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때 보다 더 거대한 레바논 최대 폭발"
"설명조차 할 수 없는 대대적인 파괴"
이날 외신들에 따르면 베이루트항에서 큰 굉음과 함께 일어난 두 차례의 폭발은 가히 위력적이었다.
일본 히로시마 원자폭탄 투하 때처럼 거대한 잿빛 버섯 구름이 만들어졌고 반경 10㎞ 이내 건물은 대다수 파괴됐다. 건물은 앙상한 골격만 흉측하게 남았고 깨진 유리창 조각들은 거리를 메웠다. 폭발 소리는 약 240㎞ 떨어진 곳까지 들릴 정도로 강력했다. 요르단 지진관측소는 규모 4.5 지진에 맞먹는 지진파가 발생했다고 발표했다. 미 지질조사국(USGS)는 규모 3.3으로 밝히기도 했다. 폭발 현장 인근 도로와 공터엔 시신이 즐비했고 붉게 물든 옷을 걸쳐 입은 부상자들이 가득했다.
알자지라에 따르면 한 생존자는 "내가 아직 살아 있다니 믿을 수 없다"고 했다. 그는 베이루트항과 평행한 레바논 전기 시설에서 몇 미터 떨어진 곳에 있었다면서 "차 밖으로 나가 한 건물 입구로 도망치려다 건물이 파괴된 것을 알았다. 부모님에게 전화를 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면서 이 같이 말했다.
베이루트대의 한 부교수는 폭발 당시 베이루트 외곽에 있었지만 '가까운' 느낌이었다며 "사방이 흔들렸고 매우 거대했다.레바논 내전, 이스라엘 참공 등을 겪었지만 이전에 겪어보지 못한 거대함이었다. 레바논에서 일어난 가장 큰 폭발"이라고 평가했다.
모하메드 칼리페 전 보건장관은 "설명조차 할 수 없는 대대적인 파괴"라고 회상했다.
폭발 현장으로부터 불과 1㎞ 떨어진 곳에 있었다던 전 육군장성은 "거리 곳곳에 깨진 유리가 있었고, 여기저기에 부상자가 있었다. 재앙이었다"며 "모든 것이 내전의 마지막 날을 떠올리게 했다"고 말했다.
유리파편에 부상을 입은 한 남성은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겠다. 낚시를 하다 불이 났다고 해 집으로 향했는데 뭔가 폭발하는 것이 들렸고 부상을 입었다"며 "이게 내가 기억하는 전부"라고 힘들어했다.
유리조각에 얼굴을 다친 또 다른 부상자는 "차가 저 아래로 굴러 떨어졌다"며 "유리 때문에 다친 것 같다"고 기억했다.
현장 인근에 정박해 있던 선박에서도 부상자가 여럿 나왔다. 69세의 한 승무원은 "선실, 휴게실, 모든 것이 파괴됐다"며 "폭발 소리를 들었고 로비 반대편으로 날아가 카펫으로 떨어졌는데 그래서 운 좋게 살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병원도 넘쳐나는 부상자들로 아비규환이었다.
다른 곳으로 가라는 말을 들은 한 남자는 "재앙"이라며 믿지 못하겠다는 반응을 보였고 한 젊은 어린 아이에게 "아빠가 천국에 갔다"며 오열했다.
그는 "가족과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은 질소 산화물이 섞인 유독가스 때문에 집으로 돌아가려 했지만 그럴 수 없었다"며 "집을 잃은 친구들이 있다. 그들의 집들은 완전히 파괴됐다. 내가 가서 그들을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
한 주민은 "베이루트 항구가 완전히 파괴됐다. 너무 공포스럽다"며 "세상의 종말(apolcalypse)과 같았다"고 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또 다른 생존자는 폭발 후 현장의 모습이 마치 "멀리서 본 전쟁 사진처럼 보였다"고 회상했다.
그는 "불과 한 시간 전만 해도 우리 모두 개를 산책시키거나 이메일을 확인하고 식료품을 사러 쇼핑을 하고 있었다"며 "(지금은) 거리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피를 흘리거나 임시로 만든 붕대로 감고 있다. 병원에는 온 몸이 붉게 물든 여성이 미동 없이 누워 있었다"고 가슴 아파했다.
레바논 대폭발 참사로 지금까지 최소 100명이 숨지고 4000명 이상이 다친 것으로 알려졌으며 사망자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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