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료계 논의 진전 이뤘지만 전공의들은 '거부'
의협 "모든 가능성 열어놓고 논의"…대화 여지 남겨
대전협은 강경투쟁 예고 "정부 행태에 결연히 저항"
파업 참여율도 큰 격차…개원의 6.4%, 전공의 58.3%
"젊은 의사들 전면전 해서라도 요구 관철시키려 해"
하지만 정부와의 협상 과정에서 의료계 내에서는 미묘하게 입장이 엇갈리는 모습이다. 대한의사협회(의협)는 정책 추진과 파업을 동시에 중단하는 정부 제안을 긍정적으로 검토하는 듯 했지만 전공의들은 '정책 철회'를 요구하며 강경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정부와 의협은 지난 25일 새벽까지 실무협의를 이어가며 ▲의대 정원 증원 ▲공공의대 신설 ▲한방첩약 급여화 시범사업 ▲비대면 진료 육성 등 4대 정책 추진 방식과 의료계 파업 문제 해결 방안에 대한 논의를 진전시켰다.
정부가 공개한 합의문(의협은 정부 제시문이라고 주장)을 보면 양측은 수도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이 안정화될 때까지 의대정원 확대, 공공의대 신설 정책 추진을 중단하고 코로나19 안정화 이후 협의체에서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협의하기로 했다.
또 정부는 의대 정원 통보 등 일방적 정책 추진을 강행하지 않기로 했다. 4대 정책의 발전적 방안에 대해 협의체에서 논의하자는 내용도 담겼다.
하지만 의협이 내부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에서 이 문안은 수용되지 않았고 협상은 결렬됐다. 인턴과 레지던트를 대표하는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대의원총회에서 이 문안을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의협은 26~28일 사흘간의 총파업을 강행했고, 정부는 전공의·전임의를 대상으로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하면서 양측 입장은 다시 충돌하게 됐다.
복지부는 "상생의 협의를 이룰 수 있는 협의 과정에서 입장을 번복하고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결정을 한 의협과 대전협에 깊은 유감의 뜻을 표한다"고 밝혔다.
최대집 의협 회장은 "정부와 입장의 차이만 확인했을 뿐 만족할 수준은 아니어서 총파업을 강행하게 됐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태도가 변하지 않는다면 기한 없는 3차 총파업이 진행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개원의 회원이 많은 비율을 차지하는 의협 내에서는 정부 제안이 이전에 비해 '진일보'했고 실무 협의에서 상당 부분 의견이 좁혀진 것은 긍정적이라는 여론이 존재한다.
의협은 이날 발표한 대국민담화문에서도 "치열한 실무협상의 과정에서 성실하게 임하여 주신 보건복지부의 진정성을 알고 있다. 의료계는 언제든 정부와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논의할 것"이라며 대화 재개 가능성을 열어놨다.
반면 대전협은 정부의 업무개시명령에 불응하고 강경한 투쟁을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대전협은 이날 채택한 결의문에서 "잘못된 의료 정책으로 국민을 속이는 정부의 행태에 결연히 저항한다"고 밝혔다.
개원의와 전공의들은 파업 참여율에서도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복지부에 따르면 파업 첫날인 26일 3만2787개 전국 의원급 의료기관 중 휴진 신고를 한 곳은 6.4%인 2097개에 그쳤다.
반면 전국 전공의 수련기관 163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전공의 1만277명 중 58.3%인 5995명이 파업에 참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전공의 단체 내에서는 강경 투쟁을 벌이더라도 정부 정책의 '철회'를 이끌어내야 한다는 주장이 다수를 이루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개원의들과 대학 교수들은 환자들이 병원으로 밀려오는 상황에서 진료 현장을 쉽게 떠나기 힘들다는 생각을 갖고 있지만 인턴, 레지던트들은 이번에 전면전을 해서라도 요구 사항을 관철시켜야 한다는 의식이 강하다"며 "하지만 많은 의사들이 젊은 의사들의 생각에 동의하고 있기 때문에 (현장 복귀를) 강요할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다"라고 전했다.
대부분의 개원의들도 정부 정책에 대한 거부감은 강하지만 여러 현실적인 이유로 적극적인 파업 참여는 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서울의 한 성형외과 전문의는 "이미 잡혀 있는 환자들의 예약이 있어 휴진을 하지는 못하고 있다"며 "주변의 개원의들을 보면 코로나19로 병원 상황이 좋지 않아 동네 여론 같은 것도 신경쓰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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