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방역당국이 더블링은 참고기준이라고 한지 3일이 지났지만 여전히 거리두기 격상은 이뤄지지 않았다.

김우주 고려대학교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더블링이 없더라도 의지가 있었다면 거리두기 3단계 격상을 했을 것"이라며 "경제에 미칠 영향을 고려하겠지만 유행을 빨리 줄이는 것이 경제에 더 도움이 된다. 지금도 3단계에 해당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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