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제약·바이오 업체 초기 임상시험 결과 긍정적
英 아스트로제네카 美 모더나 中 칸시노가 선두권
바이러스 벡터, DNA, RNA 등 백신 개발 기술도 다양
임상 3상 돌입한 아스트라제네카, 연내 출시 가능성
"1년 내 개발 가능" vs "조기 개발 확률 낮다" 의견 팽팽
[서울=뉴시스] 안호균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개발을 위한 각국의 속도 경쟁에 불이 붙고 있다. 최근 각국 연구기관과 다국적 제약·바이오 업체들이 잇따라 긍정적인 내용의 임상시험 중간 결과를 발표하면서 백신 조기 개발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조심스럽게 연내 공급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아직 백신 후보 물질들의 안전성과 효과성이 대규모 임상시험을 통해 검증된 것은 아니어서 큰 기대를 걸 상황은 아니라는 신중론도 존재한다.
23일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현재 진행 중인 코로나19 관련 백신 임상시험은 전 세계적으로 24개에 이른다. 임상 전 단계에 있는 백신 후보 물질도 150여개에 달한다.
뉴욕타임스(NYT)의 코로나바이러스 백신 추적기(Coronavirus Vaccine Tracker)를 보면 ▲영국 아스트라제네카·옥스포드대학 ▲중국 시노팜·우한생물제품연구소 ▲중국 시노백 바이오테크 ▲호주 머독 아동 연구소 등이 3상 시험 단계에 있다. 또 2상을 마친 중국 칸시노 바이오로직스는 유일하게 보건 당국으로부터 긴급 사용 승인을 받았다. 모더나, 존슨앤존슨, 노바백스 등 미국 제약사들은 현재 임상 2상 단계에 있다.
현재까지는 영국과 미국, 중국 업체들이 긍정적인 임상시험 중간 결과를 발표하며 선두권을 형성하는 모습이다.
영국의 아스트라제네카는 속도와 규모 측면에서 현재 가장 앞서가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아스트라제네카와 함께 연구를 진행 중인 옥스퍼드대는 지난 20일 의학 학술지 랜싯에 코로나 백신 초기 임상 시험 결과를 발표했다. 지난 4월 성인 1077명을 대상으로 백신 후보 물질(ADZ1222)을 투여한 결과 참가자 전원의 체내에서 보호 중화항체와 면역T세포가 증가했다는 내용이다. 중화항체와 T세포는 바이러스를 파괴하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 업체들도 백신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모더나는 백신 후보 물질(mRNA-1273) 임상 1상 시험에서 45명 전원에 대한 항체가 형성됐다고 지난 14일 뉴잉글랜드의학저널을 통해 발표했다. 화이자는 독일 바이오테크와 지원자 6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두번째 초기 임상시험에서 중화항체 형성 등 면역 반응을 유도하는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중국 제약사 칸시노 바이오로직스와 중국군 연구진이 공동 진행한 임상시험 결과도 발표됐다. 칸시노는 랜싯에 게재한 2차 임상시험 결과에서 대상자 506명에 백신 후보물질(Ad5-nCoV)을 투여한 결과 시험군 대부분이 높은 수준의 면역 반응을 일으켰다고 밝혔다.
◇바이러스 벡터, DNA, RNA 등 다양한 백신 개발 중
글로벌 제약·바이오 업체들은 다양한 기술을 활용해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나서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적으로 ▲바이러스 벡터 백신 ▲불활화 백신 ▲DNA 백신 ▲RNA 백신 ▲재조합 백신 ▲바이러스 유사 입자 백신 등 다양한 종류의 코로나19 백신이 개발 중이다.
바이러스 벡터 백신은 바이러스 항원 유전자를 인체에 해를 끼치지 않는 다른 바이러스에 넣어 투여하는 방식이다. 영국의 아스트라제네카와 중국의 칸시노가 이 유형의 백신을 만들고 있다. 아스트라제네카는 침팬지 아데노바이러스를 운반체(벡터)로 쓴다. 칸시노는 사람 감기 바이러스인 아데노바이러스 타입5를 벡터로 이용한다.
DNA 백신과 RNA 백신은 유전자를 주입하는 방식이다. 이 유전자는 바이러스가 인체에 달라붙을 때 쓰는 돌기(스파이크 단백질)를 만들어낸다. 유전자를 이중 나선 구조인 DNA로 넣느냐 단일 가닥인 RNA로 넣느냐에 따라 두 종류로 구분된다. 모더나와 화이자는 RNA 백신을, 미국 바이오기업 이노비오는 DNA 백신을 개발 중이다.
