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감염병 분쟁 해결 기준' 만든다…코로나19 이후부터 적용

기사등록 2020/05/15 09:30:00

1~3월 항공권·예식장 등 상담 건수 8배 폭증

공정위, 법 전문가·소비자 단체 등 의견 수렴

앞으로 이용할 '새 분쟁 해결 기준' 만들 계획

산재 보험 적용 대상 특고 근로자 직종 확대

금융 소비자 보호·골목형 상점가 기준 마련도


[세종=뉴시스] 김진욱 기자 = 정부가 대규모 감염병이 발생했을 때 소비자-사업자 간 생길 분쟁을 해결할 기준을 만든다. 이 기준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부터 적용된다.

특수 형태 고용(특고) 근로자의 산업 재해 보상 보험 적용 대상도 확대한다. 앞으로는 방문 교사 등 5개 직종의 특고 근로자도 산재 발생 시 보험 혜택을 누릴 수 있게 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15일 국회에서 열린 당·정·청 을지로민생현안회의에서 이런 내용을 담은 '코로나19 극복 지원을 위한 공정 경제 제도 개선 방안'을 논의한 뒤 확정해 발표했다. 이 방안은 공정위를 비롯해 기획재정부·고용노동부·국토교통부·중소벤처기업부·금융위원회 등 6개 부처가 머리를 맞대 마련했다.

구체적으로는 ▲소비자 권익 보호 ▲근로자·특고 권리 강화 ▲소상공인·자영업자 영업 환경 개선 ▲중소기업 창업·거래·피해 구제 기반 강화 등 4개 분야로 나뉜다. 각 분야에 적게는 5개, 많게는 9개씩 총 28개의 과제가 담겼다.

이 중 가장 눈에 띄는 과제는 '대규모 감염병 발생에 따른 위약금 분쟁 해결 기준 마련'이다. 여행·예식 등 분쟁이 빈발한 업종을 대상으로 감염병 확산 정도에 따라 계약을 해제했을 때 소비자와 사업자가 위약금을 어떤 비율로 분담할지 등을 담은 기준을 만들겠다는 얘기다.

앞서 지난 1월 한국에서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확산한 이후 감염병 확산이 두려워 항공권·예식장 계약을 해제하려는 소비자와 위약금을 내라는 사업자 간 갈등이 심해진 바 있다. 지난 1월20일부터 3월8일까지 국외 여행·항공 여객·음식 서비스·예식 서비스·숙박 시설 등 5개 분야에서 한국소비자원에 접수된 위약금 관련 상담 건수는 1만4988건이다, 전년 동기(1919건) 대비 7.8배 급증했다.

이에 따라 공정위는 법률 전문가, 소비자 단체 등으로부터 의견을 수렴해 기존 소비자 분쟁 해결 기준에 감염병 관련 사항을 포함하기로 했다. 의견 수렴은 올해 하반기에, 개정 작업은 내년 1분기에 이뤄질 예정이다. 이번 코로나19로 생긴 분쟁에는 이 기준을 적용하지 않는다. 공정위는 "이미 계약이 체결돼 확정된 권리 의무 관계에 소급 적용할 수는 없다"고 전했다.

소비자 분쟁 해결 기준에는 생활 밀접 품목 관련 내용도 포함된다. 결혼 중개업·물품 대여 서비스업·가구 등이다. 결혼 중개업에서는 타 업종 대비 높은 위약금률(20%)을 적정 수준으로 조정, 물품 대여 서비스업에서는 소비자가 계약 기간 내 서비스 불가 지역으로 이사할 경우 내는 위약금 조정, 가구에서는 품질 보증·부품 보유 기간 조정 등이 담길 예정이다.
[서울=뉴시스] 제품 배송·설치 담당자들이 건조기를 배송하기 위해 차량에 싣고 있다. photo@newsis.com 이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 없음

산재 보험 적용 대상이 되는 특고 근로자 직종도 늘어난다. 현재는 보험 설계사·골프장 캐디·학습지 교사·레미콘 기사·택배기사·퀵서비스 기사·대출 모집인·신용카드 회원 모집인·대리운전 기사·건설기계 조종사만 산재 보험에 가입할 수 있지만, 오는 7월에는 방문 판매원·대여 제품 방문 점검원·방문 교사·가전제품 설치 기사·화물차주가 추가된다.

