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민 보호소, 과밀화·위생 열악…방역 불가
NGO "난민 분산 조치 하라" 압박
독일·벨기에·영국 등 난민 수용 시작
[서울=뉴시스] 양소리 기자 = 유럽행 난민들의 관문으로 알려진 그리스 동쪽 레스보스섬의 난민 임시 보호소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했다.
비정부기구(NGO)와 난민들이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그리스 본토로 난민을 이주시켜야 한다고 주장하자 그리스 정부는 유럽연합(EU) 회원국이 난민을 분산 수용해야 한다며 빠른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14일(현지시간) 가디언에 따르면 지난 12일 레스보스섬의 모리아 난민 임시 보호소에서 코로나19 확진자 2명이 나왔다. 확진자는 지난 주 터키의 국경을 거쳐 이곳에 도착한 이들로 확인된다. 난민 임시 보호소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문제는 현재 모리아 난민 임시 보호소에 머무는 인원이 1만8000명에 이른다는 점이다. 이곳의 정원이 3000명인 것을 감안하면 6배에 달하는 숫자다.
심각한 과밀화와 열악한 시설로 코로나19 방역의 기본인 사회적 거리두기와 위생 규칙은 준수할 수 없는 상황이다.
난민 NGO인 그리스 국제구조위원회(IRC)의 국장은 "임시 보호소에 사는 난민은 코로나19로부터 자신을 보호할 방법이 거의 없다. 만약 보호소에 코로나19가 유입된다면 심각한 과밀화와 위생시설의 부재로 인해 빠르게 확산될 것이다"고 말했다.
국장은 이어 "보호소 내 혼란을 가라앉히는 게 가장 먼저다"며 "이를 위해 난민의 분산이 이어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난민들 사이에서도 "바이러스를 피할 수 있게 해달라"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
당황한 그리스 정부는 EU 회원국에 도움을 청하고 나섰다. 정부는 "EU 국가들이 보호소 내 망명 신청자를 빠르게 분산 수용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독일, 벨기에 등은 젊은 난민들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추세다. 지난 주 영국은 '가족상봉법'을 기반으로 해 영국 내에 친인척이 있는 난민의 수용을 시작했다.
그리스 본토로도 약 2000명의 난민이 유입됐다.
그리스 당국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난민은 지난 6일과 10일 두 척의 보트를 타고 터키에서 들어온 70여명의 무리 중 일부"라며 "이들은 다른 난민 신청자들과 접촉하지 않은 채 별도의 격리 시설에 배치됐다"고 확산의 공포를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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