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에 2000만원 이상 벌면 양도세?…문 대통령 "응원 필요 시기"
공제액 기준 높아질 필요성…해외주식 쏠림·투자 의욕 감소
시장에서는 투자 수익의 2000만원까지만 양도소득세에서 면제된다면 해외 주식으로 몰려나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아울러 양도소득세의 누진 구간에서도 논쟁이 일고 있다.
19일 당국에 따르면 금융세제 선진화 추진안은 내주께 발표될 세법 개정안에 포함된다. 2023년부터 모든 주식에 양도세를 전면 도입하면서도 연간 금융소득 2000만원까지 공제를 적용하기로 했다. 종목별 보유자산이 10억원 이상인 대주주에게만 부과하던 양도세를 소액 개인 투자자들에게도 확대한다. 예적금이나 저축성 보험, 채권 이자, 법인 배당금 등은 현행과 동일하게 이자·배당소득으로 구분해 적용될 예정이다.
개인 투자자 입장에서는 새로 신설되는 과세인 데다가 공제 기준이 2000만원이라고 한다면 스스로 과세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고 판단할 수 있어 볼멘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기재부는 양도차익 2000만원 이상을 내는 투자자는 전체 투자자 가운데 상위 5%, 약 30만명으로 보고 있지만 개인과 정부간 입장차가 심한 상황이다.
아울러 금융투자업계에서는 투자 수익으로 2000만원을 낼 정도의 자산가라면 굳이 양도세를 내지 않고 해외 주식으로 몰려갈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벌써부터 증권사들은 최초 해외주식 거래시 환율 혜택이나 달러·원화 투자지원금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투자자들을 유인하고 있다.
이에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7일 정부가 추진 중인 금융세제 개편안과 관련해 "주식시장을 위축시키거나 개인 투자자들의 의욕을 꺾는 방식이 아니어야 한다"며 "코로나로 어려운 시기에 주식시장을 떠받쳐 온 동력인 개인 투자자를 응원하고, 주식시장을 활성화하는 데 목적을 둬야한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에는 주식시장을 받치고 있는 개인 투자자들에 대해 응원이 필요한 시기"라며 "국내 주식시장이 더 튼튼해질 필요가 있다면서 개인투자자들의 역할을 더 중요하게 생각해달라"고 주문했다.
이 발언에 따라 공제 기준인 2000만원이 상향 조정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2000만원에서 3000만원이나 그 이상으로 오르게 되면 양도소득세에 적용받는 투자자는 급감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투자상품에서 발생한 손익을 합산해 합산된 양도차익을 세율을 적용하는 구간은 3억원 이하, 3억원 초과로 구분된다. 3억원 이하는 20%, 초과는 25%다.
예를 들어 국내주식만 투자해 1년에 3억원을 벌었다면 6000만원, 4억원을 벌었다면 8500만원의 세금이 부과된다. 국내 주식에 연간 금융소득 2000만원까지 공제를 적용해주는 방식이다.
주식에 대한 양도차익은 다른 금융투자상품과 합산해 과세된다. 해외주식, 비상장주식, 채권, 파생상품 소득은 하나로 묶어 250만원을 공제해준다. 2000만원을 공제해준 국내주식 양도차익과 250만원을 공제한 다른 금융상품을 묶어 양도소득세를 내는 것이다.
정부는 금융상품 투자에 대한 조세중립성과 과세형평성, 납세편의 등을 감안해 단순한 2단계 세율로 과세를 한다는 설명이지만 전문가들은 양도소득세를 전면 도입하기 위한 첫 단추로 보고 있다.
추후 본격적인 누진세를 적용하게 되면 세율 적용 구간을 여러 개로 쪼개어 적용하게 된다. 구간을 여러 개로 쪼갤수록 현행 방식보다 증세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전문가들은 자본이득에 누진 개념을 적용하게 되면 납세자들이 장기투자보다 단기투자에 인센티브가 커져 "정부가 단타를 종용하는 셈"이라며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예를 들어 현행 금융세제상으로는 연 2억5000만원씩 2년에 걸쳐 5억원을 번 사람과, 한해엔 0원, 이듬해엔 5억원을 번 사람은 모두 2년간 5억원의 수익을 냈지만 한해에 몰아서 수익을 낸 사람이 더 많은 세금을 내야 한다.
박훈 서울시립대 교수는 "초고소득자에 대한 과세를 위해 누진세를 적용한 것으로 보이지만 1년마다 처분하려는 유인이 커진다"며 "오래 보유할수록 불이익이 발생할 수 있어 문제"라고 지적했다.
송상우 법무법인 율촌 회계사도 "소득 실현 시기는 아무 때나 정할 수 있어 누진세로 적용될 필요가 없다고 본다"며 "외국에서도 자본이득에 누진세로 적용하는 사례는 많지 않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추후 누진 구간을 늘리기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구간을 하나만 만들어둔 뒤 추가로 구간을 늘리면, 아예 없던 구간을 새로 설정하는 것보다 납세자의 반발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풀이된다.
성주호 경희대학교 경영대학 교수는 "3억원을 약간 넘긴 납세자는 큰 차이가 없음에도 5%포인트 더 많은 세금을 내야 하기 때문에 반발이 생기게 되고, 그 반발은 구간을 촘촘하게 나누며 증세를 할 수 있는 근거가 된다"며 "미래에 발전시킬 수 있는 '룸'을 만들어놓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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