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시진핑 존경·아베 신조는 친구"
"한국인 아내 앞에서 한국 험담 늘어놔"
"미국이 왜 한국 보호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불평"
[서울=뉴시스] 양소리 기자 = '한국 사위'란 애칭으로 국내에 잘 알려진 래리 호건 미국 메릴랜드 주지사가 지난 4월 한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진단키트 50만개를 공수한 뒷얘기를 털어놨다.
호건 주지사는 16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에 "나 혼자 싸웠다"라는 제목의 글을 기고하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코로나19 방역 무능을 꼬집으며 자신의 한국산 진단키트 구입 과정을 자세하게 전했다.
기고문에서 호건 주지사는 한국계인 자신의 부인 유미 호건 앞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에 대한 막말을 퍼부은 에피소드를 전했다.
때는 지난 2월7일, 공화당주지사협회가 워싱턴에서 트럼프 대통령과의 만찬을 주최했을 당시였다.
호건 주지사는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문재인 대통령을 상대하는 걸 정말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했다"며 이는 상당히 거슬리는 부분이었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 자리에서 한국인을 "끔찍한 사람들"이라고 부르며 "미국이 왜 그들을 보호하고 있는지 알 수가 없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는 한국의 방위비 분담을 시사하며 "그들은 우리에게 돈을 주지 않는다"고 불평을 했다고 호건 주지사는 전했다.
호건 주지사는 아내 유미는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고향을 향해 욕설을 퍼부을 때 자리에 앉아 있었다며 "그의 (마음이) 다치고 화가 났었음을 알 수 있었다"고 했다.
그 자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을 얼마나 존경하는지, 친구인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골프를 치는 것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말했다. 특히 일본 총리를 '신조'라고 부르며 친근감을 표했다고 호건 주지사는 썼다.
호건 주지사에 따르면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독재자인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자신이 얼마나 잘 어울렸는지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호건 주지사는 그 다음주 토요일 이수혁 주미대사가 관저에 모든 주지사와 배우자를 초대해 리셉션을 열었던 이야기도 함께 전했다.
그는 "당시 행사에서 문 대통령은 유미 호건 여사를 향해 자랑스럽다고 말하며 자신을 '한국 사위'라고 불렀다"며 "그의 발언은 우리에게 많은 의미가 있었다"고 했다.
호건 주지사는 메릴랜드에 코로나19가 확산되자 문 대통령의 이같은 말이 생각났다고 했다.
그는 "우리는 코로나19 확산으로 타격을 입었던 한국이 사회적 거리를 유지하고, 검사를 확대하고, 접촉자를 추적하는 방식으로 바이러스를 정복하는 과정을 봤다"면서 "문 대통령은 최근 나를 '한국 사위'라고 부르지 않았나. 한국은 기꺼이 우리를 도울 것이다는 판단이 섰다"고 기고문에 썼다.
호건 주지사는 한국산 진단키트를 공수하는 '영원한 우정' 작전에 돌입했을 때 아내인 유미 호건 여사는 자신의 특별한 동맹이 되었다고 전했다. 유미 호건 여사는 한국말로 메릴랜드와 한국의 특별한 관계를 강조하며 도움을 요청했다.
메릴랜드 8개 정부기관과 한국 기관들은 13시간의 시차를 극복하고 작업에 착수했다. 호건 주지사는 "문 대통령 팀은 관료적 절차를 생략하고 빠르게 진행할 수 있도록 왔고, 한국의 진단키트 업체와 직접 우리를 연계해줬다"고 했다.
그는 이같은 노력으로 50만개의 진단키트를 공수했을 때 대통령의 축하 인사를 받을 수도 있다는 기대가 있었다고 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브리핑에서 "호건 주지사는 코로나19 검사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며 비난을 퍼부었다. 그러면서 "그는 한국에 갈 필요가 없었다"며 "다만 약간의 정보를 얻을 필요가 있었던 것 같다"고 조롱 섞인 지적을 내놨다.
호건 주지사는 "트럼프 대통령은 검사가 가능한 실험실과 진단키트를 혼동하는 것 같았다"면서도 "어쨌든 메릴랜드에게는 멋진 날이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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