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조금 3900억 유로, 대출 3600억 유로'안 제시
기금, '법치주의' 연동되나…헝가리 "동의 못 해"
[서울=뉴시스] 양소리 기자 = 20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는 유럽연합(EU) 27개 회원국 정상회의가 나흘 째 이어졌다. 17~18일 일정으로 예정됐던 EU 정상회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경제회복기금 지급 방안을 놓고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한 채 이틀 연속 연장전에 돌입한 상태다.
AP통신은 이날 "사상 최장기전에 돌입한 EU 정상회의가 전반적으로 활기를 되찾은 듯 하다"며 "대규모 부양책 지급을 놓고 합의점을 찾은 모습"이라고 전했다. 아직 합의안이 승인되진 않았으나 관계자들은 "승산이 있다"는 긍정적인 입장이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비정상적인 상황에서는 비상한 노력이 필요하다"면서 EU 회원국들이 타협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고 말했다.
◇7500억 유로 기금… '보조금' 3900억 유로· '대출' 3600억 유로
이번 EU 정상회의의 주요 논의 내용은 EU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가 마련한 코로나19 경제회복기금 7500억 유로(약 1030조원)의 분배 방식이다. 핵심은 이를 상환할 필요 없는 '보조금' 형식으로 주느냐, '대출' 형식으로 지급한 후 돌려받느냐다.
EU 집행위 역시 이 자금을 금융시장에서 빌린 뒤 코로나19 피해가 심각한 회원국에 지원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보조금'이 '대출'보다 많아지면 회원국이 분배해 짊어질 빚이 늘어난다.
집행위는 7500억 유로 중 5000억 유로는 보조금, 나머지 2500억 유로는 대출로 지원하겠다고 당초 계획안을 내놨다. 그러나 네덜란드·오스트리아·스웨덴·덴마크·폴란드 등 재정적으로 안정된 국가들 사이에서 강한 반발이 일었다. 보조금을 최대 3500억 유로까지만 수용할 수 있다면서다.
보조금을 4000억 유로 이하로 책정할 수 없다던 프랑스, 독일, 스페인, 이탈리아 등은 20일 한발 물러나 '보조금 3900억 유로, 대출 3600억 유로'의 타협안을 내놨다.
메르켈 총리와 프랑스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19일과 20일 협상 테이블에서 주축이 돼 합의점을 찾았다고 관계자들은 전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상당히 긴장되는 순간들이 있었다. 의심의 여지없이 앞으로도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면서도 "그러나 내용상으로 봤을 때 상황이 진전됐다"고 말했다.
◇코로나19 기금, 회원국 '법치주의' 연동?…헝가리 "동의 못 해"
19일 샤를 미셸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EU 기금 지원을 '법치주의 준수' '기후변화 대응' 등과 연계하겠다고 밝혔다. 네덜란드 등이 경제적으로 투명하지 않은 국가는 EU가 지급한 보조금을 어떻게 사용하고 있는지 확인할 수 없다고 주장한 내용을 받아들이면서다.
미셸 의장은 이에 따라 회원국은 기금 사용 계획을 EU에 밝히고 EU 회원국 다수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내용을 조건에 담았다. 또 노동시장, 연금 개혁 등이 동반되지 않으면 기금 지급을 중단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강력한 포퓰리즘 정책을 펼치고 있는 폴란드, 헝가리 등을 겨냥한 조건이다. 헝가리의 빅토르 오르반 총리는 "법치주의 유지를 조건으로 한다면 이번 협상에 거부권을 행사하겠다"고 발표한 상황이다.
스페인, 이탈리아 등도 즉각 반대 의사를 표하고 "이같은 조건은 최소한으로 유지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법치주의 연동안을 놓고는 여전히 남은 과제가 많다. 그러나 외교가에서는 "이를 위한 진전된 방안이 발견됐다"며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이번 안건이 실행되기 위해서는 27개 회원국의 만장일치 승인이 필요하다. 미셸 의장은 "마지막 단계는 늘 어렵다. 하지만 합의가 가능하다고 확신한다"고 공언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sound@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