여기에 오는 2021년에는 돌봄 서비스 종사자·정보기술(IT) 업종 프리랜서 등도 더해진다. 이 과제의 담당 부처인 고용노동부는 보호의 사각지대에 있는 플랫폼 노동 종사자(퀵 서비스 기사·대리운전 기사 등)의 특성을 고려해 전속성 기준을 재정비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한 연구 용역은 올해 하반기 중 맡긴다.

특고 직종별 표준 계약서도 확대된다. 퀵 서비스 기사·대리운전 기사·소프트웨어(SW) 개발자가 표준 계약서 신규 도입 대상이다. 고용부는 현재 제정을 추진하고 있는 배달 기사 등 4개 직종을 국토교통부·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협의하고 있다. 개정 작업 중인 보험 설계사 등 금융 분야 4개 직종은 금융위원회와 논의하고 있다.

금융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한 과제들도 눈에 띈다. 고객의 적합성·적정성 확인, 설명 의무 준수, 부당 권유·불공정 영업·허위 과장 광고 금지 등 '금융 상품 판매업자의 6대 판매 원칙'을 전 금융 상품에 확대 적용한다. 설계부터 사후 관리까지 금융 상품 판매 절차 전반에 관한 내부 통제 기준을 법제화한다. 금융감독원 분쟁 조정 결과의 신뢰·수용성을 높일 수 있도록 조정 당사자의 출석·항변권을 보장하는 등 관련 제도를 개선한다.

공공 공사 근로자의 '임금 직접 지급제' 적용 대상도 확대된다. 현재 '공기업·준정부 기관·일부 지방 공기업'인 대상 기관에는 '기타 공공기관·전 지방 공기업·일부 지방자치단체 출연 기관'이 추가된다. 대상 계약은 계약금 '5000만원 이상'에서 '3000만원 이상'으로 늘어나고, 보장 대상에는 '자재·장비 업체 근로자 중 현장 전속성이 있는 자'가 더해진다.


[원주=뉴시스] 김경목 기자 = 강원 원주시 중앙동 중앙시민 전통시장의 모습. photo31@newsis.com 이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 없음

이 밖에 '골목형 상점가' 지원 기준 마련, 가맹·대리점 표준 계약서 도입 업종 확대, 창업보육센터 입주 대상 확대, 하도급·납품 대금 조정 활성화도 각 부처가 꼽은 중요한 과제들이다.

업종과 관계없이 소상공인이 운영하는 점포가 일정 수(2000㎡ 안에 30곳) 이상 밀집한 곳을 골목형 상점가로 지정, 전통시장법에서 규정하는 '상점가'와 동일하게 중앙 정부와 지자체가 주차장 건립, 시설 현대화 등을 지원한다.

'외식업, 교육·서비스, 도·소매, 편의점' 등 4종에 불과한 표준 가맹 계약서는 '치킨, 피자, 커피, 기타 외식업, 교육, 세탁, 이·미용, 자동차 정비, 기타 서비스업, 도·소매, 편의점' 등 11종으로 늘어난다. '식·음료, 의류, 통신, 제약, 자동차 판매, 자동차 부품' 등 6종인 표준 대리점 계약서에도 '가구, 가전, 도서 출판, 보일러, 석유 유통, 의료기기' 등 6종이 추가된다.

창업 3년 이내 기업만 들어갈 수 있었던 창업보육센터는 '창업 5년 이내 기업'(전체의 30% 이내)에도 입주가 허용된다. 중소기업협동조합이 하도급 납품 대금을 협의할 수 있는 원사업자의 범위를 '전체 중견기업'으로 확대하고, '계약 체결 이후 60일이 지난 경우에만 신청할 수 있다'는 전제를 폐지, 경과 기간 없이 협의를 바로 요청할 수 있도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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