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당권 도전 가닥…대선 전까지 임기 7개월
21대 국회 177석 거대여당 이끌 '리더십' 시험대
대선주자 1위 이미지 흠집, 짧은 임기 불리 우려도
"아직 제대로 된 '이낙연 리더십' 보여준 적 없어"
"대선 가기 전 검증 통해 한번 털고 가는 게 좋다"
이 전 총리의 당권 도전 저울질은 지난 4·15 총선이 끝난 직후부터 시작됐다. 총선에서 후원회장을 맡았던 낙선자, 당선자들에 이어 호남 출신 당선인들과도 잇달아 식사 자리를 갖고 전당대회 출마에 대한 당 안팎의 여론을 수렴했다. 지난 5월 말에는 당권 도전 의사를 피력한 송영길·홍영표·우원식 의원과 연달아 만찬 회동을 가졌다.
오랜 고심 끝에 이 전 총리는 결국 전당대회 출마로 가닥을 잡았다. 이 중 같은 호남 출신인 송 의원은 '이 전 총리가 당대표 출마하면 나는 포기' 선언을 하며 자체 교통정리도 끝냈다.
남은 건 이 전 총리의 공식적인 당대표 출마 선언뿐. 당초 이 전 총리는 6월 초 출마 선언을 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이 일정은 다소 밀리는 분위기다. 이 전 총리는 지난 28일 기자들과 만나 "(전당대회 출마를) 3개월 전에 선언한 전례가 없다"고 말했다.
현재까지 이 전 총리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부동의 차기 여권 대선 주자 1위를 달리고 있다. 이 때문에 한동안 '이낙연 당대표 추대론'이 일기도 했다. 그러나 이해찬 대표가 오는 8월 말 전당대회 개최와 시스템 경선 방침을 확고히 하는 가운데 추대론은 더이상 힘을 얻기 어려운 분위기다.
21대 국회에서 177석의 거대여당을 이끌며 '이낙연 리더십'을 확실히 보여줄 수 있다는 긍정적인 평가도 있지만, 당권·대권 분리 규정에 따라 약 7개월이라는 짧은 당대표 임기 내에 보여줄 수 있는 성과가 크지 않고 자칫 대선 주자 이미지에 '흠집'이 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이 전 총리가 내세운 당 대표 출마의 가장 큰 명분은 코로나19 위기 극복이다. 이 전 총리는 당의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콘트롤 타워 격인 국난극복위원회를 이끌고 있으며 문재인 정부 초대 총리로서 정부의 국정 운영 방향과 시스템을 당 내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당대표 및 최고위원이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려면 선거일 1년 전에 사퇴해야 한다'는 당규에 따라 내년 3월 9일 이전에 당대표직을 사퇴해야 한다. 8월 29일 열리는 전당대회에서 선출되는 7개월짜리 당대표인 셈이다.
한 중진의원은 "물러날 시점인 내년 3월이라고 해서 코로나 문제가 회복되고 경제 상황이 풀리겠느냐"며 "오직 본인 대권 플랜을 위해서 내려놓는다는 건데 명분이 약하다"고 우려를 표했다.
아울러 유력한 대선 주자인 이 전 총리의 이미지에 흠집만 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 전 총리의 리더십이 사실상 '관리형'에 가까워 당의 운영 방향에 대해서는 뚜렷한 비전이 보이지 않는다는 의견도 있다.
지난 5일 경기 이천 물류창고 화재참사 합동 분향소를 찾았다가 제도 개선을 요구하는 유족들과 언쟁을 벌인 사례도 꼽힌다.
당시 이 전 총리는 화재 참사 재발 방지를 위한 대안을 요구하는 유족들에게 "제가 정부 소속이 아니라 책임질 수 있는 말을 못한다. 대신 의견을 전달하겠다"는 말로 대신해 항의를 받았다. 책임있는 집권 여당 대표로서 당 안팎의 각종 민감한 현안이 터질 때마다 집중적인 공격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당 내부에서는 이 전 총리가 최장수 국무총리 기록을 세우며 대중을 상대로 안정적인 지지율을 확보한 상황에서 '당권 잡고 대권'이라는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모델을 거칠 필요가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다른 중진의원은 "차라리 국난극복위원장이라는 이름으로 지역을 돌면서 지지층을 탄탄히 다지는 것도 나쁘지 않다"며 "호남이라는 지역적 한계 극복을 위해 지금부터 영남권을 집중적으로 공략할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당 내 지지 기반 확충'과 '호남 출신이라는 지역적 한계 극복' 두 가지는 이 전 총리의 안정적인 대권 가도를 위해 넘어야 할 장벽으로 꼽힌다. 당 대표직은 내부 지지 세력 확보를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될 수 있다. 아울러 대선 본선 전까지 리더십을 평가할 수 있는 좋은 시험대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최근까지 여권에 몸을 담았던 한 정치컨설팅 전문가는 "대선에 가기 전 검증을 통해 한번 털고 가는 게 좋다"며 "아직 제대로 된 '이낙연 리더십'을 보여준 적도 없지 않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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