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까지 판다...보험사 자본확충은 진행형

기사등록 2020/07/08 06:00:00

오는 2023년 새국제회계기준 도입에 대비

부동산자산 손실에 대비한 준비금 규모 확대

[서울=뉴시스] 1분기 보험사 주요 손익 현황표.2020.05.26.(사진=금융감독원 제공)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이준호 기자 = 보험업계가 부동산 매각과 후순위채 발행 등을 통해 자본 확충에 나서고 있다. 새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에 대비해 자본건전성을 강화하겠다는 전략으로 이러한 추세는 하반기에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8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신한생명은 서울 중구 장교동에 있는 신사옥 '신한 L타워' 매각을 추진 중이다. 현재 매각을 위해 신한리츠운용과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현대해상은 지난달 서울 강남사옥 매각 우선협상 대상자로 한국토지신탁을 선정했다. 매각가는 약 3600억원으로 알려졌다.

이 외에 메리츠화재는 지난해 베스타스자산운용에 여의도 사옥을 1200억원, 삼성생명은 여의도 빌딩을 BNK자산운용에 2700억원 수준에서 매각했다.

보험사들이 잇따라 부동산 매각에 나서는 이유는 오는 2023년 도입 예정인 새국제회계기준(IFRS17)과 신지급여력제도(K-ICS) 도입에 앞서 자본 확충 부담을 사전에 덜기 위함이다. 신지급여력제도가 도입되면 부동산자산 보유에 따른 추가 자본금 확보에 나서야 한다.

금융당국은 보험사들이 보험금 지급을 위한 적정한 자본금을 확보하도록 규제하고 있다. 신지급여력제도가 시행되면 부동산 자산에서 발생하는 손실에 대비해 준비금 규모가 확대된다. 기존에는 부동산 가격변동폭에 따른 위험계수를 9% 수준으로 평가했지만 앞으로는 25%로 커진다. 쉽게 말해 100억원의 부동산자산은 9억원의 준비금이 필요했지만 앞으로 25억원의 준비금을 쌓아야 한다. 이 때문에 부동산자산이 오히려 보험사에는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아울러 보험사들의 부동산 매각은 실적 부진을 만회하기 위한 방편으로도 활용되고 있다. 저금리 장기화로 인한 손실을 자산 매각을 통해 메우겠다는 것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보험사 당기순이익(1조4662억원)은 투자영업이익 증가에도 불구하고 전년 동기 대비 26.1%가 감소했다.

후순위채 발행도 이어지고 있다. 올해 상반기에만 흥국화재·푸본현대생명·롯데손해보험·MG손해보험·메리츠화재 등 5곳이 후순위채를 발행했다.

후순위채는 발행기관이 파산했을 경우 다른 채권자들의 부채가 모두 청산된 이후 마지막에 상환받을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일반 채권보다 금리가 높은 것이 특징으로 보험사들이 자본확충의 수단으로 많이 활용하는 방법이다.

앞서 푸본현대생명은 지난달 24일 150억원 규모의 사모 후순위채를 발행했다. 금융당국이 새국제회계기준과 신지급여력제도(K-ICS) 도입에 따른 시장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지난 2018년부터 퇴직연금 시장·신용위험액을 지급여력(RBC) 비율에 단계적으로 반영하고 있다. 지난달 말부터 원리금보장형 퇴직연금에 대한 리스크를 요구자본에 반영하는 비율이 기존 70%에서 100%로 늘었다. 이를 반영해 선제적으로 자본건전성 강화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이 외에 흥국화재는 지난달 25일 이사회를 통해 400억원 규모의 무보증 국내 공모 후순위채를 발행하기로 결정했다. 롯데손보도 지난 4월 9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 발행을 추진했다. MG손보와 메리츠화재도 각각 980억원, 15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를 발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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