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남정현 기자 =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의 유서가 공개된 가운데 박 시장이 18년 전 펴낸 책에 실렸던 유언도 관심을 끌고 있다.
2002년 당시 '아름다운재단' 상임이사이던 박 시장은 자신의 저서 '성공하는 사람들의 아름다운 습관, 나눔'에서 자녀와 아내, 지인 등에게 보내는 3통의 생전 유언을 남겼다.
박 시장은 저서에서 자신의 딸과 아들에게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내지 못한 점을 사과하고 선한 심성을 바탕으로 바르게 살아달라고 당부했다.
박 시장은 "유산은커녕 생전에도 너희의 양육과 교육에서 남들만큼 못한 점에 오히려 용서를 구한다. 가족 여행을 떠나거나 함께 모여 따뜻한 대화 한번 제대로 나누지 못했구나. 나는 너희에게 무언가 큰 가르침도 남기지 못했으니 그저 미안하게 생각할 뿐"이라고 돌이켰다.
이어 "우리 부모님은 내게 정직함과 성실함을 무엇보다 큰 유산으로 남겨 주셨다. 내 부모님의 선한 심성과 행동들이 아빠의 삶의 기반이 되었듯 내가 인생에서 이룬 작은 성취들과 그것을 가능하게 한 바른 생각들이 너희의 삶에서도 작은 유산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또 박 시장은 "그래도 아빠가 세상 사람들에게 크게 죄를 짓거나 욕먹을 짓을 한 것은 아니니 그것으로나마 작은 위안을 삼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며 "인생은 그렇게 돈이나 지위만으로 평가받는 것이 아니다. 자신이 최선을 다해 인생을 살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너희는 돈과 지위 이상의 커다란 이상과 가치가 있음을 깨닫는 인생을 살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박 시장은 "이미 안구와 장기를 생명나눔실천회에 기부했으니 그분들에게 내 몸을 맡기도록 부탁하오. 그 다음 화장을 해서 시골 마을 내 부모님이 계신 산소 옆에 나를 뿌려주기 바라오. 양지바른 곳이니 한겨울에도 따뜻한 햇볕을 지키면서 우리 부모님에게 못다 한 효도를 했으면 좋겠소"라고 언급했다.
아내에 대한 애틋한 마음도 전했다. 박 시장은 "원컨대 당신도 어느 날 이 세상 인연이 다해 내 곁에 온다면 나는 언제나 당신을 기다리겠소. 그래서 우리 봄 여름 가을 겨울 함께 이 생에서 다하지 못한 많은 시간을 함께 지냈으면 하오"라고 전했다.
또 자신의 빈소에 오는 손님들에게 조의금을 받지 말라고 했다. 그는 "내 마지막을 지키러 오는 사람들에게 조의금을 받지 않았으면 좋겠소. 내 부음조차도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지 않는 것이 좋겠소. 신문에 내는 일일랑 절대로 하지 마오"라고 적었다.
마지막으로 박 시장은 '모든 가족과 지인들에게'로 시작하는 편지에서 자신의 형제들, 어릴 적 친구들, 초등학교 은사, 변호사 시절의 동료들, 선배 변호사들, 참여연대, 아름다운 재단, 아름다운 가게 관계자들에게 감사함을 전했다.
한편 10일 유족에 의해 공개된 유서에서 박 시장은 국민과 가족에 사죄했다. 박 시장은 유언에서 "모든 분에게 죄송하다. 내 삶에서 함께 해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린다"며 "오직 고통밖에 주지 못한 가족에게 내내 미안하다. 화장해서 부모님 산소에 뿌려달라. 모두 안녕"이라고 적었다.
경찰 등에 따르면 박 시장은 이날 오전 0시1분께 서울 성북구 북악산 성곽길 인근 산속에서 발견됐다.박 시장은 또 지난 8일 전직 여비서로부터 미투 관련 고소를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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