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생아 낙상사 은폐' 의사들, 2심도 실형…"책임만 회피"

기사등록 2020/08/11 11:28:48

신생아 낙상사고 발생하자 은폐한 혐의

1심 "의료 신뢰 뿌리채 흔들어" 각 실형

2심 "사고 숨기고 책임 회피…엄한 처벌"

[서울=뉴시스] 전진환 기자 = 분당차여성병원 신생아 낙상 사건의 피의자 문모(오른쪽)씨와 이모씨가 지난해 4월1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지방법원에서 영장실질 심사를 마치고 나오고 있다. 2019.04.18. amin2@newsis.com
[서울=뉴시스] 옥성구 기자 = 병원에서 신생아가 바닥에 떨어져 사망하게 된 사고를 은폐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의사들이 항소심에서도 실형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9부(부장판사 최한돈)는 11일 증거인멸 등 혐의로 기소된 분당차여성병원 소속 의사 문모(53)씨와 이모(66)씨 항소심에서 1심과 같이 각 징역 2년에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또 1심과 같이 병원을 총괄하는 부원장 장모(64)씨에게 징역 2년을, 신생아를 넘어져 다치게 했음에도 이를 진료기록에 반영하지 않은 혐의를 받는 의사 이모(40)씨에게 금고 1년에 집행유예 2년,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씨가 아기를 안아 옮기면서 넘어졌고, 그로 인해 아기의 머리가 바닥에 닿은 것이 인정된다"며 "아기의 뇌출혈 등이 자궁 내 혹은 분만 과정에서 발생했을 가능성은 희박해 이 사건 낙상과 아기 사망의 인과 관계가 충분히 인정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아기가 사망한 중대 결과에도 병원은 절차를 전혀 이행하지 않았다"면서 "나아가 책임자인 문씨 등은 낙상을 어디에도 기재 안 했고 보호자에게도 고지하지 않아, 이 사건을 은폐해 단순 병사 처리하고자 하는 암묵적 의사표시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씨의 업무상 과실치사 죄책도 결코 가볍지 않지만, 이 사건에서는 그보다 문씨 등이 그후에 보인 증거인멸 행위가 훨씬 무겁다"고 말했다.

또 "문씨 등이 독점 혹은 편중된 정보를 이용해 이 사건 사고 원인을 숨기고 그 결과 오랜 시간이 흘러서 비로소 개시된 수사 절차에서도 용서를 구하는 대신 책임을 회피하려 했다"며 "합의 정상이 있어도 엄한 처벌을 피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다만 재판부는 1심에서 무죄 판단된 일부 혐의가 유죄로 변경된 부분도 있지만 "성실히 의술을 베풀어온 의료인인 점을 참작했다"며 1심 형량을 유지했다.

문씨 등은 지난 2016년 8월11일 병원에서 제왕절개 수술로 태어난 신생아를 의사가 안고 옮기다 넘어진 뒤 아이가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하자, 이를 은폐하기 위해 증거를 인멸하고 진단서를 허위 발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들은 병원 측 과실을 숨기기 위해 아이 부모에게는 낙상과 그에 따른 두개골 골절, 뇌초음파 촬영결과 등을 전혀 알리지 않고, 사망진단서에 '병사'로 표기한 뒤 부검 없이 시신을 화장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이들은 두개골 골절과 출혈 흔적이 담긴 신생아의 뇌 초음파 기록을 삭제하는 등 증거를 인멸하려 한 혐의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1심은 "환자들이 신뢰할 수밖에 없는 의사들이 신뢰를 배반하고 범행을 저질렀고, 의료 일반에 대한 신뢰를 뿌리째 흔든 매우 심각한 범죄"라며 문씨와 이씨, 장씨에게 각 실형을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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