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학진흥원, '조선 귀신 이야기' 담은 웹진談 7월호 발행
웹진 담談에서 강선일 작가는 '죽어야 사는 여자'를 통해 조선 시대 귀신은 수동적인 자리에서 가장 낮은 자로 살았던 여성들이 조선의 사회적 규범으로 인해 희생된 원귀로 많이 등장한다고 지적한다.
충장공(忠壯公) 신립(申砬, 1546~1592)에게 고백한 여인은 거절당하자 자결한다. 이 여인은 전투 중인 신립에게 귀신이 돼 나타나 향후 전략을 제시했다. 그를 호국령으로 생각한 신립이 그대로 따르다가 전멸한다.
이 전쟁에서 패배한 후 선조는 피난길에 올랐다. 이성 관계에서마저 선택은 남성이 했던 조선 시대는 경직된 윤리관과 사회적 이념이 여성들을 내몰았다. 그는 원귀가 돼 표출한 분노로 인해 국가적 위기까지 맞이하게 한 것으로 풀이한다.
'아랑전설'의 아랑은 겁탈을 피하려고 반항하다가 살해당한다. 새로 부임한 부사에게 귀신으로 나타나 원한을 토로한 끝에 가해자를 처벌하고 장례를 치러주니 한을 풀었다.
아랑은 밀양 부사의 딸이란 사회적 지위로 인해 정절이 매우 중요한 덕목이었고 목숨을 걸어야 했다.
강상순 교수는 '조선시대 귀신 BEST 5'에서 이런저런 곳에 붙어있다가 인간과 겨루는 귀매(鬼魅)라고 불리는 도깨비, 가부장제 폭압에서 생겨난 원귀(怨鬼), 역병을 일으키는 여귀(厲鬼), 조선시대에 있을 법하지 않지만 부자간 폭력을 은유한 구렁이 귀신, 배 고픈 귀신들까지 다섯 종류의 귀신을 소개한다.
그 중 귀매인 도깨비는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머리에 뿔이 난 외눈박이 형상이 아니다. '어우야담'에서 묘사된 도깨비의 모습은 이렇다. 눈은 튀어나오고 코는 오그라들었다. 입 가장자리가 귀까지 닿을 정도로 찢어져 있고, 귀는 늘어져 있다. 머리카락은 솟아 있고 등에는 두 날개를 달았다. 몸빛은 청홍색이다. 조선 시대에는 도깨비가 기괴하고 두려운 존재였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강 교수는 조선 시대 귀신 이야기 대부분은 귀신이 원한을 해결하는 사대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이야기한다. 사대부는 조선 후기 강화된 유교적 질서와 가부장제 등의 원인을 제공한 폭력적인 사회세력이라고 짚는다. 이들이 해결사로 묘사된 이야기들을 통해 당시 사회상을 엿볼 수 있다고 했다.
권 작가는 "관의 위신을 세우고, 소문을 진정시키기 위해 서둘러 무고한 사람을 잡은 것은 아닐까? 만약 방술가가 벌인 일이 아니라면 하나의 원귀를 또 만든 셈이다"라고 그 숨겨진 의도를 풀이한다.
홍윤정 시나리오 작가는 '세상에 좋은 귀신은 없다'에서 영화 '엑소시스트'를 언급하며 서양의 귀신과 우리나라 귀산을 비교한다. 서양의 귀신은 기독교적 세계관이 반영돼 '악마'이자 '절대악'으로 묘사된 반면 우리나라 귀신은 '홍역이나 역병을 피해가고', '밤에 지팡이로 창문을 두드리면 놀라고' 하는 등 어딘지 허술하고 약하다.
오희문의 '쇄미록(1601년)'에는 "손자의 홍역으로 오늘 명절임에도 신주에게 다례를 올리지 못했다. 본래 집안에 홍역이나 역병이 있으면 귀신도 피해가기 때문에 제사를 올리지 않았다"고 적었다.
혼인하지 않은 인간은 완전하지 않다는 조상들의 생각은 죽어서도 처녀, 총각을 면할 생각 밖에 없는 몽달귀신과 처녀귀신을 탄생시켰다고 하며 드라마 '오 나의 귀신님'을 소개한다. 처녀귀신이 목적을 이루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발칙한 설정 및 자기 죽음에 대한 비밀을 파헤치면서 남은 가족에게 사랑을 전한다는 주제가 호응을 얻었다.
이번 호 웹진 편집장을 맡은 동희선 작가는 "우리 귀신은 항상 '왜 그랬냐 하면'이라는 설명으로 마음을 건드린다"며 "이번 호 우리 귀신에 대한 여러 면을 보면서 자극적인 이야기가 난무하는 세상 속 콘텐츠 승부의 가능성을 찾아보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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