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체 사장 "오사용, 목적외 사용 우려 높아"
보안업체 대표 "열감지 시스템, 마법 아냐"
열화상 카메라가 사람의 피부 온도를 감지할 수 있지만 열이 있는 것인지 다른 이유가 있는지 알 수 있을 정도로 정밀하지 않다는 것이다. 사람의 피부 온도는 종종 몸의 중심부 온도와 다르고, 내부가 덮혀진 차량이나 주차장에서 나온 사람들도 열화상 카메라의 경보를 울리게 할 수 있다고 WP는 꼬집었다.
WP는 코로나19에 감염된 상당수가 발열 증상을 보이지 않아 체온 측정만으로는 감염자의 상당수를 놓칠 수 있다고도 경고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지난달 코로나19 감염자의 25%가 어떠한 증상도 보이지 않았다고 했다. 열화상 카메라 같은 선별 기법은 감염자의 절반 이상을 놓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고 WP는 전했다.
WP는 미국에서 벌어지는 열화상 카메라 마케팅 열풍 사례를 열거했다.
일례로 미국 조지아주 그위닛카운티는 코로나19가 확산되자 카운티 공공기관에 설치할 열화상 카메라 4대를 대당 3만달러에 긴급 구매했다. 레드 스피드 USA라는 업체는 빠르고 정확하게 코로나19 증상자를 가려낼 수 있다고 홍보하면서 중국산 열화상 카메라를 업계 선두업체보다 비싼 가격에 제시했고, 그위닛카운티 측은 '일상 복귀'를 위해 이를 수용했다.
하지만 업계 전문가들은 WP에 이 제품이 의료용으로 설계되지 않았기 때문에 '열 감지기(fever detectors)'로 사용하는 것을 권하지 않는다고 했다. 열화상 카메라는 통상 의료용이 아닌 국경과 항만, 군부대 등에서 흐린 날씨나 해질 무렵에 접근하는 사람과 차량의 열을 감지, 식별하기 위해 개발됐다.
이와 관련해 세계 최대 열화상 카메라업체인 FLIR 시스템스는 최근 온라인에 자사 제품은 의료용 목적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면서 코로나19 진단 또는 코로나19 증상을 가진 개인을 찾기 위해 사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코로나19 진단을 위해서는 정확한 온도를 측정할 수 있는 2차 선별 도구를 사용할 것을 촉구했다.
짐 캐넌 FLIR 시스템스 사장은 WP에 최근 3개월간 1억달러 이상의 열화상 카메라를 추가로 판매했다면서 군과 거대 기업이 아닌 소규모 기업과 공공기관 등 비전통적 수요의 증가는 오사용 또는 목적 외 사용의 우려를 높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는 과학으로 뒷받침할 수 없는 주장을 하는 사람들이 시장에 등장하는 것에 우려하고 있다"며 "열화상 카메라를 누군가에게 들이대는 것만으로는 효과적으로 표면 온도를 선별해낼 수 없다"고 했다.
미국 남부지역에 사법용 감시카메라를 설치해온 보안업체 대표인 라이언 베넷도 "정확하지 않은 '열 감지 시스템'을 홍보하는 회사들이 늘어났다"며 "(열 감지) 시스템은 마법이 아니다. 그저 외부 온도를 읽어줄 뿐이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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