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위기급 고용쇼크에 또 공공 일자리…"민간 활력 뒷받침 돼야"

기사등록 2020/05/14 17:23:01

정부, 계획된 94.5만개 직접일자리 재개에 55만개+α

미뤘던 공무원·공공기관 채용 다시 열어 4.8만명 추가

"위기 상황서 불가피…민간활력 보완대책 수반돼야"

[서울=뉴시스]박주성 기자 = 김용범 기획재정부 제1차관이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브리핑룸에서 열린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 회의 결과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0.05.14. park7691@newsis.com

[세종=뉴시스] 위용성 기자 = 정부가 긴급하게 공공일자리 154만개를 만들어 내겠다고 발표한 것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과거 외환위기급으로 치닫는 고용 상황에 대한 위기의식에서다. 민간부문의 일자리 창출 여력이 실종 상태에 가까운 현 상황에서 정부가 버팀목이 돼 완충 역할을 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임시처방에 불과한 공공일자리 대책과 별개로 양질의 일자리를 공급할 민간부문의 활력을 높일 근본 대책이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4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공공부문 중심 고용충격 대응방안' 조치에 따르면 정부는 공공부문을 중심으로 일자리 154만3000개가 긴급 공급될 예정이다.

세부 내용을 보면 기존 예산으로 원래 계획돼 있던 직접일자리 94만5000개를 예정대로 집행하고 추가로 55만개를 만든다. 여기에는 채용에 나서는 기업에 인건비나 보조금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15만개를 만들겠다는 계획이 들어간다. 또 그간 코로나19로 미뤄졌던 공무원과 공공기관 채용절차도 다시 시작해 4만8000개를 더한다.

결국 민간 부문의 일자리는 15만개 가량인 셈이고 대부분은 정부가 사업을 정해 한시적으로 운영하는 일자리다. 여기에 소요되는 재원은 3차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을 통해 마련한다는 게 정부 계획이다.

'질 낮은 단기 알바만 양산한다'는 비판을 감수하면서도 정부가 이렇게 대량의 공공부문 일자리를 공급하겠다고 나선 건 그만큼 현재 고용시장 상황이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최근 발표된 고용지표에 따르면 지난달 취업자 수는 코로나19 여파가 본격화된 3월달에 이어 두 달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고, 감소폭(-47만6000명)은 외환위기가 닥쳤던 1999년 2월(-65만8000명) 이후 최대치를 찍었다.

관광객 급감에 외출 자제 등 사회적 분위기로 숙박·음식점업, 도·소매업, 교육서비스업 등 내수업종이 가장 먼저 타격을 받았고 여행 급감에 따라 항공업종도 직격탄을 맞은 결과다. 여기에 글로벌 수요 감소에 따라 수출도 부진하고 있는 만큼 앞으로는 수출 제조업에서도 고용 타격이 크게 나타날 전망이다.

김용범 기재부 1차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현재 상황에서는 공공부문의 일자리 확대가 불가피하고 이는 당연한 책무"라고 밝혔다.



[서울=뉴시스]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취업자 수는 2656만2000명으로 전년보다 47만6000명(-1.8%) 감소했다. (그래픽=안지혜 기자)  hokma@newsis.com

정부가 내놓은 공공일자리의 주요 세부 내용을 보면, 우선 기정예산으로 계획된 직접일자리 94만5000개 중 코로나19 사태로 중단됐던 노인일자리와 자활근로사업 등 60여만개 일자리를 최대한 빨리 재개하기로 했다. 여기에 신중년 사회공헌 활동지원, 국내 지식재산권 보호활동, 국가기록물 정리사업 등16만7000개를 더 만든다.

취약계층에게는 생활방역, 공원·체육시설 개선, 관광 명소 조성, 농·어가 일손돕기, 지역환경 정비 등 업무로 30만개를 제공한다. 비대면·디지털이라는 수식어가 붙은 직접일자리도 10만개 공급된다. 공공데이터 구축, 온라인콘텐츠 제작 등에 투입되는 인력이다.

하지만 여기에는 의료기관 발열체크·환자안내, 불법 복제물 모니터링, 간격유지·감염예방 등 탐방안내요원 및 공원보호사업 등 디지털이라는 수식어가 어울리지 않는 사업들도 상당수 포함돼 있다.

정부가 나랏돈을 풀어 금새 만들 수 있는 직접일자리는 당장 생계가 위협받는 취약계층의 소득을 보전하는 방식으로 당장의 '급한 불'을 끌 수는 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한시적 저임금 일자리라는 점에서 그간 실제 고용상황보다 지표를 부풀리는 장치로도 인식돼 왔다.

작년 연간으로 우리 경제의 '허리'에 해당하는 40대 취업자 수 감소폭(-16만2000명)이 1991년 이래 최대치를 기록하고 주력산업인 제조업에서도 2013년 이래 최대 감소폭(-8만1000명)을 기록했다.

이처럼 코로나19가 닥치기 이전부터 민간부문의 고용창출 능력은 갈수록 저하되고 60세 이상 노인일자리가 지표를 대신 메우는 '언 발에 오줌누기' 상황이 지속돼 왔기 때문이다.

이인호 한국경제학회장(서울대 경제학부 교수)은 "현재와 같은 어려운 상황에서는 공공일자리가 그냥 돈을 나눠주는 방식보다는 낫다"면서도 "그러나 공공섹터에서 너무 오랫동안 도와주는 방식은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노동시장 제도개선 등이 이뤄지지 않으면 코로나19 이후에도 경제 회복은 굉장히 더디게 이뤄질 수밖에 없다"며 "그렇지 않고 공공부문 일자리만 지속된다면 지금처럼 민간의 고용창출 능력이 떨어지고 고용의 질은 악화하는 상황이 지속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인천=뉴시스] 이종철 기자 = '국민취업지원제도'가 내년부터 실시되는 기운데 12일 오전 인천시 남동구 간석오거리역에서 시민이 일자리정보를 보고 있다. 2020.05.12. jc4321@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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