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 등 증권사들, 왜 CME 경고 무시했나

기사등록 2020/04/22 06:52:00
[서울=뉴시스]신항섭 기자 = 국제유가가 마이너스가 되는 사태로 증권사 홈트레이딩시스템(HTS)의 전산사고가 발생하자 투자자들의 증권사 비판이 커지고 있다. 지난주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마이너스 대비 공문을 근거로 증권사들이 안일하게 대처했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이다. 반면 증권사들은 중개사들은 받지 못한 공문이라며 대처할 수 없었던 사고라고 반박하고 있다.

2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21일 새벽 키움증권, 한국투자증권, 유안타증권, 이베스트투자증권 등 일부 증권사 HTS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원유선물 가격이 마이너스가 된 것을 인식하지 못하면서 전산 오류가 났고, 많은 개인 투자자들이 강제 청산을 당한 것이다.

앞서 20일(현지시간)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CME)에서 거래되는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날 대비 305.97% 폭락한 배럴당 마이너스 37.63달러에 장을 마쳤다. 5월물 만기를 하루 앞두고 6월물로 갈아타는 롤오버(Rollover) 현상에 사상 처음으로 마이너스가 되는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이에 투자자들이 청산을 시도했지만 마이너스 입력이 안됐고, 5월물을 팔고 6월물을 매수하는 롤오버도 못했다. 여기에 선물가격이 하락하면서 고객 계좌의 평가액이 증거금보다 낮아져 증권사들이 추가 증거금을 요구하는 마진콜이 발생했고, 결국 강제청산하는 캐시콜로 이어졌다.

이에 따른 손실규모는 키움증권에서만 수백억대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외에도 일부 증권사에서도 관련 사고가 발생했지만 그 규모는 크지 않은 상황이다.

피해를 본 투자자들은 이번 사고가 증권사들의 방심에서 발생한 것이라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CME가 지난 15일 유가 하락에 대비해 마이너스 선물 호가 및 주문 시스템을 개발하라는 공문을 보냈기 때문이다.

반면 증권사들 해당 공문이 중개사인 국내 증권사들에겐 전달되지 않았다고 반박하고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CME의 공지는 외국계 금융기관인 회원사들에게만 이뤄졌다"면서 "중개인 국내 증권사들은 해당 공지를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전 증권사들이 마이너스에 대한 대비가 없었고, 그저 전날 청산되냐, 당일 새벽에 청산되냐의 정책적 차이가 사고로 여부로 이어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감독당국의 개입이 필요해 보이나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돼 당분간 책임공방이 이어질 전망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전산 사고 내용과 조치에 대해서는 파악했으나 상세적인 고객 피해상황은 아직 사고가 발생한 회사들로부터 받지 못했다"면서 "현재 전 증권사들을 체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손실규모, 피해자의 민원 발생 내용 등을 확인한 후 종합적으로 판단해 후속 조치를 결정할 예정"이라며 "전반적인 내용을 보고 후속조치를 할지, 추가 점검을 할지를 판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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