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3 나흘 뒤인 13일·초등 저학년·유치원생 20일 등교
"이태원 클럽 역학조사 따라 달라질 수도" 결정 미뤄
특히 "생활방역은 어느 정도 위험을 감수하겠다는 뜻"이라고 밝혀 논란이 예상된다.
박능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1차장(보건복지부 장관)은 10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코로나19 정례브리핑에서 "이태원 클럽 감염의 영향을 판단하기에는 아직 역학조사 초기단계로 한계가 있어 지금 당장 결정하는 것은 어려움이 있다"면서 "이번 사태의 확산 추이, 학교 현장 의견수렴 등을 통해 빠른 시일 내에 결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이태원 클럽 관련 확진자는 54명이다. 클럽을 직접 방문한 환자는 43명, 나머지 11명은 가족이나 동료, 지인 등 2차 감염 사례다.
10일 서울에서 이태원 클럽발 신규확진자 16명이 추가돼 총 46명이 발생하는 등 수도권에 환자가 집중 발생하고 있다. 클럽을 방문했던 환자가 거주지인 충북, 부산, 제주로 돌아가 확진 판정을 받는 등 소규모 집단감염도 예상되는 상황이다.
그러나 박 1차장은 "'사회적 거리두기'에서 '생활 속 거리두기'로 전환하고, 또 생활과 방역을 동시에 병행한다고 했을 때에는 어느 정도 위험은 감수하겠다는 각오를 한 것"이라며 "완전 무결한 상태에서 등교를 개시한다거나 일상적인 사회생활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어느 정도 위험을 감수하겠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교육부 이상수 교육과정정책관(국장)은 "시도 교육청이 고3의 개학을 4일 정도 남겨놓고 있기 때문에 시도별로 여러 점검·논의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고3 학사일정 변경여부와 관련해서는 역학조사가 진행 중이고 위험도 평가가 이뤄지는 만큼 그 상황을 면밀히 살펴보고 있다. 여러 가능성을 열어놓고 질본·중대본과 긴밀히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아직 이태원 클럽 확진자가 밀집한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교육청에서는 등교 연기 요청이 공식 접수되지는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교육부는 교육현장 의견 수렴이 필요하다면 빠르게 실시해 등교수업이 개시되는 13일 전까지는 결정할 방침이다.
정부의 이 같은 방침은 이태원 클럽 집단감염 확산세에 유·초·중·고등학교 및 특수학교의 등교수업 재개를 재검토해야 한다는 학부모들의 우려와는 동떨어져 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체험학습 기간을 최대로 활용해 아이를 보내지 않겠다는 '등교거부' 움직임이 적지 않다. 아이들의 건강과 안전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비판도 거세다.
일반 국민들 사이에서도 이미 싱가포르에서 코로나19 종식 전 학교 문을 열었다가 현재 확진자가 100배 이상 늘어난 점 때문에 국내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당장 고등학교 3학년은 오는 13일 등교한다. 20일부터는 고등학교 2학년, 중학교 3학년, 초등학교 1~2학년, 유치원생이 등교한다. 일주일 뒤인 27일에는 고등학교 1학년, 중학교 2학년, 초등학교 3~4학년이, 마지막으로 6월1일에는 중학교 1학년, 초등학교 5~6학년이 등교할 예정이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등교를 반대하는 글이 쇄도하고 있다. 특히 '등교 개학 시기를 미루어주시기 바랍니다'라는 글이 얻은 동의 수는 10일 오후 6시 현재 15만건에 육박한다. 지난 24일 게시된 이 청원은 일주일새 10만명이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등교 반대 청원은 이태원 클럽 집단감염 소식이 전해진 뒤 꾸준히 게시되고 있다. '등교 개학, 더 연기해야 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은 5658명, '1학기는 온라인 학습 출석으로 인정해 주십시오'라는 글은 5076명의 동의를 얻었다.
또한 '학부모 동의 없는 5월 개학 반대'라는 제목의 게시글에는 4593명, '왜 어린 유치원 초등학생이 시험대에 올라야 합니까?'라는 글에 4270명, '고3 13일 등교 반대, 초등 1-2학년 개학 조정' 글은 3122명이 각각 동의했다.
박 1차장은 "감수해야 할 위험이 어느 정도인지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이 있을 수 있다"면서 "이태원 집단발병 관련 진행 중인 역학조사 결과에 따라서 판단이 달라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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