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일만의 고3 첫 등교...코로나가 만든 '뉴 노멀' 곳곳 확인
체온계·마스크는 '필수세트'...잡담나누던 '교실짝궁' 사라져
인력 부족해 전교생 등교하는 6월3일까지 분산 대책 고심
일선 학교들 "인력 지원하겠다 말만 말고 빨리 지원해달라"
20일 오전 7시30분 서울 종로구 경복고등학교 앞. 교사들과 학교 관계자들이 나와 이렇게 외치고 있었다. 80일만에 이뤄지는 등교개학으로 방역 수칙에 맞게 학생들을 맞이하기 위해서다.
이날 등교하는 고3학년 학생들은 오랜만에 꺼내입은 교복을 입고 '통과 의례'가 된 발열체크를 받기 위해 교문 앞에서 길게 줄을 짓고 있었다.
학생들이 몰려들고 교실 입실 완료 시간이 임박해지자 1m거리두기는 무너졌다. 교사들이 여러차례 거리두기를 엄수하라고 지도했지만 한꺼번에 몰려드는 학생들로 인해 교문 앞 혼잡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경복고는 교문 입구를 둘로 분리했다. 교문 왼편은 학생, 교사들이 도보로 출입한다. 이날은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나와 비접촉식 체온계를 들고 발열을 체크를 하기도 했다. 이튿날인 21일부터는 담당 교사 두 명이 이 자리를 지키게 된다.
오른편은 차량이 출입한다. '드라이브 스루' 방식으로 발열을 체크하는 것이다. 아스팔트 바닥에는 빨강색 마스킹 테이프가 화살표 형태로 붙어 있다.
그러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는 학교 풍경을 바꿔놓았다. 등교를 하고 담임교사, 친구들과 인사를 나누는 등 표면상으로는 80일만에 일상을 되찾는듯 했지만, 긴장감이 감돌았고 코로나19시대의 새로운 학교 모습('뉴 노멀')을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교복과 가방을 들고 등교했던 학생들에게 이제는 마스크가 필수가 됐다. 체온계와 열화상 카메라는 학교의 필수장비다.
이날 경복고 첫 등교길에는 N95 마스크에 보안경까지 낀 교사까지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등교하는 모든 학생과 교사들은 보건용 마스크를 착용해야한다. 교문을 지나면 학교 1층 열화상카메라 앞을 통과한 후에야 교실로 들어갈 수 있다.
교실 안에서 책상을 붙여앉던 '짝꿍'도 없어졌다. 거리두기 수칙에 따라 시험대형으로 책상을 재배치했기 때문이다. 교실 안에 있던 청소도구함, 사물함은 모두 복도로 이동했다.
발열체크는 점심식사 전에도 이뤄진다. 수업이 없는 교장, 교감 등 교사들이 투입돼 학생들의 증상을 수시로 체크한다.
이런 수칙은 경복고에만 해당하는게 아니다. 보다 세부적인 행동 수칙을 따로 만든 학교들도 있다.
서울 은평구의 A고는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학생은 등교시키지 않는 원칙을 세웠다. 복도는 우측통행을 하도록 테이프로 가이드라인을 잡아놓았고, 밀폐된 공간인 엘리베이터는 사용하지 않도록했다.
이동식 교과수업이 끝날때마다 담당 교사가 소독을 진행하고,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수업시간도 45분으로 단축 운영하기로 했다.
고3들의 첫 등교가 큰 문제 없이 이뤄졌지만 학교 현장에는 여전히 숙제가 남아있다. 전교생이 등교하는 6월3일까지는 분산등교 방안을 마련해야 하지만 일선 학교들은 인력 부족 등의 문제로 결론을 선뜻 내지 못하고 있다.
이경률 경복고 교장은 "1학년까지 등교할 때 어떻게 할 지 어제 전체 교사들과 회의를 가졌으나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며 "오늘도 결론을 내리기 위해 회의를 해야 한다"고 밝혔다.
방역을 도맡을 보건교사는 여전히 1명이고, 인력은 부족하다. 이경률 교장은 "보조인력 지원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며 "우리는 전교생 1000명 이상 과밀학교가 아니지만 700~800명 되는 고교도 보건교사가 2명이면 좋겠다"고 했다.
은평구 A고 B 교무부장도 "수업과 행정 업무도 산더미인데 (방역과 관련한)새로운 지침과 추가 요구가 너무 많다"면서 "인력지원을 해줄것처럼 얘기만 하고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로 일단 등교수업을 시작하는거라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ddobagi@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