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옥성구 고가혜 기자 = 법원이 정경심 동양대 교수 재판에 불출석한 한인섭 한국정책연구원장을 향해 "법 전공 교수가 부당하게 불출석한 것을 굉장히 납득 못 하겠다"며 과태료 500만원을 부과했다. 또 재차 불출석시 구인영장을 발부하겠다고 경고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부장판사 임정엽·권성수·김선희)는 14일 업무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정 교수의 13차 공판을 진행했다. 이날 증인신문이 예정된 한 원장은 전날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고 나오지 않았다.

재판부는 "지난달 17일 증인 가족에게 소환장을 송달해 수령했고, 전날 오후 한 원장이 유관기관장 회의가 예정됐고 증언거부권이 있다며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다"며 "제출 사유서에는 기관장 회의과 오늘 오후 열린다고 소명할 자료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형사소송법상 증언거부권이 있더라도 법정 출석 의무가 면제되는 것이 아니고, 불출석 사유는 정당하지 않다"면서 "과태료 300만원 부과를 알렸는데, 재판부가 과태료를 말하는 것이 부당하다며 출석 안 하겠다는 의사를 다시 전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공판중심주의에서 심리해야 하는데 법을 전공하신 교수님이 이런 의견을 낸 거에 굉장히 납득할 수 없다"며 과태료 500만원을 부과했다. 또 향후 다시 불출석할 경우 과태료 부과는 물론 구인영장을 발부하겠다고 경고했다.

정 교수 측 변호인은 '한 원장은 지금 피의자 지위에 있으며 진술거부권을 행사했고, 적절한 방어권 행사"라고 언급했다. 이에 검찰은 "한 원장은 딸 조씨와 관련해서는 입건도 안 됐고, 공소시효도 지났다"고 반박했다.
한편 이날 증인으로 나온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전문위원 김모씨는 세미나 영상 속 여성이 정 교수 딸 조씨가 맞다고 기존 증언들과 배치되는 발언을 했다.
 
정 교수 입시비리 혐의 중에는 딸 조모씨의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인턴십 확인서'를 허위로 발급받아 한영외고에 제출한 혐의가 있다.

검찰은 정 교수가 남편 조국 전 법무부장관이 활동하는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에서 2009년 5월15일 개최한 '동북아시아의 사형제도' 세미나를 딸 조씨가 준비하며 2009년 5월1일~15일 동안 인턴을 했다는 허위 확인서를 발급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정 교수 측은 지난해 논란이 불거진 후 이를 반박하며 딸 조씨가 실제 세미나에 참석했다는 근거로 관련 영상을 제시했다. 그동안 정 교수 재판에 나온 증인들은 영상 속 여성이 딸 조씨가 아니라는 취지로 증언했다.

하지만 이날 김씨는 영상 속 여성이 딸 조씨가 맞다고 했다. 김씨는 세미나 며칠 전 외고생들로부터 참석 문의를 받았고, 당시 공익인권법센터장이던 한 원장의 허락을 받아 외고생 3~4명을 세미나에 참석했으며 책상을 나르고 다과 세팅을 준비했다고 말했다.

검찰이 '딸 조씨만 뒤풀이에 참석했나'라고 하자 김씨는 "딸 조씨가 온 건 기억난다. 저와 관련 있는 조국 교수 딸이라고 했다"라고 대답했다. 이어 김씨는 딸 조씨가 뒤풀이에 참석했다며 "본인을 소개했고, 고3이라고 했다"며 "조 전 장관 옆에 앉아있었다. 딸이라고 한 것이 맞다"고 설명했다.

김씨는 검찰 조사 과정에서 딸 조씨가 '가슴까지 내려오는 긴 머리를 하고 있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검찰이 해당 영상을 지목하며 '긴 머리가 아닌 걸로 보인다'고 묻자 김씨는 "단발머리보다는 긴 걸로 봤다"고 대답했다.

또 김씨는 딸 조씨 등 3명의 인턴십 확인서에 대해 "도장을 저만 갖고 있어서 제가 찍었을 것으로 추정한다"며 "발급대장에 유일하게 주민번호 세개를 쓴 것이 기억난다. 발급됐으니 제가 도장을 찍었을 것"이라고 증언했다. 다만 어떻게 해서 준 것인지는 기억 안 난다고 했다.
이날 또 다른 증인으로 나온 전 동양대 학생 A씨는 자신이 보조연구원 활동을 하지 않았고, 받은 보조금은 정 교수 부탁에 정 교수 딸 조모씨에게 보냈다고 증언했다.

공소사실에 따르면 정 교수는 2013년 3월 동양대 영어영재교육센터장으로 근무하며 딸 조씨와 당시 동양대 학생 A씨를 보조연구원으로 등록하고, 허위 인건비 명목으로 딸 조씨와 A씨 보조금 각각 160만원씩을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이날 검찰이 '보조연구원으로 근무한 사실 있나'고 묻자 A씨는 "없다"고 답했다. 이어 '딸 조씨가 보조연구원으로 일한다는 것을 들은 적 있나'는 검찰 질문에도 A씨는 "없다"고 말했다.

아울러 검찰이 '정 교수가 구체적 설명 없이 너 계좌로 입금될 테니 보관 잘하고 있어라 했나'고 하자 A씨는 "그렇다"고 대답했다. 그러면서 이후 정 교수가 연락해 딸 조씨 계좌로 보내라고 해 입금된 돈을 송금했다고 설명했다.

또 부산의 호텔 총괄사장 B씨 역시 증인으로 나와 고등학생이 주말마다 3년 동안 인턴 한 사례는 없는 것 같다고 밝혔다.

정 교수 혐의 중에는 딸 조씨가 호텔경영학과 지원에 관심을 보이자 2007년 6월 한영외고 1학년이던 딸 조씨가 2009년 9월 3학년까지 부산의 호텔에서 인턴 활동을 했다는 확인서를 허위로 만든 혐의가 있다.

해당 호텔의 총괄사장 B씨는 2007년 당시 식음료사업부 소사장(팀장)으로 근무했다고 한다. 검찰이 '호텔에서 고등학생이 인턴 실습한 적 있나'고 묻자 B씨는 "없다"고 말했다. 또 2007년 5월께 인턴 공고를 낸 적 없고, 고등학생이 2년 이상 주말마다 실무 경험을 한 기억은 없다고 증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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