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방위 비상…獨국방 "美 관계 복잡"
WSJ "미군 감축, 러시아 호재로 작용"
[서울=뉴시스] 양소리 기자 = 유럽연합(EU)은 독일에 주둔하는 미군 수천 명을 9월까지 감축하겠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계획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가치를 훼손하고, 러시아 등 적대국을 부추길 수 있다"며 불안감을 표했다.
7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EU 고위급 외교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를 공식 통보받지 못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미 주요 언론은 지난 주말 트럼프 대통령이 주독 미군을 현재 3만4500명에서 9월까지 2만5000명으로 감축하도록 지시했다고 잇따라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주독 미군 감축 소식에 유럽의 방위 체제에는 비상이 걸렸다.
미국과 나토 회원국은 2014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크림반도 병합 등에 맞서기 위해 병력을 증강했다. 미국은 우크라이나에 자벨린 대전차 미사일을 제공하거나 유럽 주둔 미군의 수를 늘리며 나토의 계획에 발을 맞춰왔다.
하이코 마스 독일 외무장관은 이날 현지 매체 빌트암존탁과의 인터뷰에서 "미군 철수가 이뤄질지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수십년 넘게 성장해온 미군과의 협력에 큰 의미를 두고 있다"면서 "우리는 대서양 연합에서 긴밀한 동맹 관계지만, 이제 복잡해졌다"고 덧붙였다.
독일 의회는 더욱 거세게 반발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총리가 이끄는 집권 기독교민주연합(기민련)의 요한 바더풀 원내부대표는 이날 의회에서 "이번 계획은 트럼프 대통령이 의사 결정 과정에 동맹국의 의사를 물어야 한다는 기본적인 리더십의 요소를 무시하고 있음을 다시 한 번 보여주는 것"이라며 비난했다. 그는 이어 "(나토의) 불협화음으로 오직 중국과 러시아만이 이익을 얻는다"고 강조했다.
WSJ은 트럼프 대통령의 미군 감축 계획이 실제 러시아에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러시아 소재 싱크탱크인 러시아 국제문제위원회는 "러시아는 유럽에서의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 유럽 내 미국의 영향력을 줄이기 위해 노력했다"며 "미국의 이번 결정은 러시아의 유럽 입김 확대에 발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sound@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