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교 반대' 주장하는 학생들…"고3은 코로나가 봐주냐"

기사등록 2020/05/21 05:01:00

지난 19일 고3 학생 카카오톡방 생성, 600명 넘겨

'개학반대', '등교반대', '학생인권' 실검 시도…실패

교육부에 단체 메일도…추가 확진 소식에 불안감

"학교 가는 건 학생인데 왜 무시…건강 생각하나"

"학교는 거리두기 될 수가 없다…경로 추적 안돼"

[서울=뉴시스]박주성 기자 = 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의 등교 수업 첫날인 지난 20일 오후 서울 종로구 경복고등학교에서 마스크를 착용한 고3 학생들이 수업이 끝난 뒤 하교하고 있다. 2020.05.20. park7691@newsis.com
[서울=뉴시스] 이창환 기자 = 고등학교 3학년의 등교가 시작되기 전날인 지난 19일 이를 반대하는 내용의 '실시간 검색어 장악' 시도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결국 실패에 그쳤지만 등교가 아직 이르다고 주장하는 학생들은 그만큼 강경하고 확고하다는 반증 사례로 읽힌다.

21일 카카오톡 등에 따르면 지난 19일 10대 학생들이 주가 돼 만들어진 '등교개학반대'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서는 3차례에 걸쳐 포털사이트 네이버 실시간 검색어 순위에 '개학반대', '등교반대', '학생인권'을 올리려는 시도가 있었다.

이 방은 경기도 소재 모 고등학교 3학년 최모양이 지난 18일 또래 학생 3명과 만든 것으로,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통해 알려져 19일에는 600명이 넘게 모이기도 했다. 일부 학부모와 고3을 비롯한 학생들이 참여한 것으로 보인다.

채팅방 참가자들은 1시간30분씩 3차례에 걸쳐 키워드들을 검색했지만, 실제로 이들이 검색한 단어가 실시간 검색어 순위에 오르지는 못했다. 이들이 이 같은 시도를 한 것은 순위에 오를 경우 사회적 이목을 끌고, 자신들의 입장을 다수의 사람들에게 전파할 수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 같은 시도는 이전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그 일가에 대한 검찰 수사가 진행됐을 당시 대중적 이슈가 된 바 있다. 지난해 8월 '조국 힘내세요', '우리가 조국이다' 등 관련 표현이 연이어 포털사이트 검색어 순위 1위로 올라와 화제를 모았다.

최양은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학교에 가는 건 우린데, 교육부가 우리 의견을 무시하는 게 보인다"며 "분명히 학생들의 건강을 먼저 생각한다고 했지만, 그보다는 대입을 위해 등교 개학을 강행하는 것 같아 화가 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등교 개학을 강행하더라도 대책이나 방안이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도 않은 것 같아 답답한 마음이 크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검색어 시도에 앞서 교육부에 '등교 개학 반대, 1학기 온라인 수업' 내용을 담은 메일을 단체로 보내기도 했다.

메일에는 "저희는 정부의 등교 개학 정책에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학생으로서, 현재 코로나19 감염 추세 등을 고려했을 때 개학 시 학생들 간 집단감염 및 재전파의 우려가 너무 심각하다"며 "이태원발 재확산과 삼성서울병원 신생 확진 등 언제 다시 집단감염이 창궐할지 모르는 상황이고, 이에 대한 완벽한 방역은 어느 나라에서도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서울=뉴시스]박주성 기자 = 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의 등교 수업 첫날인 지난 20일 오후 서울 종로구 경복고등학교에서 마스크를 착용한 고3 학생들이 수업이 끝난 뒤 하교하고 있다. 2020.05.20. park7691@newsis.com
고3 학생들의 등교 개학이 진행된 전날에는 이 채팅방에서 약 400명이 모여 인천·경기 안성 등 지역에서 발생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추가 확진 소식이 공유되며 우려섞인 반응들이 쏟아졌다.

한 참가자는 "저런데도 (등교) 개학을 계속 강행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했고, 또 다른 이는 "이렇게까지 (등교) 개학을 하는 게 이해가 안 된다"고 했다.

자신을 고3이라고 소개한 이들은 불안감을 드러냈다.

한 학생은 "학교는 거리두기가 될 수가 없는 곳이다. 음료수 나눠 먹고 교실에서 선생님 나가시면 남자 애들끼리 장난이랍시고 재채기하고 여자 애들은 답답하다고 마스크 벗고 수다 떤다"며 "아무리 열을 재고 칸막이를 설치하면 뭐하냐"고 올렸다.

다른 학생은 "쉬는 시간에 복도에 사람 100명 정도 나와 엉켜있고, 다른 반도 막 들어간다. 오랜만에 만나 반가운 건 알지만, (이대로면) 이동경로 추적은 절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고3이라고 밝힌 한 학생은 "코로나19가 끝난 것도 아니고 백신도 없다. 이태원 때문에 시끌시끌한데 교육부에서 학교를 끝까지 보내려고 해 결국 오늘 등교했다"며 "고3이라고 확진이 안 되는 것도 아니지 않느냐, 하루하루가 두렵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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