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서도 못사던 '마스크 대란' 지나 안정화…숨 가빴던 100일

기사등록 2020/04/28 06:00:00

코로나19 국내 발생 후 100일째

사태 초기 마스크 품귀·사재기 통제 안 돼

구매 요일과 가능 매수·가격을 정한 ‘마스크 5부제’ 실시

재고량 확대… 1인3장씩 가능해져

식약처 “2차 감염 대비 비축량 계획… 5부제는 당분간 유지”

[서울=뉴시스] 이영환 기자 = 마스크 5부제가 시행된 9일 오전 서울 종로구의 한 약국에서 시민들이 마스크 구매를 위해 줄지어 서있다. 마스크 5부제 시행으로 약국에서 출생년도에 따라 1주당 1인 2매 구매가 가능하다. 2020.03.09.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송연주 기자 = 28일은 국내에서 지난 1월20일 코로나19 첫 확진 환자가 발생한 지 100일이 되는 날이다.

1만 명 이상의 확진자가 나온 지난 100일간 국민들에게 ‘마스크 착용’과 ‘일주일에 한번 마스크 사기’는 일상이 됐다.

처음 시행착오가 많았다. 중국의 확진자·사망자 수가 천정부지로 치솟을 때 마스크를 사재기하거나 생산해 중국에 반출하는 일이 속속 적발됐다. 안 그래도 부족한 마스크는 동나, 품귀를 넘어 대란을 빚었다.

이를 막기 위해 정부가 가장 처음 시도한 건 제조업자·판매자의 담합·폭리를 막는 마스크·손 소독제 매점매석 금지였다. 정부가 지난 2월5일 시행한 금지 고시는 지난해 월평균 판매량의 150%를 초과하는 마스크 등을 5일 이상 보관하는 행위를 금하고 있다. 위반할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및 5000만원 이하 벌금까지 받을 수 있다.

이어 2월12일 긴급수급 조치를 시행, 동일 판매처에 같은 날 1만장 이상의 마스크, 500개 이상 손소독제를 팔 때는 판매 내용을 식약처에 신고하도록 했다. 이 역시 위반 시 2년이하 징역 및 5000만원 이하 벌금을 받도록 했다.

생산자와 판매자에 대한 규제로 품귀현상을 잡는 건 한계가 있다. 수요에 비해 공급량은 계속 부족했다.

이렇게 ‘공평한 배분’을 목표로 한 ‘마스크 5부제’가 3월9일 첫 시행됐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출생연도의 숫자에 따라 공적 마스크를 구입할 수 있는 ‘요일’을 정했다. 한 사람이 일주일에 2개씩만 살 수 있도록 했다. 가격도 1500원으로 통일했다. 약국, 농협하나로마트, 우체국에서 서로 연계해 중복구매를 막을 수 있도록 단시간에 시스템도 구축했다.

매우 이례적인 제도까지 동원했지만 시행 초기만 해도 여전히 마스크를 못 구하는 경우가 많았다. 출생연도에 맞춰 약국으로 향했지만 늘어선 행렬로 구매하지 못하는 일이 허다했다. 약국에서 판매하는 시간을 알지 못해 소비자가 몇 번씩 약국에 전화·방문해야 하는 불편함도 발생했다. 이에 정부는 주변 약국 등의 마스크 재고현황을 알려주는 앱을 개발했다.

5부제의 정착으로 매일 1200만개 이상의 마스크 생산이 가능했다. 지난해 하루 평균(300만개)보다 약 4배 늘어난 수치다.

수입도 확대했다. 3월 첫째 주 37만개가 수입된 이래 일주일에 최대 2709만개(3월 넷째 주)의 마스크를 수입했다.

전국의 약국, 농협하나로마트, 우체국에 공급된 마스크는 매주 4000만개 이상이다. 매주 약 2000만명의 일반 국민이 마스크를 구매했다. 의료기관, 특별재난지역 등을 포함하면 매주 6000만개 이상 공급됐다.

이에 따라 수급도 안정세를 찾았다. 매일매일 물량이 부족하던 단계를 지나, 재고를 보유한 공적 판매처가 2만 곳 가까이로 증가했다. 구매자수도 5부제 첫 주(3월9일~15일)에는 1913만명에 달했지만, 4월 넷 째주엔 1479만명까지 줄었다. 정부는 27일부터 1인당 3개씩 마스크를 살 수 있도록 확대했다.
[서울=뉴시스]박주성 기자 =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마스크 수급이 안정화 단계로 접어들면서 한 주에 1인당 구매 가능한 공적 마스크 수량을 2매에서 3매로 늘린 가운데 27일 오전 서울 종로의 한 약국에서 시민들이 공적 마스크를 3매 씩 구입하고 있다. 2020.04.27.  park7691@newsis.com
단, 개선점은 여전히 남아 있다. 주요 판매처인 약국은 마스크 판매의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대한약사회에 따르면 공적 마스크 전체 물량의 40% 가량은 벌크 포장으로 제조된다. 벌크 포장은 수백장이 한 단위로 포장된 상태다. 보통 약국에서 이를 2매로 소분한 후 판매한다. 약국에서 대용량 포장을 소분하는 과정에서 업무량이 증가하고 위생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소비자 역시 소분된 마스크를 구매하면 KF 등급, 유통기한 등 마스크 관련 정보를 확인할 수 없다.

식약처는 향후 소량 포장(5개 이하) 마스크의 공급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생산업체의 포장 단위 전환(덕용→소량)을 독려하고 기존 공적 판매처가 보유하고 있는 덕용포장 마스크는 소량포장으로 교체할 계획이다.

마스크 5부제를 언제까지 시행할지, 가을 이후 2차 유행의 가능성에 대비해 비축량을 얼마나 구축할지도 관심사다.

이의경 식약처장은 지난 24일 마스크 수급상황 브리핑에서 “2차 감염병에 대비해 비축을 계획하고 있다”며 “의료진을 대상으로 한 비축과 일반 국민을 위한 비축으로 나눠 추진할 예정이다. 의료진에 대한 비축은 복지부와 협의해 검토할 계획이고, 대국민 부분은 약 1억 장에 대한 예산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양진영 식약처 차장은 지난 6일 마스크 수급 상황 브리핑에서 “현시점에서 마스크 5부제 폐지나 구매제한을 완화하는 논의는 조금 이른 것으로 판단된다”며 “아직은 마스크 수요를 모두 충족하기에 생산이 충분치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의경 처장은 “공적 마스크 제도 도입 초기에는 요일별 구매 5부제, 중복구매 제한 등 불편이 있었지만 지금은 수급이 안정화되고 있다”며 “공적 판매처, 유통업체의 희생과 노고가 컸다. 무엇보다 마스크가 필요한 이웃에 양보와 배려를 실천해준 국민들의 양보와 높은 시민의식 덕분”이라고 강조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songyj@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