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요양원·요양병원 면회 금지 당부
코로나19 확산 위험, 방역 시간 부족
"코로나 때문에 3달째 못가고 있는데…"
"'왜 안 올까'하면서도 내색 안하실 듯"
부산에 거주하는 정모(58·여)씨는 7일 뉴시스와 통화에서 "어머니가 집 근처 요양병원에 있는데 가까이서 못 본지가 석달이 다 돼간다"며 "요양병원에서 코로나19 전파를 우려해 자녀와 지인들의 방문을 자제하거나 2~3m 거리에서 보게 해 멀리서 눈인사만 하고 온다"고 말했다.
정씨는 아쉽지만 어버이날에는 카네이션과 음식 등을 병원 관계자에게 전달하고 어머니를 먼발치서라도 보고 돌아올 생각이다.
서울에 거주하는 백모(43·여)씨도 상황은 비슷하다. 백씨의 어머니는 치매와 하반신 불구로 요양원에 있는데 지난 2월1일부터 출입이 막혀 아직 만나지 못하고 있다.
백씨는 "어머니가 면회 오는 사람이 없으니 '왜 내 자식이 안 올까' 싶으면서도 내색을 안하실 것 같기도 하다"며 "요양원에 가도 아예 만나지를 못하니 현관까지 가서 관리자분께 음식, 옷가지, 약 등을 그냥 전해주고만 온다. 예전에 (면회가 자유로울 때) 많이 못 찾아뵙던 게 너무 후회된다"고 안타까워했다.
백씨는 "어머니가 정신이 멀쩡하시면 휴대전화라도 드려서 통화라도 할 텐데 치매다보니 휴대전화 관리가 어렵다"며 "요양보호사에게 부탁은 할 수 있는데 많은 사람들 돌보는 분이라 부탁드리는 게 쉽지 않다"고 했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 본부장은 전날 정례 브리핑에서 고위험 집단시설인 요양시설에서는 코로나19 감염 시 피해가 커질 수 있다고 면회 금지를 당부했다. 현재 방역당국은 요양원 등 요양시설에서 면회를 금지하고 있다.
SNS와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도 비슷한 사연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한 지역의 맘카페 회원은 "시어머니가 요양병원에 계신데 요즘 면회도 안되지만 어버이날이어서 그냥 지나가기가 (마음에) 걸린다"며 "카네이션을 보내면서 간병인 분들 드시라고 떡이나 음료를 보낼까 한다"고 했다.
또 다른 맘카페 회원은 "설 지나고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지난달 아버님 생신에도 못갔다"며 "어버이날에는 가야하는데 어찌해야할지 고민"이라고 했다.
또 다른 회원도 "이번 어버이날은 뭘 준비하시느냐"며 "코로나19로 자주 찾아뵙지도 못하고 침체된 분위기도 있어서 이벤트나 선물 중 뭘 해야 하나 고민이 된다"고 했다.
한편 정부는 이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고위험군이 밀집한 요양병원 등에서 비대면으로 면회가 가능하도록 투명칸막이 설치 또는 화상 면담 등 지침을 마련해나가기로 했다.
다만 8일 어버이날에는 기존 지침대로 면회가 금지된다. 면회에 따른 코로나19 전파 확산 우려가 여전히 높고 당장 방역 대책을 적용하기에는 시간상 여유가 없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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