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방위비 분담금 韓 제안 거절" 공식 확인
정부, 잠정 합의안보다 증액 난색…한미 소통은 유지
"본격적 협상 예단할 수준 아냐…계속 좁혀나가야"
트럼프 대통령이 또다시 한국을 '부자나라'라고 지칭하며 증액을 거듭 압박하고 나선 가운데 정부는 '합리적 수준의 공평한 분담' 원칙 속에서 추가 증액 요구에 난색을 드러내고 있어 협상 장기화는 불가피할 것으로 관측된다.
21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백악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태스크포스(TF) 브리핑에서 방위비 분담금 협상과 관련된 질문에 "그들(한국)이 우리에게 일정한 금액을 제시했지만 내가 거절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내가 취임하기 전에 한국은 그 비용을 매우 적게 부담하고 있었다"며 "우리는 우리가 하고 있는 일에 대해 더 큰 비율로 지불할 것을 그들에게 요구하고 있다. 공평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특히 그는 "미국은 부유한 국가들을 방어해주고 있다"며 "한국은 매우 부유한 나라로 그들은 TV를 만들고, 배를 만들고, 무엇이든 만들어 낸다"라고 밝혔다. 이어 "한국은 1년에 10억 달러를 지불하고 있다. 그것은 (전체 비용의) 일부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앞서 로이터통신은 미 당국자를 인용해 한국 정부가 전년 대비 13% 인상안을 제시했으나 트럼프 대통령이 거절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이 잠정 합의안 거부를 공식화하면서 협상 타결에서 자신이 중요 변수였다는 점을 확인해준 것이다.
외교가에 따르면 한미는 4월1일 주한미군 내 한국인 근로자의 무급휴직을 피하고, 20대 국회 비준을 위해 잠정 합의안을 마련했다. 이는 한미 고위급에서도 승인이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지난 1일 한미가 지난해 분담금(1조389억원)보다 10~20% 인상된 1조2000억대, 협상 유효기간은 5년에 합의하는 등 협상 타결이 임박했다는 소식이 나왔다.
하지만 하루 만에 타결 임박설이 수면 아래로 잦아들었다.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지난 달 31일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러 백악관으로 들어갔지만 예정대로 주한미군 무급휴직 사태가 진행되며 트럼프 '변수'로 제동이 걸렸다는 해석이 나왔다. 이후 한국 정부도 고위급에서도 계속 협의했으나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고 전했다.
김인철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언급에 대해 "협상 중인 사항"이라며 "합리적인 수준의 공평한 분담이라는 원칙적인 입장으로 협상에 임해 왔고, 그 입장을 갖고 계속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3월 16일부터 사흘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진행된 7차 협상 이후 추가 협상 계획도 아직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한미간 이동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유선과 무선, 각국에 주재한 대사관을 통한 소통은 이어가고 있다.
외교부 당국자는 "본격적 협상에 대해 예단할 수준은 아니다"며 "7차 협상까지 하면서 상호간 입장을 잘 알고 있는 것으로 생각하고, 계속 더 좁혀 나가야 하는 단계"라고 밝혔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방위비 증액은 대선 공약이었고, 향후 일본, 독일 등과 협상에서 선례가 될 수 있어 물러서기 어려운 것"이라며 "특히 한국에서 코로나19로 도움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에게 방위비를 양보했다는 프레임에 갇힐 수 있어서 별도 문제로 가려는 것일 수도 있다. 협상은 장기화 될 것으로 예상되며, 우리가 조급하게 나설 필요가 없다"고 밝혔다.
박원곤 아산정책연구원 객원연구위원(한동대 교수)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 협상단 안을 거부한 것이 맞다면 협상은 원점으로 돌아간 것"이라며 "다년 협상과 SMA 투명성 확보 등을 합의하고, 총액만 남은 상태이며, 한미 모두 협상 타결의 의지가 있음을 들어 협상 끝자락에 있다고 주장할 수 있으나 총액(인상률)이 핵심임을 감안할 때 다시 시작한다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동맹국의 책임과 비용 분담 대폭 증대 요구는 2016년에 이어 트럼프 대통령의 2020년 대선 공약"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의 성향상 유세에서 업적으로 선전하기 위해 50% 혹은 2배, 3배 등 상징적 숫자로 표현될 수 있는 인상률을 요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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