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봉으로 코와 목 채취…검사 후 다음날 결과 통보
15일 집회 참가자들 일부 마스크 벗고 모여있기도
바닥서 음식 나눠먹고 의경에 욕설하고 '아수라장'
코로나 걸린 전광훈, 마스크 벗고 연단에서 연설해
"네? 광복절 집회요?" (진료소 직원)
한마디 했을 뿐인데 보건소 선별진료소 직원의 눈이 커지더니 다급히 기자를 한쪽으로 데리고 갔다.
기자는 지난 15일 광복절집회를 취재했다. 비오는 광복절 날 집회 현장은 '아수라장'이었다.
충격적이었던 광복절집회가 끝나자 집회 참가자 중 일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였으며, 참가자들도 감염 우려가 있다는 뉴스가 줄을 이었다.
연휴가 끝난 지난 18일 오전 회사에서 집회 취재기자는 신속하게 코로나19 검사를 받으라는 지시가 내려왔다. 16~17일 거의 집에만 머물렀고 아무런 증상이 없었지만, 확진된 전광훈 목사도 증세가 없었다는 기억이 났다.
18일 낮 선별진료소에 가기 전 1339에 전화했지만, 대기자가 많다는 기계음만 계속 들릴 뿐 30분 동안 연결되지 않았다. 영등포보건소로 바로 전화를 했지만 역시 연결이 되지 않았다.
집 근처 영등포보건소에 있는 선별진료소에서 검사대상이 안된다고 해도 옆에 있는 병원에서라도 15만~16만원의 비용을 내고 검사를 받아야겠단 결심을 했다. 물론 회사에서는 검사비를 내주겠다고 했다.
폭염 날씨에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싶었지만 혹시라도 확진 결과가 나왔을 때 '동선공개'가 된다는 걸 생각하며 걷기로 했다.
낮 12시50분께 영등포보건소 선별진료소에는 기자를 포함해 6~7명이 있었다. 선별진료소 팻말 앞에는 마스크와 방호복을 입은 의료진이 서서 검사대상자인지를 선별해주고 있었다.
의료진은 기자가 광화문 집회를 취재했다는 말을 듣자마자 문진표를 작성해야한다며 비닐장갑을 끼게 한 뒤 다른 검사대상자들과는 거리가 떨어진 구석으로 안내했다.
의료진은 "광화문 집회 참석자들과 접촉이 있으셨나요?"라고 묻고 문진표에 체크해야할 부분을 표시해줬다. 문진표에 신원, 직장명, 증상 유무 등을 쓰고 제출했더니 면봉 두개와 분홍색 액체가 든 작은 통을 줬다.
검사실 앞쪽으로 거리두기를 하며 줄을 서면 된다는 안내를 받고 줄을 섰다. 내 앞에는 회사 유니폼을 입은 두 청년과 60대 여성 등이 차례로 줄을 섰다. 모두 1m의 간격을 두고 줄을 섰다.
개인적으로는 가장 공포스러웠던 코 채취를 먼저 했다. 듣던 것과는 달리 '면봉이 뇌까지 닿는 느낌'은 아니었다. 오히려 입안을 채취할 때 구역질이 나오려는 느낌을 살짝 받았지만, 그마저도 5초가 채 걸리지 않았다.
받은 통을 열어달라는 의료진의 이야기에 통 뚜껑을 돌려 열었다. 의료진은 면봉의 끝을 꺾어 집어넣고 잠궜다. 그리곤 통의 인적사항이 맞는지를 물었다.
그 후 뒤쪽에 위치한 아이스박스를 열고 그 안에 넣어달라는 지시를 받았다. 아이스박스 안에는 10여개의 채취한 통이 있었다. 넣고 아이스박스를 닫았더니 장갑을 벗고 소독제를 사용해달라고 했다.
기자는 검사를 받고 24시간이 되기 전인 전날 오전 10시께 카카오톡 메시지를 통해 '음성' 판정을 받았다.
광복절 집회 내내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었고 증상도 없었지만 코로나19 검사를 받아야겠다고 생각했던 이유는 바로 집회 날 보여준 참가자들의 행동 때문이었다.
이날 전 목사가 이끄는 사랑제일교회와 자유연대 등 보수단체들은 서울시의 집회금지 명령에도 지난 15일 종로구 경복궁역 인근에서 정부와 여당을 규탄하는 집회를 열었다.
우비를 입은 경찰들이 참석자들에게 서울시의 집회금지명령을 설명하고 돌아갈 것을 촉구했지만, 일부 참가자들은 경찰들에게 항의하거나 시비를 걸기도 했다.
참가자들은 집회를 기다리면서 비를 피하기 위해 경복궁역 인근 카페에 들어가거나 지하철 역사에 들어가 있었다. 좁은 공간에서 많은 사람들이 있다 보니 사회적 거리두기는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특히 카페에선 모여 앉은 참가자들이 마스크를 벗고 이야기를 하는 모습이 눈에 많이 띄었다.
참석자들을 태운 포항, 경주, 부산, 마산 등 전국 각지에서 온 관광버스가 한동안 경복궁 앞에서 사람들을 내려줬다.
경복궁역 앞에서 시위가 안 된다는 걸 안 사랑제일교회 등 집회참가자들은 보수단체 '일파만파'의 집회장소인 동화면세점 방향으로 이동했다. 이 과정에서 질서유지를 위해 서있는 손자뻘 의경들에게 이유 없이 욕설을 하는 참가자들도 있었다.
횡단보도를 통해 길을 건너라는 경찰의 지시를 지키지 않는 수십명의 사람들이 단체로 경찰들을 밀쳐 한동안 몸싸움이 나기도 했다.
마스크를 잘 쓴 사람들도 있었지만 더운 날씨에 비까지 내려 답답함을 느낀 일부 노년 남성들은 마스크를 코 밑으로 내려 쓰거나 아예 벗기도 했다.
집회시간이 점심시간과 겹치자 일부 참석자들은 바닥에 둥글게 모여 앉아 음식을 나눠먹는 모습도 포착됐다. 마스크는 둘째 치고 음식을 나눠먹으면서 타액이 섞일 가능성도 높아진 것이다.
광화문 인근 모든 식당과 카페에는 참석자들이 점령했는데, 카페는 발 디딜 틈 없이 서로 어깨가 겹칠만큼 모여 있었다. 인근 식당에서도 자리가 없어 합석을 할 정도로 붐볐다.
오후 1시께 강한 비가 쏟아지자 일부 참가자들은 인근 가게나 건물 처마 밑으로 몸을 피했다. 이 때도 많은 사람들이 좁은 곳에 장시간 함께 머물렀다.
그날 단상에 올라 연설을 한 전 목사는 코로나19 확진자였지만 마스크를 벗고 말을 했다. 전 목사의 연설을 듣고 박수를 치며 환호하는 사람들 중에도 전 목사를 따라 마스크를 벗은 사람들이 소수지만 눈에 띄었다.
전국에서 모인 수만명의 사람들이 비가 쏟아지는 날씨에 한곳에 밀집해 거리두기를 지키지 않고, 소리를 지르는 등 코로나19에 대한 경각심은 찾아볼 수 없는 집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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