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라루스 야당 대선후보, 리투아니아行…지지자들 '허탈'

기사등록 2020/08/11 16:46:48

외무장관 "티하놉스카야, 아이들과 함께 안전하게 있다"

[민스크=AP/뉴시스]스베틀라나 티하놉스카야 벨라루스 대통령 후보가 2일(현지시간) 브레스트에서 열린 자신의 지지 모임에서 지지자들에게 연설하고 있다. 평범한 주부였던 그는 반체제 유명 유튜버인 남편이 사회질서 교란 혐의로 지난 5월 말 체포되자 대선에 출마했고 지금은 26년간 장기 집권하는 알렉산드르 라카셴코 현 대통령의 강력한 대항마로 부상했다. 2020.08.03.

[서울=뉴시스] 양소리 기자 = 1994년부터 집권 중인 알렉산드르 루카셴코(66) 벨라루스 대통령의 대항마로 등장했던 스베틀라나 티하놉스카야(37)가 현재 리투아니아로 몸을 피한 것으로 밝혀졌다. 그를 중심으로 반(反)정부 시위를 이어가던 시민들은 허탈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리나스 린케비추스 벨라루스 외무장관은 11일(현지시간) "티하놉스카야는 리투아니아에 도착했으며 지금은 안전하다"고 발트 3국 뉴스통신인 BNS에 말했다. 또 그가 현재 아이들과 함께 있다고 부연했다.

벨라루스와 같이 옛 소비에트연방공화국 국가였던 리투아니아는 독립 후 유럽연합(EU),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등에 빠르게 가입하며 친(親)유럽 노선을 걷고 있는 나라다. 리투아니아는 벨라루스는 물론 러시아의 야권 인사들의 피난처로도 유용하게 활용되고 있다.

티하놉스카야는 유명 반체제 유튜버인 남편이 사회질서 교란 혐의로 지난 5월 말 체포되자 이에 반발해 대선에 출마한 인물이다.

영어 교사 출신은 그는 선거 운동 기간동안 '루카셴코 독재에 용기를 내 저항한 평범한 시민'임을 강조하며 벨라루스 전역에서 돌풍을 일으켰다.


[민스크=AP/뉴시스]10일(현지시간) 벨라루스 수도 민스크에서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대통령 연임에 항의하는 대규모 집회가 열린 가운데 경찰이 시위대를 제압하고 있다. 수천 명의 시위대가 거리로 나와 선거 결과에 불복하는 시위를 이어갔으며 야권은 불법·조작 선거를 주장하고 있다. 루카셴코 대통령은 불법 시위를 용납하지 않겠다면서 국가를 분열하려는 시도에 대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2020.08.11. 


수도 민스크에서는 6만명이 모여 티하놉스카야의 당선을 지지하는 집회를 열기도 했다. AP통신 등은 "구 소련 국가인 벨라루스에서 이같은 규모의 정치집회가 벌어진 것은 독립 이후 처음"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9일 선거 결과 티하놉스카야의 득표율은 9.9%에 그쳤다. 벨라루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루카셴코 대통령은 80.23%의 득표율로 6기 집권을 시작한다.

티하놉스카야는 그러나 10일 기자회견을 열고 중앙선관위를 방문해 일부 투표소의 개표 결과에 대해 재검표를 실시하거나 재투표를 실시할 것을 요구했다. 루카셴코 대통령의 불법·편법 선거를 의심하면서다.

벨라루스의 주요 도시에선 9일 밤 출구 조사 결과가 공표된 이후 이에 반발하는 야권지지자들이 이틀 연속 밤샘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벨라루스 내무부는 "9일 밤부터 시작된 시위가 격화되며 시위자 1명이 사망하고, 50명의 시위대와 39명의 경찰이 부상을 입었다"고 발표했다.

티하놉스카야는 지난 10일 기자회견에서 "시위대를 향한 정부의 가혹한 압력에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모르겠다"면서도 함께 시위대와 뜻을 함께 하겠다고 발언했다.

티하놉스카야의 리투아니아행 소식에 벨라루스 누리꾼들의 의견은 분분하다. 일부 누리꾼들은 트위터에 "신뢰할 수 없는 약한 사람"이라고 비난하는 한편 또 다른 이들은 "강력한 당선 후보였던 그가 살아남는 게 우선이다"며 권력 이양을 위한 구심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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