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주 최대발병,인구밀집 때문?…"인종·소득 격차도 문제"

기사등록 2020/04/13 11:53:55

뉴욕주 감염자, 세계 2위 스페인보다 많아

흑인·히스패닉 인구율 51%…사망률은 62%

[뉴욕=AP/뉴시스]9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브롱크스의 하트 아일랜드에서 방호복을 입은 인부들이 숨진 사망자의 이름이 쓰인 관들을 매장하고 있다. 금주 초 빌 더블라지오 뉴욕시장은 관계자들이 하트 아일랜드에 시신을 임시 매장할 가능성에 대해 조사해 왔다고 밝힌 바 있다. 뉴욕시는 지난 2008년 유행성 독감 급증에 대한 매뉴얼에 사망자가 냉동 트럭과 같은 시신 보관소를 넘어설 정도로 많아질 경우 하트 아일랜드를 임시 매장지로 사용할 수도 있다는 내용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020.04.10.
[서울=뉴시스] 신정원 기자 = 미국 뉴욕주는 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세계 최대 발병지역이 됐을까.

뉴욕주는 미국을 제외한 세계 어느 국가보다도 코로나19 감염자가 많이 나왔다. 국가 단위도 아닌 주(州)가 다른 국가들을 모두 제친 것이다.

CNN 집계에 따르면 12일(현지시간) 오후 9시 현재(동부시간) 뉴욕주 누적 확진자는 18만9033명으로 미국 전체(55만5398명)의 3분의 1에 달한다. 2위를 기록 중인 스페인(16만6831명)보다도 많은 수치다.

누적 사망자는 9385명으로 미국(2만2023명)의 절반 가까이 된다. 사망자 수가 이탈리아(1만9899명), 스페인(1만7209명), 프랑스(1만4393명), 영국(1만612명)에 이어 많아 사망자가 많은 '국가'들과 어깨를 견주고 있는 형국이다.

특히 뉴욕주 내 뉴욕시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뉴욕시는 지난 9일 발병자와 사망자가 중국을 추월하는 기염을 토했다. 또한 뉴욕시의 코로나19 사망률은 다른 도시보다 약 6% 높다. 뉴욕시의 이날 현재 누적 사망자 수는 6898명이다.

일각에선 뉴욕주의 인구 규모와 밀도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뉴욕시는 미국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도시다. 2014년 기준으로 800만 명이 넘었다. 로스앤젤레스의 두 배에 달하는 규모다. 그러나 뉴욕은 다른 도시의 8~9배 정도 되는 감염 사례를 갖고 있다.

인구 밀도 역시 1제곱평방마일(2.6㎢)당 2만7000명으로 비교적 높은 수준인 것은 맞다. 하지만 아시아 많은 도시들이 같은 단위 당 인구가 4만여 명에 달한다. 또한 뉴욕시 내에선 맨해튼이 인구 밀도가 가장 높고 퀸즈가 네 번째이지만 코로나19 확진자는 퀸즈가 맨해튼보다 배 이상 많이 나왔다.

단순히 인구 수와 밀도에서 원인을 찾기엔 뭔가 보다 정교한 설명이 필요해 보인다.

CNN은 미국 내 확진·사망자 중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소수민족과 저소득층 문제를 제기했다.

'멜팅팟(melting pot)'으로 불리는 뉴욕시는 그야말로 다양한 인종과 문화, 민족이 섞여 있다. 화려한 도시 이면엔 넘쳐나는 노숙자들이 있고 양극화도 점점 심해지고 있다.

이 곳에서 흑인과 히스패닉계 뉴요커는 도시 인구의 51%이지만 코로나19 사망자의 62%를 차지하고 있다. 연령대를 반영하면 백인에 비해 사망률이 두 배가 높다고 CNN은 전했다.

소수 인종과 저소득 계층의 감염률과 사망률이 높다는 지적은 계속 제기되고 있다. 사회·경제적인 격차가 이러한 불균형을 야기한다는 것이다. 실제 흑인과 히스패닉계에 더 흔한 고혈압과 당뇨병 같은 기저질환은 코로나19 사망과의 연관성이 크다.

CNN은 "돈과 시간, 환경 등의 영향으로 적절한 건강 관리를 하지 못하는 이들이 검사나 치료를 받지 않은 채 (지역사회에)바이러스를 퍼뜨릴 수 있다'며 "검사나 치료에서도 잠재적이고 치명적인 '지연'을 경험할 가능성이 더 높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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