꿩 대신 닭? 법안소위 꿰찬 통합당…小野 한계 극복할까

기사등록 2020/07/15 16:49:07

법안소위원장, 상임위원장 못지 않은 강한 권한 가져

법안소위 '만장일치' 관행 내세워 與 '입법독주' 제동

민주당, 국회법상 법안소위 의결 원칙 '다수결' 내세울 수도

[서울=뉴시스] 장세영 기자 =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가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여야 원내대표회동에서 합의문에 서명을 하고 악수를 나누고 있다. 2020.07.14. photothink@newsis.com
[서울=뉴시스] 박준호 기자 = 미래통합당이 전 상임위원장을 포기하는 대신 법안소위를 강화하는 쪽으로 원 구성 협상 전략을 틀어 국회 정상화의 물꼬가 트였지만 실제 원내투쟁에서 얼마나 효과를 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통합당은 법제사법위원장을 더불어민주당에 빼앗기자 18개 상임위원장을 모두 포기하고 복수 법안소위를 둔 상임위를 기존 8개에서 11개로 늘리는 절충안을 관철시켰다. 특히 국방위원회 법안소위원장은 통합당이 맡기로 못박았다.

기존에는 법사위, 정무위, 기재위, 과방위, 국토위, 산자중기위, 농해수위, 환노위 등 8개 상임위에만 복수 법안소위가 있었지만 21대 국회에선 보건복지위, 문체위, 행안위 등 3개 상임위에도 2개의 법안소위가 만들어진다. 코로나 사태, 트라이애슬론(철인3종) 가혹행위,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 성추행 고소건 등 모두 민감한 현안이 걸려 있는 상임위다.
 
이 같은 전략은 각 상임위마다 수적으로 여당에 밀리는 만큼 176석 민주당에 맞서 법안소위를 일종의 견제장치로 두고 수적 열세를 극복하려는 복안으로 해석된다. 상임위 전체회의에 안건을 상정하기 전 법안 심사를 의무화하도록 한 국회법을 통해 법안소위 단계에서부터 민주당의 '입법독주'에 제동을 걸겠다는 전략이다.

일반적으로 국회의원이 발의한 법안 또는 정부가 제출한 법안은 해당 상임위원회로 회부되지만 먼저 소위원회 차원의 법안 심사를 마친 다음 상임위 전체회의로 넘겨 의결한다. 현재 법사위원장을 민주당이 맡고 있는 만큼 상임위를 통과한 법안은 여당의 의지만 있으면 본회의 상정이 가능하다.

지금의 여대야소 의석수 구도만 놓고 보면 본회의에서의 표 대결은 무의미한 만큼 쟁점법안이 본회의 문턱을 넘기 전 상임위 단계에서 법안을 총력 저지하는 게 통합당으로서는 현실적인 원내투쟁 전략이 될 수밖에 없다.

민주당이 상임위원장을 독식한 만큼 실질적인 영향력 측면에서 상임위원장 못지 않은 강한 권한을 가진 법안소위원장을 장악, 법안 심사 지연 등을 통해 대여 견제가 가능하다.

법안소위에서 여야 의원 한 명이라도 반대하면 법안을 통과시키지 않고 상임위 회부를 보류하는 만장일치제 관행은 여당을 견제하는 지렛대가 될 수도 있다.

[서울=뉴시스] 장세영 기자 =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가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여야 원내대표회동에서 합의문에 서명한 뒤 합의문을 교환하고 있다. 2020.07.14. photothink@newsis.com
세부적인 법률 조항 하나가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신중을 기하자는 취지에서 비롯된 '만장일치제'를 13대 국회부터 유지돼 온 관행으로 바라보는 시각도 있지만 단 한 명만 반대해도 법안에 '계류' 딱지가 붙어 의결 자체를 무산시켜 정치권에선 '양날의 칼'로 비유된다. 민주당이 '일하는 국회법'에 법안소위 의결방식과 관련하여 만장일치제를 다수결 원칙으로 변경하려한 점도 이 같은 부작용을 의식한 것이다.

다만 이러한 상임위 법안소위 의결 방식이 계속 유효할지는 불투명하다는 점이 통합당으로서는 고민이다. 법안소위가 오히려 리스크만 가중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국회법상 법안소위의 만장일치 의결은 법적 근거가 없다. 법안소위 의결 방식은 국회법 제57조에 위원회에 관한 규정을 준용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국회법 제54조에 위원회는 재적위원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위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의결한다고 규정돼 있다.
 
[서울=뉴시스] 최동준 기자 =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가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김성원 원내수석부대표와 대화하고 있다. 2020.07.15. photocdj@newsis.com
민주당이 통합당의 지연술로 인해 법안소위 단계에서 법안이 묶일 경우 국회법을 내세워 다수결로 법안 처리를 밀어붙일 수도 있다. 이에 통합당은 14일 원내대표 회동에서 타결한 합의문에 '상임위별 법안소위 내 안건처리는 합의 처리를 원칙으로 한다'고 명시했다.

정치권에서는 여야가 상임위원장 신경전에 이어 법안소위원장을 놓고 치열한 쟁탈전이 벌어질 수도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각 상임위에서 법안을 받아 체계·자구 심사를 담당하는 법사위의 법안심사2소위나 기재위의 조세소위위원장, 환노위의 노동소위원장 등이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정치권에서 거론된다. 

상임위원장 18석을 모두 민주당이 차지한 만큼 법안소위 복수화를 통해 야당 몫으로 요구할 수 있는 법안소위원장 자리가 늘게 된 만큼 통합당으로서는 상임위 포기로 인한 내부 불만을 누그러뜨릴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주호영 원내대표가 15일 의원총회에서 보고한 원 구성 합의안을 의원들이 만장일치로 찬성한 것도 이런 속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주 원내대표는 비공개 의총에서 합의안 반응을 묻는 질문에 "의원님들 다 동의해주셨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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