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항공 인수 '시계제로'…재협상 수순 전부터 갈등 기류

기사등록 2020/06/12 05:50:00

HDC 현산 "11회 공문 보내도 자료 못받아"

아시아나 "충분한 자료와 설명 제공" 반박

[인천공항=뉴시스] 고범준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직격탄을 맞은 항공업계 1분기 실적이 오픈된다. 항공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진에어, 티웨이항공, 에어부산 등 5개 상장항공사는 이날 1분기 실적을 공시한다. 사진은 15일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 출국장 아시아나 체크인 카운터 모습. 2020.05.15. bjko@newsis.com



[서울=뉴시스] 고은결 기자 = HDC현대산업개발의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이 지지부진한 가운데 갈등 기류까지 흐르고 있다.

인수 주체인 HDC현산은 해외기업결합심사 미승인을 이유로 거래 종결일을 무기한 연기한 데 이어, 채권단에 재협상을 요구했다. 이에 채권단 측에서는 원하는 조건 먼저 구체적으로 제시하라고 받아치며 신경전이 감지되고 있다.

12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HDC현산은 지난 9일 언론에 배포한 보도자료를 통해 아시아나항공 부채, 당기순손실이 급증한 상황과 지난 4월21일 아시아나항공이 HDC현산 측에 긴급자금 1조7000억원 추가 차입 및 차입금의 영구전환사채 전환, 정관 변경 등을 통보하고는 다음날 사전 동의 없이 이사회를 열어 추가 자금 차입을 승인했다고 지적했다.

같은 달 24일에는 법률적 리스크가 상당한 부실계열사에 대한 총 1400억원 지원도 통보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HDC현산은 계약 체결일 이후 발생한 상황들에 대해 4월 이후 두 달간 약 11회에 걸친 공문을 아시아나항공 측에 보냈지만 신뢰할 수 있는 충분한 공식적 자료를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서울=뉴시스】 전진환 기자 = 정몽규 HDC 회장이 12일 오후 서울 용산구 현대산업개발 본사 대회의실에서 아시아나 항공 인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19.11.12.  photo@newsis.com


HDC현산은 이처럼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중대한 부정적 영향을 초래하는 상황들이 발생됐다며 주채권단인 KDB산업은행에 인수 조건을 원점에서 재검토해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채권단은 HDC현산 측에 구체적인 요구사항을 제시해달라고 받아쳤다. 그러면서 인수 확정 조건에 관한 협상에 적극 임하라고 꼬집었다. 재협상 수순 전부터 양측의 기싸움이 시작됐단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HDC현산의 자료 발표에 그동안 입장 표명을 자제했던 아시아나항공도 반박에 나섰다.

아시아나항공은 전날 보도자료를 통해 "HDC현산이 언급한 재무 상태의 변화, 추가 자금의 차입, 영구전환사채의 발행 등 사항에 대해 거래 계약에서 정한 바에 따라 신의성실하게 충분한 자료와 설명을 제공하고 협의 및 동의 절차를 진행해 왔다"고 반박했다.

아시아나항공에 따르면 지난해 말 HDC현산-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이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 주식 매매계약을 체결한 이후, HDC현산은 대표인수인으로서 올해 1월부터 현재까지 대규모 인수 준비단을 아시아나항공 본사에 상주시키고 있다. 인수단이 본사에 상주해온 만큼, 아시아나항공 측 상황을 HDC현산 측에서도 인지하고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아시아나항공은 또한 "2019년 12월27일 거래 계약 체결 이후 지금까지 성공적인 거래 종결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해왔으며 앞으로도 당사가 거래 종결까지 이행해야 하는 모든 사항들을 성실하게 이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울=뉴시스】홍효식 기자 = 12일 오후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 국내선청사 전망대에서 바라본 아시아나 항공 여객기가 이착륙하고 있다. 2019.11.12.  yesphoto@newsis.com


심상찮은 기류 속에서 아시아나항공 인수 조건 재협상이 난항을 겪을 것이란 우려가 이어진다. 코로나19 등에 항공업황의 불확실성이 커지며 이해당사자 간 접점 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다.

새 주인 품 속에서 경영 정상화를 꿈꿨던 아시아나항공은 애만 태우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인수 계약 이후 재무구조가 악화일로다. HDC현산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은 계약 체결 당시보다 부채가 4조5000억원 늘고, 부채비율은 올해 1분기말 현재 계약 당시(2019년 반기말)보다 1만6126% 급증했다. 자구 노력에도 한계가 있어 매각 불발 시 사업경쟁력 악화가 불가피하다.

한편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1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정책당국 입장에서는 불확실성을 빨리 끝냈으면 좋겠다"며 "협상의 조건이 결렬되는 것인지 그런 건 모르겠지만 일단 당사자 간 만나서 대화를 했으면 하는 생각"이라고 밝혔다.


[인천공항=뉴시스]홍효식 기자 =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어려움을 겪는 아시아나항공을 추가 지원할 것으로 알려진 21일 인천국제공항 주기장에 아시아나항공 여객기들이 주기돼있다. 2020.04.21.  yesphoto@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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