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클럽 집단감염 신천지처럼 안되려면…역학조사 속도전 최대 관건

기사등록 2020/05/08 17:16:59

용인 환자 황금연휴 동선 길어·3~4차 전파 가능성↑

출입명부 최소 1500명…누락·부정확해 신뢰성 낮아

카드내역·GPS 동원 예정…클럽 특성상 장애물 상당

"접촉자 빨리 찾아내야 다른 확진자 막을 수 있어"

[서울=뉴시스] 경기 용인시 66번째 코로나19 확진자가 다녀간 이태원 클럽 관련 신규 확진자가 하루 새 12명 늘어 총 15명으로 집계됐다. (그래픽=안지혜 기자)  hokma@newsis.com
[서울=뉴시스] 이연희 기자 = 서울 용산구 이태원 클럽 관련 확진자가 이틀 새 15명으로 늘어나고 접촉자 수가 최소 1500명 이상으로 나타나면서 지난 2월 신천지에 이어 '제2의 물결'(second wave)이 몰려올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 6일 확진된 초발 환자의 감염경로가 아직 파악되지 않았고 이태원 클럽 특성상 정확한 접촉자 조사가 상당히 어렵기 때문에 신속한 역학조사, 그리고 스스로 코로나19 검사를 받거나 외출을 자제하는 시민의식만이 지역사회 감염을 막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8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와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에 따르면 초발환자인 용인 66번째 환자가 지난 1일 오후 11시쯤부터 2일 새벽 4시 사이 방문한 클럽·주점 방문자 수는 출입명부 기준 1500여명에 이른다.

각 클럽과 주점은 방역수칙상 출입명부에 이름, 주소, 연락처 등 개인정보를 비롯해 호흡기 증상, 마스크 착용 여부 등 기록하도록 했다.

그러나 경기 용인 확진자가 다녀간 클럽들 중 명부에 이름을 작성하지 않거나 허위 정보를 기입하고 입장한 사례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8일 확진 판정을 받은 클럽 관련 확진자 12명 중에는 명부에 정보를 기재하지 않은 사례가 확인된 것이다.

정은경 방대본부장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유흥시설은 정확하게 출입명부를 기재했는지 판단하기 어려운 한계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에서도 "명부 작성 등 방역지침 준수 여부를 확인했는데 명단이 일부 부정확하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김병문 기자 = 지난 6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경기도 용인 66번째 환자가 서울 용산구 이태원 클럽을 다녀간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은 7일 오후 환자가 다녀간 클럽의 모습. 2020.05.07.  dadazon@newsis.com
방역당국은 출입명부와 확진자 진술 외에도 해당 클럽·주점의 카드내역과 폐쇄회로(CC)TV, 위성항법시스템(GPS)를 활용한 정확한 동선 등 역학조사 결과를 추후 공개할 예정이다.

그러나 이태원 소재 클럽 특성상 현금으로 결제했거나 타인이 대신 비용을 낸 경우, 연락이 잘 닿지 않는 외국인, 성 정체성이 드러날까 우려하는 성소수자, 출입명부에 없는 방문자들이 역학조사에 소극적으로  모두 추적하기에는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월 신천지 대구교회 슈퍼감염이 발생했을 당시에도 신천지 신도임을 숨기는 사례가 많아 방역당국이 혼선을 겪었으며, 여러 차례 지자체 행정조사 등을 통해 명단을 확보한 바 있다.

이 때문에 방역당국은 역학조사상 스스로 역학조사를 꺼리는 경우가 나타날까 우려해 여러 차례 확진자에 대한 비난을 멈춰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초발 환자인 용인 66번째 환자는 외 14명의 확진자가 발생했고, 주로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에 환자가 몰려있다.
[인천=뉴시스] 이종철 기자 = 황금연휴 첫날인 30일 오전 인천시 연수구 선학경기장 드라이브 스루 선별 진료센터에서 의료진이 쉬지도 못하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을 위해 인천시 거주 해외입국자를 검사하고 있다. 2020.04.30. jc4321@newsis.com
용인 66번째 환자는 지난달 30일부터 거주지가 있는 용인과 직장이 위치한 성남 외에도 서울 송파구를 방문했으며, 친구들과 함께 경기 양평, 강원 홍천 여행을 다녀오는 등 동선이 길어 이태원 아닌 다른 지역에서 3~4차 전파 사례는 더 늘어날 수 있다. 8일 오후에는 부산에서도 이태원 클럽을 다녀간 확진자가 나온 만큼 수도권은 물론 전국 곳곳에서도 소규모 집단감염 사례가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전문가들은 신속한 역학조사를 통해 확진자와 접촉자를 확인하고 자가격리를 해야만 지역사회 감염 확산을 막을 수 있다고 제언했다.

이재갑 한림대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이날 한 TV 인터뷰에 출연해 "접촉자가 많을 수밖에 없고 또한 접촉자 중에서는 방역당국이 직접적으로 연락이 안 닿는 그런 사람이 상당수 많을 것"이라며 "추가 확진자가 발생하더라도, 접촉자를 빨리 찾아야 다른 추가 확진자를 막을 수 있기 때문에 상당히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역학조사만으로 방문자를 모두 찾아내기엔 한계가 있는 만큼 방문자 또는 유증상자 스스로 신고하고 스스로 격리하며 증상 추이를 보는 것이 지역사회 전파 연결고리를 끊을 수 있는 상황이다.

이재갑 교수는 "현재로서는 조금이라도 의심 증상이 있는 방문자는 바로 선별 진료소에서 검사를 빨리 받는 게 크게 번지는 걸 막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dyhlee@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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