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에 결국 빅딜 무산되나…아시아나 직원들 '불안·답답'(종합)

기사등록 2020/07/27 17:14:45

HDC현산, 아시아나 인수전 '재실사' 요구 나서

계약 파기 시 소송전 대비한 행보일 가능성도

코로나19에 딜 무산 위기까지…속타는 직원들

[인천공항=뉴시스]박미소 기자 = HDC현대산업개발이 아시아나항공 기업결합신고 절차를 마무리했다고 밝힌 3일 오후 인천공항 제1여객터미널 출국장 밖에 아시아나 항공기가 보이고 있다. 2020.07.03 misocamera@newsis.com



[서울=뉴시스] 고은결 기자 =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이 교착상태에 빠지며 직원들 사이에서도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최근 이스타항공 인수전이 무산된 데 이어 HDC현대산업개발과 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M&A) 또한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반 년 가까이 비상경영 체제가 이어지고 있는데, 기대를 모은 인수전마저 삐걱거리며 내부 분위기는 더 가라앉고 있다는 전언이다.

27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인수 주체인 HDC현산은 지난 24일 금호산업에 "계약상 진술 및 보장이 중요한 면에서 진실, 정확하지 않고 명백한 확약 위반 등 거래 종결의 선행조건이 충족되지 않았다"라고 회신했다.

그러면서 다음 달 중순부터 약 12주 동안 인수 상황 재점검을 위한 재실사에 나서자고 제안했다. 업계에선 HDC현산이 재실사를 요구하며 시간 벌기에 나서는 한편, 재실사를 통해 법적 책임을 대비한 '명분 쌓기'에 돌입하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약 7개월째 이어지고 있는 HDC현산의 아시아나항공 M&A는 코로나19 사태에 제동이 걸린 상황이다.

HDC현산은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올해 상반기 중 마무리할 계획이었지만 지난 4월 돌연 실사 작업을 중단했다. 이후 거래 종결의 선행조건이 충족되지 않았다며 인수 지연에 대한 책임을 금호산업 측에 돌렸다. 업계에서는 코로나19로 인한 장기 불황이 이번 딜을 무산 위기까지 몰고 간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아시아나항공은 올 1분기 영업손실이 2082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118억원) 대비보다 적자폭이 크게 늘었다. HDC현산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의 부채는 계약 체결일 이후 올 들어 4조5000억원 이상 늘었다.

또한 올해부터 새 회계기준(IFRS-16)에 따라 비행기 운용리스 비용도 부채로 잡힌다. 아시아나항공이 보유한 항공기 84대 중 약 50대가 운용리스로 도입됐다.

[인천공항=뉴시스]홍효식 기자 = 아시아나항공이 일본 취항 30년만에 일본 전 노선의 운항을 중단한 9일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 출국장 아시아나항공 발권 창구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20.03.09. yesphoto@newsis.com


일각에서는 아시아나항공이 인수 무산에 대비해 내부적으로 태스크포스(TF)팀 운영을 준비 중인 것으로 보고 있지만, 아시아나항공 측은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이다.

기약 없는 인수전이 길어지며 직원들의 속앓이도 깊어지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코로나19 사태에 지난 2월부터 비상경영 체제를 가동했다. 지난 4월부터는 임원 월급 반납과 함께 전 직원이 최소 15일 이상의 무급휴직을 시행 중이다.

한 아시아나항공 직원은 "불투명한 상황에서 답답하고 불안한 마음이 든다"라면서도 "현재로서는 화물 등 부문에서 영업력 강화에 힘쓰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 게 없다"라고 토로했다.

특히 최근 이스타항공 인수전이 파국을 맞으며 아시아나항공 매각 또한 '노딜'로 귀결될 수 있다는 불안이 이어진다.

다만 이스타항공조종사노동조합이 제주항공 측에 M&A 촉구를 이행하며 강경한 행보를 보인 것과 달리, 아시아나항공 조종사 노동조합, 아시아나항공 일반노조, 아시아나항공 열린 조종사 노조 등 아시아나항공 3대 노조는 인수전과 관련해 당장 성명 등을 낼 계획은 없다.

이와 관련해 한 업계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은 채권단을 두고 있고, 이스타항공의 경우처럼 인수 무산 시 당장 파산 위기에 몰리는 상황은 아니기 때문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시아나항공은 매각이 좌초될 시 채권단 관리 체제에 돌입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된다.

아시아나항공은 과거에도 그룹의 유동성 위기로 지난 2010년 1월 채권단 자율협약에 돌입한 바 있다. 그룹 차원의 경영 정상화 노력으로 약 5년 만인 지난 2014년12월 자율협약을 졸업했지만, 이후에도 재무상태 개선이 쉽지 않았다.

이번에도 딜 무산으로 채권단 관리 체제가 현실화될 경우, 채권단은 구조조정 및 자회사 분리 매각까지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항공업계 내 '빅딜'이 잇달아 무산 위기에 처하면서 노동계를 중심으로 정부의 지원책이 그리 효과적이지 않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원섭 공공운수노동조합 조직쟁의국장은 "그동안 정부가 항공업계를 지원해왔지만 지원 방향은 결국 대출에 국한된 수준이었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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