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흥서 병원 화재 3명 사망·27명 부상…스프링클러 없어(종합2보)

기사등록 2020/07/10 17:10:05 최종수정 2020/07/10 19:38:41

화재 목격 주민들 적극 구조활동…66명 대피

[고흥=뉴시스] 변재훈 기자 = 10일 오전 3시42분께 전남 고흥군 고흥읍 윤호21병원에서 불이나 2명이 숨지고 28명이 부상을 입은 가운데 옥상 대피자들이 불빛을 비추며 구조요청을 하고 있다. (사진=독자제공) 2020.07.10. wisdom21@newsis.com
[고흥=뉴시스]  김석훈 류형근 신대희 변재훈 기자 = 전남 고흥의 윤호21병원에서 새벽시간에 불이나 3명이 숨지고 27명이 크고 작은 부상을 입었다.

병원에는 입원환자와 보호자, 간호사 등 80명이 있었으며 119와 인근 주민들의 구조활동이 이어져 더 큰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구조된 환자들은 다른병원으로 분산됐으며 이 중 8명이 중상인 것으로 전해졌다.



◇전기누전 추정 화재…3명 사망·병원 내부 처참

10일 고흥소방서와 경찰서에 따르면 불은 이날 오전 3시42분께 병원 1층에서 시작됐다.

불길을 처음 발견한 직원은 "1층 내과와 정형외과 사이에서 불이 났다"고 119에 신고한 뒤 비상벨을 눌렀다.

1층은 응급실 등이 있어 가연성 물질이 많았고 연기가 계단을 타고 위로 솟구쳤다.

사망자 2명은 6층 환자들로 화재 직후 대피하다 2층과 3층 계단 쪽에서 쓰러진 채 발견됐다.

또다른 1명은 구조된 뒤 화상전문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지만 이날 오후 숨졌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병원 1층에 설치돼 있는 CCTV를 확보해 분석 작업을 벌이는 등 화재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현재까지는 병원 전체가 정전이 된 점 등을 토대로 전기적 요인으로 인한 화재로 추정하고 감식을 벌이고 있다.

화재로 병원내부는 새까맣게 타 버려 본래 모습을 가늠하기 힘들었다.

불이 처음 시작된 것으로 보이는 1층 정형외과와 내과 사이 복도는 바닥부터 내벽, 천장까지 그을음이 가득했고 원무부가 있었던 1층 로비의 3인용 의자는 표면이 녹아내린 모습이었다.

[고흥=뉴시스] 신대희 기자 = 10일 오전 3시42분 전남 고흥군 고흥읍 윤호21병원에서 불이 나 환자 2명이 숨지고 28명이 크고 작은 부상을 입었다. 화재 진압 이후 고흥소방서 소방관들이 불이 시작된 것으로 보이는 병원 1층으로 들어가 조사를 하고 있다. 2020.07.10. sdhdream@newsis.com
불길에 천장 건축재마저 녹아 전선과 각종 배관설비, 조명장치 등이 서로 엉켰고 의료장비도 기능을 상실해 버렸다.

◇스프링클러 등 화재 대응장비 설치 안돼

병원은 소방법상 스프링클러(화재 시 물 자동 분출) 설치 의무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하 1층, 지상 7층 규모(연면적 3210㎡)의 병원은 2004년 6월 문을 열었으며 지난해 3월14일 종합병원에서 일반병원으로 변경됐다.

진료 부서는 4개과, 종사자 85명(의사 5명), 35실·138개 병상이 있으며 화재 당시에는 환자 69명, 간호사 7명, 보호자 4명 등 총 80명이 있었다.

병원은 스프링클러 설치 '소급 적용' 의료시설로 분류돼 오는 2022년 8월까지 해당 장비 설치 의무가 유예됐다.

190명의 사상자가 난 경남 밀양 세종병원 화재 참사를 계기로 지난해 8월6일 소방시설법 개정안이 시행됐지만 신축 의료기관에만 곧바로 적용됐다. 

고흥소방서는 "윤호21병원은 현행 소방시설 설치·유지 및 안전관리법(이하 소방시설법)상 스프링클러 설치 대상이지만, 유예 기간이 남아 있었다"고 밝혔다.

◇화재 목격 주민들 발벗고 나서 큰 피해 막아

화재로 30명의 사상자가 발생했지만 주민들의 발빠른 대처가 더해져 피해를 줄일 수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화재 직후 비상벨이 울리자 간호사 등은 각 병실을 다니며 대피할 것을 안내했다. 거동이 불편한 환자는 등에 업은 상태로 연기가 가득한 계단을 올라 옥상으로 피신시켰다.

환자의 가족으로 추정되는 젊은남성은 계단 등에 가득한 연기를 밖으로 빼기 위해 3층과 4층의 창문을 깬 뒤 입원 환자 10여명을 대피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옥상에 20여명의 환자와 보호자, 의료진이 모이자 한 남성은 '불빛'을 비추며 구조를 요청했다.

병원 옥상에서 "살려달라" 구조요청 목소리가 들리자 크레인업체 관계자들은 곧바로 45m 고가사다리차를 끌고 현장으로 달려가 외벽에 설치했다.

고가사다리가 작동하는 사이 옥상에서는 지속적으로 '불빛'으로 신호를 보내며 위치를 알렸다.

이날 사다리차 등을 이용해 구조된 환자와 간호사는 66명으로 집계됐다.

고흥경찰서 관계자는 "3명이 숨져 안타깝지만 주민들의 발빠른 대처가 없었다면 더 큰 참사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고 밝혔다.

◇고흥군, 피해자 지원대책 마련

고흥군은 이날 윤호21병원 화재 피해자들을 위한 지원대책을 마련하고 구호금과 생계비, 교육비, 장례비, 의료비 등을 지원할 예정이다.

유족에게 지급하는 사망자 구호금을 가구별로 마련할 계획이며 피해 가정 중 고등학생이 있는 경우 6개월 수업료 등을 지원된다.

장례비는 개인당 장례에 사용된 실비를 지급할 계획이며, 개인 치료에 사용된 의료비도 일정액을 지원한다.

송귀근 고흥군수는 "병원의 갑작스러운 화재로 사망자와 다수의 부상자가 발행한 만큼 군이 책임을 다해 위로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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