재조합 백신은 바이러스 항원 단백질을 유전자재조합 기술로 만들어 투여하는 방식이다. 미국 제약사 노바백스 등이 이 기술을 쓴다. 불활화 백신은 바이러스를 사멸시켜 투여하는 전통적인 기술로, 중국의 시노백과 시노팜 등이 이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각 업체들이 사용하고 있는 기술이 향후 백신 개발의 성패나 속도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설대우 중앙대 약학대학 교수는 "아스트라제네카(바이러스벡터)와 모더나·화이자(RNA)가 하고 있는 것은 안전한 백신에 속한다. 백신 물질이 우리 세포 안으로 들어가도 유전체에 삽입이 안된다"라며 "이노비오가 하고 있는 DNA 백신은 우리 몸안에서 깨지면서 유전체에 삽입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설 교수는 "우리 유전체에 삽입이 되면 몇 년에 걸쳐서 돌연변이를 유발하면서 운이 나쁘면 암 등의 변이를 만 들 수도 있다"며 "그래서 어떤 기술을 쓰느냐는 백신의 안전성, (검증) 기간과 관련이 있다"고 덧붙였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모더나는 여태까지 (mRNA 방식으로) 허가된 백신이 없다는 것이 약점"이라며 "(아스트로제네카가 개발 중인) 침팬지 아데노바이러스 벡터는 그나마 에볼라 백신에 대해서 최근에 허가를 받은 경험이 있다. 그래서 아스트로제네카 쪽에 줄을 많이 서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칸시노는 사람의 아데노바이러스 벡터인데, 임상 결과를 보면 평상시 아데노바이러스 감기에 걸려서 이미 항체를 갖고 있었던 사람한테는 백신을 접종했더니 코로나19 바이러스 항체 생성률이 상대적으로 낮다"며 "그런 측면에서 아데노바이러스에 걸렸던 사람에게서는 예방 효과가 떨어질 수 있다"고 부연했다.
◇"백신 출시 1년 내 가능" vs "확률 5%도 안돼"
글로벌 제약·바이오 업체들이 연일 긍정적인 임상시험 결과를 발표하면서 조기에 코로나19 백신이 출시될 수 있다는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임상 3상에 걸리는 시간이 3~6개월로 매우 짧다고 가정하면 연내에 개발이 완료될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아스트라제네카는 영국(1만명), 미국(3만명), 브라질(5000명), 남아프리카공화국(2000명) 등 전 세계에서 대규모 추가 임상 시험을 진행할 계획이다. 이 업체는 올해 9월 영국에서, 10월엔 미국에서 백신을 출시할 것이라는 기대를 받고 있다.
칸시노바이오는 지난달 중국군 특수상비약품 인가를 획득했다. 군사 목적으로는 백신 사용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이 업체는 해외에서 임상 3상을 진행하기 위해 브라질, 러시아 등과도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모더나는 오는 27일부터 3상에 들어갈 예정이다. 모더나가 개발 중인 백신 후보물질(mRNA-1273)은 미국 식품의약국(FDA)로부터 패스트트랙 지정을 받아 임상에 성공한다면 비교적 빠르게 허가를 받을 수 있다. FDA는 시험 중인 백신의 효능이 플라시보(가짜약)에 비해 50% 이상 높다면 출시를 허가하겠다는 입장이다. 빠른 백신 개발을 위해 기존 승인 기준(70%)보다 문턱을 낮췄다.
묵현상 범부처신약개발사업단장은 지난 21일 열린 코로나19 치료제·백신 관련 정책토론회에서 "(백신 출시는) 임상 3상을 해서 최종적으로 백신이 효과가 있다고 판정하는 것을 1년 동안 확인하는 정도라면 내년 8월에 안전한 백신이 허가받고 시장에 나올 것이고, 서둘러서 6개월 내에 보자고 하면 올해 연말에도 출현은 가능하다고 보여진다"고 언급했다.
다만 묵 단장은 "객관적으로 볼 때 올해 연말까지 당기는 것은 굉장히 어려울 것 같고 1년 정도 백신을 접종한 상황을 보고 결정을 내리는게 가장 합리적이지 않나 보고 있다"며 "현재 1종류의 백신이 임상 3상에 착수를 했고, 2개의 백신이 이달 말 임상 3상에 들어간다. 그리고 내년 7월까지 15개 정도의 백신들이 쭉 따라올 것이고, 이 중 성공하는 확률은 50% 이상이 되지 않겠나 보고 있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백신 개발에 수년에서 수십년의 기간이 걸리는 점을 감안할 때 상황을 낙관하긴 어렵다는게 다수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김 교수는 "전문가들의 보고서를 보면 1상부터 시작해서 (성공할 확률이) 7% 정도라고 한다"며 "정말 중요한 것은 (대규모로 진행되는) 3상이고, 3상에서 주저앉는 경우가 많다. (1년 내 개발 완료는) 희망사항일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6개월 만에 1상, 2상 자료까지 나온 것은 기적에 가까운 일이고, 항체가 형성되고 중화항체까지 나왔다는 것은 긍정적인데 실제 방어 효과가 얼마나 될지는 3상에서 봐야 한다"며 "또 치명적인 부작용은 1상, 2상에서 발견할 수 없다. 안전성과 실제 방어 효과를 입증하는 일이 남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설 교수는 "(백신이 조기에 개발 완료될 확률은) 5%도 되지 않는다고 본다. 백신은 만들기는 쉽지만 (완성하는 것은) 약보다 훨씬 오래 걸린다"며 "백신 개발을 10단계로 보면 항체가 생긴다는 것은 1단계에 불과하다. 항체를 만드는 것과 상관 없이 보호 효과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설 교수는 또 코로나19 감염으로 형성된 항체의 지속 기간이 매우 짧다는 해외 연구 결과를 거론하며 "백신을 맞은 뒤 항체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감염이 되면 백신의 효과가 안 나올 수도 있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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