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진자 아닌 사람도 코로나19 항체 조사…"생활방역 기준은 아냐"

기사등록 2020/04/25 17:20:09

뉴욕시, 일반 거주자 5명 중 1명 이미 감염 결과

국내도 확인 안된 감염자 우려…"당연히 있을 것"

전국민 대상·부적격 헌혈액 표본검사 등 고려중

'60% 집단면역' 돼도 생활방역 안해…"감염 우려"

[서울=뉴시스] 이윤청 기자 = 25일 서울 성북구 서경대학교 운동장에서 보험설계사 자격시험이 진행되고 있다. 이날 시험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 차원에서 야외에서 거리를 두고 열렸다. 2020.04.25. radiohead@newsis.com
[서울=뉴시스] 천민아 기자 = 방역당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가 아닌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항체 조사에 나선다. 그동안 방역망에 잡히지 않았던 국내 확진환자 규모를 파악하기 위해서다.

다만 항체가 있더라도 코로나19에 재감염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항체가 있는 국민 비중이 높더라도 이를 사회적 거리두기에서 생활방역으로의 전환 기준으로 삼지는 않을 계획이다.

권준욱 질병관리본부(질본)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 부본부장은 25일 오후 열린 방대본 정례브리핑에서 "무증상 환자 등 실제 코로나19에 감염됐지만 방역망에 잡히지 않은 확진자의 규모를 파악하기 위해 항체 양성률을 확인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는 방역망을 벗어난 무증상 확진환자가 상당수 존재하다는 세계 각국의 조사 결과에 따른 것이다.

앞서 외신 보도 등에 따르면 뉴욕시가 시 거주자 1300명에 대한 항체실험을 벌인 결과 21%가 코로나19 항체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뉴욕 시민 5명 중 1명이 이미 코로나19 바이러스에 감염돼 면역체계가 형성됐다는 의미다.

네덜란드 국립의료원에서도 네덜란드 인구 52만5000명(3%)이 항체를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16일 기준 네덜란드의 공식 확진자는 2만9000명 수준인데, 공식적으로 확인되지 않은 약 50만명이 감염된 사실을 모르고 방치돼 있는 셈이다.

이 때문에 국내에서도 확인되지 않은 감염 환자들이 일상에서 활동하고 있을 수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권 부본부장은 "코로나19 바이러스는 국내 유행 단계에서 무증상 비율도 상당히 높았다"며 "국내에서도 실제 환자 규모보다는 파악된 확진자 규모가 당연히 작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질본은 아직까지 파악되지 않은 코로나19 자체 완치자나 감염자 등 규모를 알기 위해 조만간 구체적인 계획을 수립해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항체 검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권 부본부장은 "오늘 아침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도 총리께서 특별히 별도 지시를 내리기도 했다"며 "전 국민을 표본으로 삼는 국민건강영양조사나 전체 헌혈혈액의 2% 내외인 부적격 헌혈혈액을 검사하는 방법 등이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일각에서는 국제적으로 표준화된 검사법이 제시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질본은 그럴 시간이 없다고 판단한 상황이다.

권 부본부장은 "항체 검사법마다 민감도나 특이도에 여러 차이가 있는데 일부 전문가들은 세계보건기구(WHO)가 표준화된 항체검사법을 곧 발표하지 않겠느냐고도 말한다"며 "그러기에는 시간이 어느 정도 소요될 것으로 보여 일단 빨리 조사가 필요하다고 봤다"고 분석했다.
[대구=뉴시스] 이무열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지난 14일 육군 장병들이 대구의 한 고등학교에서 방역작전을 펼치고 있다. 2020.04.14.lmy@newsis.com
만일 항체 검사 결과, 코로나19에 걸렸다가 회복돼 항체가 형성된 비율이 많다고 해도 곧바로 생활방역으로 전환되지는 않는다.

일부에서는 인구 중 60% 이상이 항체가 형성돼 면역력을 가질 경우 자연스럽게 코로나19 확산을 막을 수 있다는 '집단면역' 이론을 주장하고 있다. 이 때문에 항체 형성률이 높으면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를 강제성이 약한 생활방역으로 전환할 수 있다고 본다.

하지만 정부에서는 항체가 있는 사람도 코로나19에 재감염될 수 있다고 판단, 생활방역 전환의 근거로 삼지 않을 예정이다.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이날 오전 11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정례브리핑에서 "특정지역 또는 일부 국가에서는 항체검사가 이뤄지고 있는 것 같다"면서도 "아직까지는 항체검사가 어떤 면역이 제대로 형성됐는지와 또 일치하는지에 대한 연구는 많이 부족한 부분인 것 같다. 더 자세한 연구와 정확성에 대한 논의·연구가 필요한 단계"라고 말했다.

손영래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홍보관리반장도 "생활방역으로 전환하는 결정에 대한 의학적 근거는 집단면역에 대한 수치로 결정하는 게 아니라, 저희가 몇 가지 제시했던 지표들을 통해서 검증하고자 한다"며 "집단면역에 대한 것들은 아직까지는 확실하게 검증되지 않고 있어서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나오고 있는 과학적 근거들을 갖고 평가할 요소라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권 부본부장도 "항체검사나 군집면역 조사 이외에 지역사회의 산발적 감염 사례나 전체적인 환자 발생 규모, 신규 확진자 증가 추세 등을 통해 생활방역으로의 전환을 판단할 수 있겠다"고 덧붙였다.

감염당국은 코로나19 확진환자를 대상으로는 항체 검사를 이미 실시한 바 있다. 환자 2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바이러스 감염성을 떨어뜨리는 '중화항체'가 전원 체내에 생겼다.

이중 12명(48%)는 항체 형성에도 불구하고 호흡기 검체로 실시한 유전자 증폭(PCR, 중합효소 연쇄반응) 검사 결과 '양성' 반응이 나왔다. 항체 형성 후에도 바이러스가 검출되는 건 이례적이다.

방역당국은 일단 죽은 바이러스가 검출됐을 가능성을 높게 보고 추가 실험 중이다.

이날 0시 기준 코로나19 환자는 10명 늘어 총 1만718명을 기록했다. 사망자는 이틀째 발생하지 않았으며 처음으로 완치율 80%를 돌파했다.

단 집단면역 파악을 위한 항체조사 실시 여부에 대해 중대본 관계자는 "전문적인 영역이기 때문에 방대본에서 판단할 일"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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