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비대면 진료 효용성 재차 언급…"체계 구축 계획"
세계 시장 연평균 15%씩 성장…내년 50조 이상 전망
파이터치硏 "의료법 규제 풀면 소비 5조9000억 증가"
의료계 반발…"필요한 분야부터 점진적 도입" 목소리
지난 15일 청와대 관계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비대면 의료가 현재까지 석 달 이상 운용되면서 코로나19 상황에서 국민의 안전을 지키는 데 중요한 성과를 냈다"면서 "의료 접근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60세 이상 고령 환자, 고혈압·당뇨 환자 등이 진료를 받을 수 있었다. 환자는 물론 의료진의 안전에도 도움이 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같은 효용성을 갖는 비대면 진료 체계를 구축할 계획이 있음을 명시했다.
앞서 지난 14일에는 정세균 국무총리를 비롯해 정세균 국무총리,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등 주요 부처 수장들이 일제히 비대면 진료의 효용성을 언급하고 나섰던 바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비대면 진료를 포함한 넓은 범위에서의 원격의료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경제적인 비용, 효과성을 따져 원격의료를 도입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을 견지하고 있는 의료계와 달리 경제계에선 원격의료가 경제 전체에 가져올 수 있는 이익을 강조하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전 세계 원격의료 시장은 총 305억 달러(약 37조5000억원)다. 이 규모는 올해 355억 달러(약 43조6000억원), 내년 412억 달러(약 50조6000억원)까지 커질 것으로 추산된다. 이 예측대로라면 2015년부터 2021년까지 세계 원격의료 시장은 연평균 14.7% 성장하는 셈이다.
국내에선 원격의료가 허용되지 않고 있기에 관련 기술을 보유한 한국 기업들은 해외로 진출했다. 일례로 네이버의 자회사 '라인'(LINE)과 소니의 의료 전문 플랫폼 'M3'의 합작회사인 '라인헬스케어'는 지난해 12월부터 일본에서 원격의료 서비스를 시작했다. 일본 내 전 국민이 모바일 메신저인 라인을 활용해 내과·소아과·산부인과·정형외과·피부과 전문의와 상담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세계적으로 시장 성장세가 가파르지만, 기술을 보유한 한국 기업들이 정작 국내에서 사업을 전개하지 못하는 꽉 막힌 상황을 과감히 풀어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향후 이 같은 신종 전염병이 또다시 출현할 것에 대비하고 관련 시장 선점에 뒤늦게라도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다. 우리나라 의료법 제34조는 의료인과 의료인 사이의 원격의료만을 허용하고 있어 의사와 환자 간 원격의료는 원칙적으로 허용하지 않는다.
민간 경제 연구기관인 파이터치연구원은 '원격의료 서비스 규제 완화의 경제적 파급효과'라는 제목의 연구 보고서에서 관련 규제를 풀면 국내총생산(GDP)이 약 2조4000억원(0.15%) 증가할 것으로 추산했다. 소비는 무려 5조9000억원(0.58%) 규모로 불어날 것이란 예상이다.
약 4조3000억원(1.08%) 규모의 투자와 함께 2000개(0.01%)의 일자리도 창출될 것으로 연구원은 분석했다. 숙련 노동의 인적 투자량과 정보통신기술(ICT) 투자량, ICT 자본스톡 등이 각각 9.24%, 8.70%, 8.70%씩 증가하는 파급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규제 완화시 원격의료 서비스의 수가는 -5.46% 낮아지고 소비와 고용은 각각 6.70%, 5.16%씩 증가한다. 반면 기존의 대면 서비스의 경우 수가가 2.68% 오르고, 소비와 고용은 -2.56%, -3.31% 감소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그러나 두 서비스를 합한 전체 의료 서비스로 보면 수가가 -1.42% 줄고 소비가 1.88%, 고용이 0.18% 늘어난다는 점에서 총량적 측면에선 의료 서비스 시장에 긍정적이라는 것이다.
김봉만 전경련 국제협력실장 역시 "한국은 규제로 인해 원격의료 시장의 규모조차 제대로 파악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성장하는 원격의료 시장의 기회를 잡고 코로나19와 같은 위기 시의 대응력을 높이기 위해선 관련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고 했다.
반면 최대집 대한의사협회장은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코로나19로 대한민국 의료진이 사투를 벌이고 있는 시점에 그간 의료계에서 일관되게 반대해 왔던 원격의료를 추진해선 안 된다고 강한 목소리를 냈다. 최 회장은 "원격의료, 원격진료는 환자의 의료 이용 편의성(또는 편리성) 기준이나 비용-효과성 기준으로 평가돼서는 안 된다"며 정부가 일방적으로 원격의료를 제도화하면 극단적인 투쟁에 나서겠다고 예고했다.
이처럼 경제적인 목적으로 원격진료가 추진돼서는 안 된다는 논리로 의료계의 반발이 여전한 상황을 고려할 때, 급진적인 도입보다는 의료 서비스를 받는 국민의 편의가 즉각적으로 높아질 수 있는 분야부터 점진적으로 시도해 나가는 방향을 생각해 볼 수 있다는 조언이 나온다.
김윤 서울대 의료관리학과 교수는 "의원에선 만성 질환 환자를 관리하는 데 원격의료를 도입하고 대학병원에선 중증 희귀 질환자나 유전성 질환자 등에 원격의료를 제공하면 혜택이 있을 것"이라며 "와병 생활을 해야 하는 환자나 거동이 불편한 환자, 장애인 등에 대해서도 원격의료가 필요한 지점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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